대한민국처럼 일을 열심히 많이 하는 나라가 있을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과로하다 죽는 게 이상하지 않은 사회였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나는 사회초년생 시절 회사에서 절대 시키는 대로 일을 다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첫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 없는, 근근이 하루하루 버티는 식의 생활을 해나가던 중 몇 년이 흘렀을까. 어느 날 사장님은 "초아 씨는 공무원 하면 딱이겠어요. 시간만 채우고 6시 땡치면 퇴근하니까"라는 묵직한 멘트를 날렸고 나는 그 회사에서 머지않아 퇴사를 하게 되었다.
이런 마음가짐은 몇 번의 이직과 몇 번의 퇴사를 거치고 나서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결국 회사라는 곳에서 내가 원할 때까지 일을 하려면 일을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고,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많은 시행착오와 생각의 변화를 거치며 일을 잘하는 사람의 특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일잘러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문제해결력인 것 같다. 결국 상사가 원하는 답을 어떻게 하면 빠르고 쉽게 한방에 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초년생 때는 경험도, 실력도 미숙해서 방향성을 찾는 것 자체가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일잘러는 답으로 가는 길을 바로 찾는다. 어디로 가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답이 나올지 아는 것이다. 그동안 축척된 연륜과 데이터, 인맥풀, 소스에 입각해 답에 바로 근접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복은 일의 퀄리티에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감정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감정 조절을 잘한다. 감정 기복이 적기 때문에 어떤 난관에 부딪혀도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맡겨진 무슨 일이든 평균 이상의 수준으로 해낸다. 설사 그게 그 사람이 처음 해보거나, 원치 않은 일 아니면 아주 작은 일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어디선가 전문가의 차이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너무나 공감이 갔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일을 빨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은 진짜 실력이다. 사실 어느 정도 일을 오래 하다 보면 평균 수준으로는 모두 해낸다. 결국엔 진짜 실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한 끗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까지 챙겼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단계에서 꼼꼼하다.
복잡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서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일잘러들은 복잡한 일도 쉽게 풀어서 해나간다. 그래서 결론을 보면 얼핏 당연하게 보이기도 한다. 쉬워 보이는 데 막상 그렇게 해보려면 잘 되지 않는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본질을 파악했을 때 가능하다. 본질을 알면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리는 쉽고 단순하며, 명강사는 어려운 이야기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