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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초아 Nov 21. 2023

회사를 다니는 이유

지금 이 나이까지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누구보다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꾸준히 느껴왔는데 꾸역꾸역 다니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은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회사에서 살아남아 있다는 건 득이 더 많아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요즘 회사를 벗어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든다. 그런 고민을 부추기는 건 주변 지인들이 하나둘 회사 밖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을 볼 때, 그리고 특별한 재주가 없어도 온라인사업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증언과 정보가 쏟아져서인 것 같다.

그렇다고 쉽사리 퇴사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회사 다녀서 좋은 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1.  출장을 가는 즐거움

지금의 회사로 이직한 후 가장 좋은 건 출장이 꽤 잦은 편이라는 것이다. 많으면 한 달에 한두 번, 적게는 분기별로 한 번은 출장을 가는데 그때마다 리프레쉬가 된다. 성격상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걸 못 견디는 타입이라, 장거리 운전을 하거나 KTX를 타고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 대부분 지방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절반 정도는 여행하는 느낌마저 든다. 출장지에서 만나는 다른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반갑다. 오고 가는 길에 회사카드로 휴게소 음식이나 현지 음식을 사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2.  비자발적인 규칙 있는 삶

회사를 다니지 않았다면 폐인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너무 과한 걸까. 태생적 야행성 인간인지라 일찍 잠드는 게 쉽지 않은데, 다음날 출근할 생각을 하면 평일에는 적어도 12시 전에는 잠에 들곤 한다. 억지로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앉아 있는다는 자체가 본능적인 일은 아닌 것 같다. 철저 먹고사니즘을 이유로 무거운 몸과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 월요일 아침에 회사에 앉아있노라면 출근의 힘을 느끼곤 한다. 좋든 싫든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생산성을 발휘해야 하는 데드라인이 있는 업무들과 근무 시간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해내면서 살아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일

파워 I인 나는 혼자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싫어하고, 아니 정확하게는 말 섞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말하는 게 싫고, 낯가림도 심하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이 또한 극복해야 한다. 잦은 조직개편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일해야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와 새로운 거래처, 새로운 업무 등 새로움과 변화의 연속이다. 그렇게 변화에 적응하면서 반강제로 사회성이 길러지는 것 같다. 특히나 새로운 상사를 만나면 어떤 타입인지에 따라 업무 방식, 대화 방식도 맞춤형으로 바꿔야 할 때가 있다. 그 과정들이 반갑지 않고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성장이란 보상이 뒤따른다.  


4.  공간이 주는 힘

김난도 교수의 <2023 트렌드 리포트>라는 책에 '공간력'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공간력이란 말 그대로 공간이 주는 힘인데 회사라는 공간만큼 공간이 주는 힘이 강한 곳이 있을까? 회사에 왔다는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모든 곳이 업무에만 초점을 맞춰 설계된 곳에 들어가는 자체가 일종의 리추얼을 행하는 기분이 든다. 자유복장이긴 하지만 가끔은 오피스룩으로 차려입고 출근을 하면 왠지 분 전환이 되기도 한다.


5.  회사 네이밍과 거기서 오는 소속감

요즘처럼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모임에 참여할 수  는 때가 있었던가. 나 역시 몇 개의 업무 관련된 교육 및 소모임에 참여해 봤는데 아무래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업에 관한 모임이다 보니 몰입도가 매우 높다. 그런 모임 앞부분에는 꼭 '명함 교환의 시간'이 있는데 마치 내가 회사를 대표해서 나온 느낌이 든다.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가 나에게까지 오버랩되어 전달되는 듯한 기분. 거기서 느끼는 소속감은 회사만 줄 수 있는 독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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