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 소비의 함정
Ditto라고 하면 뉴진스의 노래가 생각난다. 우우우우~ 하는 몽환적인 전주 부분이 생각나면서 상큼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소녀들의 노랫말이 참 예쁘다.
내 길었던 하루 나 보고 싶었어
Ra ta ta ta 울린 심장
I got nothing to lose
널 좋아한다고
여기에서 더욱 매력적인 건 Ditto의 뜻이다. 디토는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나도 역시 그렇다’는 의미로 쓰인다. 참 사랑스러운 노래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디토 소비’이다.
디토 소비라는 것은 인플루언서들의 소비를 소비자들이 ‘나도 역시 그러하다고’ 따라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의 콘텐츠를 보고 따라서 소비하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쉽게 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초기에는 블로그 등의 글을 찾으며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사서 증명하는 글들을 읽으며 가성비 있고 좋은 상품들을 찾는 것에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이것이 점차 광고성 글로 넘쳐나게 되고 좋은 소비를 찾는 소비자들은 인플루언서들을 따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넘어오게 된다. 그곳에서는 각 상품의 시연 장면, 먹는 장면들을 통해 장단점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기에 소비자들은 읽는 매체보다는 보는 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졌다.
때문에 이런 네트워크 마케팅을 기본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시대가 되었음을 모두 인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신상품 출시나 이벤트 기간이 되면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마케팅이 상당히 많이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대기업에서 스포츠나 드라마에 협찬을 하는 문제와는 또 다르다.
예를 들자면 탕후루와 마라탕이 그렇다. 유명인의 콘텐츠를 본 사람들이 마라탕과 탕후루를 따라먹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인플루언서들이 마라탕과 탕후루가 유행이기에 방송에서 그것들을 먹으면서 끊이지 않는 디토 소비를 낳았다.
좋게 말하면 유행이지만 이게 그렇게 쉽게 넘기기에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
마라탕의 경우도 매장의 수가 많이 줄었지만 탕후루는 인기가 급격하게 식어 매장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왕가탕후루의 매장수는 2020년 16개였으나 2022년 43개, 2023년 420개의 매장이 넘어 10배가량의 급격하게 매장이 늘어났다. 또 동일한 업종의 탕후루 업체도 증가추세로 이어져 당시 3개월 만에 특허청에 신규 탕후루 상표만 150개가 넘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쉬운 말로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지만 이는 인기가 사라지면 모두 함께 공멸해 버리는 것이다.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나 버리고 말았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 통계에 따르면 2024년 4월부터 하루 평균 1개 이상의 탕후루 가게가 폐업을 하고 있고, BC카드의 탕후루 가맹점 매출액 지수는 2023년 9월 고점을 찍은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버티다 못한 탕후루 매장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님들에게는 치아 부식과 당뇨 걱정으로부터 벗어난 좋은 소식이지만 어느 자영업자에게는 피 눈물 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것은 디토 소비로 인해 자신의 소비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진 것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 대한 글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전에도 대만 카스텔라나 흑당버블티와 같은 짧은 생명력의 디토소비만을 쫓아 우후죽순 창업을 하다 줄폐업하던 아픈 경험이 있다. 한 번의 실수는 있어도 두 번은 실수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 논리이다.
현재도 끊임없이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2023년에는 가볍게 소비하는 ‘리퀴드 소비’가 있었고, 신뢰하는 몇 가지 브랜드 내에서만 물건을 구매하는 ‘솔리드 소비’가 나타났었다. 그러다 2024년의 트렌드는 ‘디토 소비’가 된 것이다.
스탠리 텀블러는 전소된 차량에서도 얼음이 녹지 않고 들어 있었다는 틱톡 영상 하나로 연간 매출이 2019년 730만 달러에서 2023년 7억 5000만 달러로 10배 이상 급증했고, 아랍에미리트 인플루언서의 두바이 초콜릿 ASMR 영상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국내에서도 두바이 초콜릿 구매 열풍이 불고 있다. 심지어 두바이 초콜릿이 1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으로 부풀려져 거래가 되고 있기도 하고 재료만 사 스스로 만들어 먹는 사람들의 영상까지 유행하고 있다. 상품의 질은 향상되고 시장의 크기가 커진 것이다. 그만큼 디토 소비 진입장벽이 높긴 하겠지만 디토 소비 리스트에만 든다면 그야말로 대박 히트 아이템이 되는 것은 순식간의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소비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라이프 스타일과 맞지 않는 상품은 실망이나 쓰임이 가치가 없을 수 있고 오히려 지구의 열스트레스만 높일 뿐이다. 또 탕후루와 같은 상황도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가열차게 창업했다가 줄폐업을 맛봐야 할지도 모른다. 또 백화점 등 대기업들은 디토소비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정식 매장을 오픈하는 것보다 팝업스토어를 더욱 선호하게 되었다. 이 책임은 결국 힘없는 자영업자가 지어야 할 무게일 것이다.
시시각각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소비트렌드를 너무 섣불리 판단해서도 안 될 것이다.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 소비 트렌드라는 이름에 이용당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 소비에 중심을 두기를 바란다.
나도 역시 그렇고, 여러분도 역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