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부르는 색, 셀레 그린

초록색의 역사가 당신에게 말해주지 않은 진실

by 장성희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록색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자연의 색, 생명의 색, 그리고 신호등의 ‘안전’을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중요한데, 이집트의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Osiris) 역시 초록색이며, 아랍 이슬람 문화권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색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때 이 아름다운 초록색이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19세기 유럽의 상류층은 초록색을 사랑했다. 드레스, 벽지, 커튼, 심지어 사탕까지 온통 화사한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하지만 그 초록빛엔 치명적인 독이 숨어 있었다. 이름하여 ‘셀레 그린(Scheele’s Green)’. 보기엔 아름다웠지만, 그 색을 입은 사람들은 이유도 모른 채 하나둘씩 죽어갔다.


셀레 그린의 탄생

예전 사람들은 녹토와 공작석, 녹청 등을 통해 초록색을 얻었다.

녹토는 초록색 점토가 많이 들어있는 돌인데, 이 돌을 부수어 안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공작석에 비해 쌌기 때문에 로마 사람들은 주로 녹토를 사용했다. 고대 이집트 화가들은 파피루스 그림이나 벽화 등에 이 초록색 안료를 사용했다. 구리의 표면에 생기는 녹을 긁어서 얻은 초록색으로 색은 진하고 아름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 검은색으로 변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던 중 1775년 스웨덴의 화학자 칼 빌헬름 셸레(Carl Wilhelm Scheele)는 실험을 하다가 초록색 안료를 발명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셸레 그린(Scheele’s Green)’이다. 선명하게 아름다운 색에 가격까지 매우 비쌌지만 화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화려한 색, 비극의 씨앗


이 염료는 가루 형태로만 생산이 가능했고,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셸레 그린으로 만든 옷, 벽지, 가구들이 유행을 했고 심지어 음식의 색소로도 사용이 됐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도 당시 유행했던 아름다운 초록색 드레스를 입고 그린 초상화가 남아있다.

프랑스의 황후 외제니(Eugénie)의 초상화에도 초록색의 드레스가 나오는데 영국과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왕족과 귀족들 사이에서 초록색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케르스팅(Georg Friedrich Kersting)의 수놓는 여인(1817년, 목판에 유채)만 보더라도 초록색 벽지를 배경으로 초록 커튼을 단 창문 앞에 초록색 드레스를 앞은 여자가 수를 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놓는 여인>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케르스팅(1817)

셸레 그린의 수요는 엄청났고 <더 타임스 The Times>에 따르면 1863년까지 영국에서 셸레 그린이 500톤에서 700톤가량 생산되었다. 셸레 그린 벽지는 궁정부터 오두막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택에서 사용될 정도였다.

셸레그린이 유행하던 19세기의 벽지(출처:유튜브)


셀레 그린, 죽음의 그림자

문제의 ‘셸레 그린’은 비소를 연구하다 우연하게 발견된 녹색의 화합물인 비산 구리(CuHAsO₃)였다. 이 비산구리 CuHAsO₃는 이온이 약하게 결합한 형태로 다른 무기 안료처럼 안정적이지 않고, 습기·빛·곰팡이·열에 의해 쉽게 분해될 수 있다. 습기가 있는 환경에서 비산 구리는 서서히 삼산화비소(As₂O₃) 같은 더 안정적인 비소 화합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아르신(AsH₃, 비소 수소화물) 같은 고독성 가스가 미량 발생할 수 있는데. 바로 이것 때문에 초록 벽지에서 ‘비소 가스’가 검출된 사례가 보고된 것이다.

당시 비소의 유해성을 알 수 없었기에 사람들은 19세기 내내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아야만 했다.


조화 제조공으로 일했던 마틸다 셰러는 구토와 설사, 두드러기, 무력감 등에 시달리다 사망하기도 했고 모형 포도의 녹색 가루를 빨아먹은 소녀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하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서야 비소의 유해성이 세상에 알려지며 ‘셸레 그린’이 죽음의 색이었다는 것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밝혀진 또 하나의 죽음이 바로 나폴레옹의 죽음이다.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되어 살다가 1821년 세상을 떠난 나폴레옹이 비소중독으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실제로 그가 유배돼 있던 방의 벽지가 역시 ‘셸레 그린’이었고, 2007년 이탈리아의 국립 핵물리학 연구소에서 나폴레옹 유해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분석했더니 정상치보다 36배나 많은 비소가 검출되었다. 그가 만성적인 비소 중독으로 생을 마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독약의 왕, 비소의 또 다른 얼굴

최근 독약의 왕, 비소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허가되었고 목재의 방부제, 제초제자동차용 납 축전지 등에 사용되고 있다.

강력한 독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의학적 쓰임새 또한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정리 : 죽음을 부르는 색, 셀레 그린*

셀레 그린의 탄생

셀레 그린의 탄생 1775년 스웨덴 화학자 칼 빌헬름 셀레가 발견한 초록색 안료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감 덕분에 예술가·귀족에게 큰 인기

폭발적인 인기

폭발적인 인기 벽지, 의상, 가구, 심지어 음식 색소로도 사용됨

영국·프랑스 귀족과 왕실, 병원 커튼까지 널리 보급

치명적인 문제

치명적인 문제 성분은 독성이 강한 비소 화합물

사용한 사람들에게 두통, 구토, 무력감, 심하면 사망까지 초래

비소의 양면성

비소의 양면성 독극물·방부제·제초제로 쓰였던 ‘죽음의 원소’

현재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의학적 활용 중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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