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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0% 리얼 쉐어하우스 1년 6개월 거주 후기

여전히 쉐어하우스에 살아요

by 문돌이

쉐어하우스에 자리를 잡은 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작년에 '쉐어하우스 거주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글을 쓴지도 거의 1년이 되어 간다.


https://brunch.co.kr/@moondol/63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쉐어하우스의 이미지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환경과 비교하면 환상의 나라 수준이다.

TV에 나오는 쉐어하우스의 공통점은 모든 구성원들이 한데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있다. 낮에는 각자의 일상을 보내고 저녁에는 함께 모여 치맥을 즐기며 회포를 푸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외국에서 봤던 일반적인 쉐어하우스의 개념과는 큰 차이가 있다. 물론 기본적인 컨셉은 같다. 쉐어하우스에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주거비용 때문이다. 혼자 비싼 월세를 부담하기는 부담스러우니 같이 지낼 사람을 구해 비용을 절감하는 거다. 어학연수 시절 방문한 태국 친구 집도 방 2개를 4명이 공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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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도 주거문제 해결방안으로 쉐어하우스를 권장하고 있다. 쉐어하우스 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와도 연관이 있다. SH 서울 주택도시공사 홈페이지만 봐도 쉐어하우스 입주자 공고가 종종 올라온다.


한국에서 쉐어하우스는 외국보다 빠르게 기업화되었다. 기업 형태로 주택을 매입 또는 임차해서 리모델링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형태이다. 대중매체에서 젊은 청춘들의 즐거운 쉐어하우스 생활을 보여준 덕분에 자동으로 홍보도 된다.


인테리어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되고 투입된 비용에 비례해서 쉐어하우스 입주비용도 증가했다. 쉐어하우스 입주 비용은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비싼 곳은 월 50~60만 원에 달한다. 월세 50~60만 원이면 서울 웬만한 지역에서 혼자 살 방을 구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내가 살고 있는 쉐어하우스는 본래의 취지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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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지역이고 지하철까지 걸어서 5분이면 이동이 가능함에도 관리비를 포함해서 월 23만 원을 내고 있다.

게다가 각 층마다 관리인이 있어 개인방 청소와 쓰레기 분리수거 이외의 집안일은 없다.


모르는 사람과 규칙을 정해서 거실이나 화장실 같은 공동구역 청소를 하는 건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분리수거도 마찬가지다. 개인마다 사용빈도나 습관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지내는 쉐어하우스는 관리인이 모든 공동구역을 담당하고 있어 좀 더 독립적이 생활이 가능하다.


물론 독립적인 생활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1년 6개월이나 살았음에도 아직도 옆 방 사람과 데면데면한 사이다. 옆 방 사람은 나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기에 얼굴을 본 적이 거의 없다.


idk-1934218_1280.jpg https://pixabay.com


우리 층 관리인도 활발한 성격은 아니라서 직접 이야기하기보다는 메모지로 소통을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음식에 자기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공동 식탁 위에 안내문구와 포스트잇을 올려놓는 식이다.


쉐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월세 절감 때문이지만 추후 쉐어하우스 또는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올해는 금전적인 문제로 어렵지만 내년에는 투룸 이상 빌라를 구입해서 직접 운영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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