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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Jan 03. 2019

국비지원 학원에서 면접을 보는 이유

Chapter 2 문과생, 코딩을 배우다

 IT 개발자로 전직을 하기 위해 국비지원 과정을 신청했다. 이미 다니던 대기업은 퇴사한 뒤였기에 지금 돌이켜보면 조금 무모하긴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20대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가능하면 다 해보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IT 국비지원 교육의 트렌드는 계속 바뀌는데 신청 당시에는 모바일 관련 과정이 많이 개설되고 있었다. 관련 지식은 없지만 나름 조사해본 결과에 따르면 웹 개발만 하는 게 아니라 앱 개발까지 한다면 몸 값이 높아진다는 걸 확인했다.


 둘 중 하나도 제대로 하기는 정말 어렵다는 걸 지금은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최대한 많이 배워보았다는 의지가 넘쳤다. 그렇게 선택한 과정은 웹 개발을 주로 배우되 과정 후반에 웹과 앱을 연동해서 구현하는 커리큘럼이었다.

 과정 접수를 하고 나니 따로 간단한 테스트와 면접을 본다는 말을 들었다.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약 2 배수의 경쟁률이 있다고 하니 더 걱정이 됐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지원했던 대부분의 회사 경쟁률은 100대 1이 넘어서 서류에서 떨어진다 해도 크게 상처 받지 않았지만 2대 1 정도의 경쟁에서 밀리면 더 충격이 클 것 같았다.


 통보한 날짜에 테스트를 치르러 갔고 간단하다는 테스트는 컴퓨터 활용능력 1급이나 정보처리기사 문제를 짜깁기한 느낌이었다. 테스트는 합격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반 편성을 위함이라는 말에 안심하고 모르는 문제는 다 찍었다.


 테스트를 보고 대기 장소로 이동해서 면접을 기다렸다. 안내에 편한 복장이라 쓰여 있어 면바지에 셔츠 정도를 입고 갔다. 면접 보는 방식은 학원,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강의실로 들어가니 강사분이 직접 면접을 보고 있었다.


 면접은 평이하게 자기소개, 지원동기, 앞으로의 포부 정도였다. 그 외에 몇 가지 질문이 더 있었지만 지원자를 압박하는 질문은 없었고 이 사람이 6개월이라는 길다면 긴 과정을 다 수료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국비지원 학원에서 면접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중도포기하는 사람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국비지원 학원 광고를 보면 월 수업료가 100만 원, 그 이상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고 6개월 과정이니 적어도 600만 원의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학원이나 기관은 그 돈을 정부에서 받게 된다.


 하지만 그 큰돈을 그냥 줄 수는 없기에 엄격한 출결 관리와 지속적인 확인 점검을 통해 지원받은 학생이 과정을 잘 이수하고 있는지 확인을 한다. 매일 수업 전 지문으로 강의를 들으러 왔음을 확인하고 수업을 마친 후에도 집에 가는 시간을 기록한다. 아직까지는 지문으로 하는 출결 관리가 많은 편이지만 휴대폰 GPS를 활용해서 학원 근처에 도착하면 출결 처리가 되는 방식도 있다.


 국비지원 과정은 학생 입장에서는 동기부여가 잘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내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흥미가 없거나 적성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 과정을 끝까지 이수하기가 어렵다. 특히 IT 개발자 과정은 코딩을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사람도 있어 이탈 확률이 높다.



 소속 강사들의 계약 방식도 기본급은 있지만 수강생 수에 비례하여 급여 또는 보너스가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든 끝까지 끌고 가려고 노력을 한다. 강사의 능력이 출중하고 수강생과의 호흡이 잘 맞으면 이탈 없이 끝까지 가는 과정이 있는 반면 대부분의 학생이 이탈하여 유명무실해지는 과정도 있다. 수강생도 다른 길을 찾아 과정을 그만 두기도 하고 매월 나오는 훈련수당 때문에 억지로 나오긴 하지만 교육 시간에 컴퓨터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쓰는 경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코딩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면서 받았던 모든 교육을 담당한 강사 중 손에 꼽히는 강사분을 만났고 부족한 실력이지만 교육 이수 후 원하는 회사에 개발자로 입사하게 되었다. 국비지원 과정에서의 면접은 지원자의 자질을 판단하기보다는 끝까지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니 면접이라 해서 부담감을 갖기보다는 끈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큰 문제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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