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살만 합니다
제가 사는 집에는 TV가 없습니다. 원룸이니 집이 아니라 방이라고 해야 맞을까요?
원룸에 사는 주제에 작은 소파까지 구매해놓고 정작 TV는 없어서 소파는 그저 앉아서 쉬는 용도로만 사용을 합니다.
가만히 앉아 주야장천 텔레비전만 보는 사람을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라고 하는데 최근 번역을 보니 집돌이, 집순이를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TV를 보지 않으니 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콘텐츠 제작을 위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걸 생각하면 해당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원래 TV를 안 보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거실에 TV가 있으니 자주 봤지요. 하지만 독립을 하면서 TV를 사지 않겠다는 중대 결심을 했습니다.
TV 없이 사는 이유 중 첫 번째 이유는 역시 시간입니다. 독립해서 혼자 살면서 돈은 부족해졌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생겼습니다. 왕복 3시간을 잡았던 통근이 왕복 30분으로 줄어드니 매일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이 시간을 TV를 보면서 낭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말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절제해서 볼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제 경우 TV가 있으면 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깔끔하게 처음부터 TV를 장만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집에서 할 일이 없어서 견딜 수 없었는데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TV가 아니라도 넷플릭스, 유튜브로 커버가 가능합니다. 저는 넷플릭스를 정기적으로 보면 TV 시청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서 결제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유튜브를 활용해서 보고 싶은 콘텐츠를 골라서 시청하고 있어요.
유튜브 광고 중 넷플릭스 비중이 꽤 높게 나오지만 꾹 참고 있습니다. 결제하면 분명 주말에 시즌 1개씩 끝내고 월요일에 출근하면서 자괴감에 빠질 거예요. 그리고 매주 같은 실수를 반복하겠죠?
마지막으로 TV 없이 사는 이유 중 마지막은 생산적인 취미생활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유인 시간과도 연관이 있는데요. 남는 시간을 활용해 TV 보면서 쉬는 대신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해도 좋고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도 TV 시청보다는 훨씬 낫다고 봅니다. 몇 시간 동안 TV를 보고 나서 다음날 출근을 떠올리면 허무한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이 정말 싫더라고요.
TV 볼 시간에 전 공부, 콘텐츠 제작 그리고 운동을 주로 합니다. 공부할 기분이 아니라면 차라리 약속을 잡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려고 해요. 드라마나 예능을 보지 않아서 대화에 끼지 못할까 봐 걱정도 했었지만 요즘은 사람들을 만나도 팍팍한 삶과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주제가 메인이라(물론 연애, 결혼 포함) 문제는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TV 없이 살고 있는 3가지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TV 없이 산 지 벌써 3년 차인데 초반에만 조금 힘들지 괜찮습니다. TV 없이도 꽤 살만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