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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May 05. 2016

퇴사는 절호의 다이어트 기회

대기업 퇴사를 둘러싼 100일간의 이야기

 회사에 다니며 몸이 많이 불었다. 몇 년간 65kg을 넘지 않던 몸무게가 입사 1년 만에 71kg가 됐다. 근육이라도 조금 늘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지방만 늘어났다. 정기적으로 하던 체성분 검사 결과도 충격적이다. 아직은 정상 범위에는 들어 있지만 곧 과체중으로 돌입할 위기에 쳐했다.  


 지난 1년을 돌아봤더니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빠짐없이 한 듯하다. 피해야 할 삼총사와 모두 친하게 지낸 덕분이다. 


1. 야식 
2. 술
3. 간식

 

 야근을 하면 야식을 피할 길이 없다. 12시에 점심을 먹고 저녁 6시가 넘어가면 허기에 집중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야근을 할 경우 회사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데 모든 메뉴가 높은 칼로리를 자랑한다. 중식 메뉴라도 먹는 날은 칼로리 대폭발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샌드위치, 피자 등으로 때우는 경우도 스트레스 때문인지 꼭 정량보다 많이 먹게 된다.



 회사 생활 중 회식은 빠질 수 없는 행사이다. 일을 마치고 시작된 회식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삼겹살을 지글지글 구워 소주와 함께 먹으면 일주일 간 했던 운동은 말짱 도루묵이 된다. 물론 운동을 아예 하지 않은 것보다는 200% 낫겠지만 건강한 돼지가 되는 지름길이다. 



 회식은 1차로 끝나지 않는다.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면 이제 치킨과 맥주를 마실 차례다. 혹은 국물이 있는 탕메뉴와 함께 또다시 (소)주님을 영접한다. 삼겹살을 2인분 이상 먹은 것 같은데 치킨이 계속 들어간다. 


 분명 배가 불렀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고 또 손이 간다. 치킨 2조각이면 한 끼 식사 수준의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는데 (맥)주님은 나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2차가 치맥이라면 운이 좋은 편이다. 치킨과 맥주는 보통 회식이 가장 마지막 코스이기 때문이다. 2차가 국물이 있는 메뉴라면 치킨과 맥주는 3차 메뉴이다. 


 상사가 주는 술을 얼마나 잘 회피하는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소주 1잔은 55칼로리다. 1병을 7.5잔 정도로 계산하면 400칼로리가 넘는다. 여기에 삼겹살, 어묵탕, 치킨, 맥주의 칼로리를 더한다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간식이다. 일을 하다 보면 간식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서랍에는 급속도로 떨어지는 당을 보충하기 위한 초콜릿이 상시 대기 중이고, 마라톤 회의를 마친 뒤에는 꼭 카페에 가서 단 음료를 마시게 된다. 저녁 식사 후 출출한 느낌이 들면 인근 빵집을 찾거나 탕비실에 있는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퇴사를 결심하고 할 리스트 중 두 번째가 다이어트였다. 첫 번째는 여행이었는데 최초 계획했던 세계여행 대신 짧게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다이어트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식단 조절이다. 더 이상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을 테니 과감하게 간식을 끊기로 했다. 기본 식단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조절을 하고 대신 예외 조항을 만들었다. 


 일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퇴사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식단이다. 


기상 시: 사과 반 개 
아침식사: 잡곡밥 반 공기 + 일반 식사 
간식: 고구마 or 바나나 1개 
점심식사: 고구마 1~2개, 계란 흰자 4~5개, 블랙커피 
간식: 고구마 or 바나나 1개 
저녁식사: 잡곡밥 반 공기 + 일반 식사 
간식: 고구마 or 바나나 1개 



 식단은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식단을 참고해서 짰다. 중요한 부분은 예외조항이다. 한 주 정도라면 모를까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 위 식단을 항상 유지할 수는 없다. 지인들과 약속이 생길 경우에는 최대한 저지방 메뉴를 선정하되 칼로리는 생각하지 않고 맛있게 먹기로 했다(맛있게 먹은 음식은 0칼로리?)


 단, 횟수는 최대 주 2회로 한정하고 해당 일자에는 오전에 더 강도 높은 운동을 했다. 



 퇴사 후 4달이 지난 지금, 몸무게는 63kg으로 총 8kg을 감량했다. 과체중에 육박하는 정상에서 지금은 조금 마른 정도의 정상 체중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8kg을 감량하는 과정에서 근육량이 줄지 않았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퇴사에 대한 해방감으로 오히려 살이 찌는 사람들이 많은데, 퇴사는 회사 생활로 망가진 몸을 다시 복구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다. 


 퇴사한 뒤에 하는 다이어트는 2가지 장점이 있다. 


1.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다이어트 과정을 통해 퇴사 후 찾아올 수 있는 우울감,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추후 어떤 일을 하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도전할 수 있다. 
2. 식단관리와 정기적인 운동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해방감에 한 없이 늘어지는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는 좋은 수단이다. 퇴사자에게 시간은 정말 돈이다. 회사 다녔다면 받을 수 있던 돈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회사를 나서며 계획했던 일을 빠르게 추진하는 원동력이 된다. 새로운 환경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싶다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운동을 병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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