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은 지옥이 맞을까?
현생에 치이다 보니 브런치의 알림을 애써 외면해 왔습니다. 8월 말까지 부업으로 시작했지만 본업이 되어버린 강의로 굉장히 바빴거든요. 창업한 1인 출판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성수기인 방학 시즌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저는 9년 차 IT 개발자입니다. 2016년에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개발을 하고 있는데요. 3년 전 회사를 나오면서 순수하게 개발 업무를 하는 시간은 줄어들었어요. 대신 IT 개발 강의를 하면서 새로 배우는 것들이 많아졌지요.
회사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 '신호위반 차량에 살짝 치어서 전치 2주 정도로 출근을 하지 못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매일 하곤 했어요. 40대가 되었을 때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받으면 손 들고 나와야겠다는 다짐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빠르게 퇴사를 하게 됐습니다.
퇴사까지 엄청난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을까라는 것부터 회사 밖에서 홀로서기가 가능할 지도 걱정이었지요. 당장 생활비가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저축률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부담도 컸습니다. 매달 들어오는 돈에서 보통 80% 이상을 저축했고, 보너스나 야근 수당이 많은 달에는 90% 이상을 저축하기도 했었거든요.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원룸 전세에서 전기와 가스까지 아껴가며, 두부 계란 닭가슴살 현미밥을 주식으로 살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했기 때문에 더 자세히 하진 않겠습니다.
회사 밖에서 3년 동안 살아남았던 이유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서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퇴사 전 IT 개발 강의를 위한 밑그림을 주말마다 그려왔습니다. 혹시 회사를 나오게 되더라도 소득이 0이 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요. '너는 개발자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는 분이 계실 수 있는데요. 저는 문과출신입니다. 사회학을 전공했고 취업이 되지 않을까 걱정돼서 국제통상학을 복수 전공했습니다.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 IT 개발 직무로 전향을 한 케이스지요. 개개인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요즘 같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변화를 위한 준비를 해두는 게 리스크를 헷징 하는 방법입니다.
다음은 돈이 별로 들지 않는 창업 아이템이라는 점입니다. 1인 출판사를 시작하는 건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실물 책을 제작해서 판매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비용이 발생을 하지요. 출판 프로세스에서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면 제작 비용도 아낄 수 있습니다. 직원을 채용하거나 외주 계약을 해서 내는 비용을 세이브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무조건 내가 다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닙니다. 강조하고 싶거나 전문성을 보이고 싶은 부분은 전문성을 가진 분에게 돈을 내고 의뢰를 해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거든요. 실물 책을 제작하고 보관하고 출고와 반품 처리하는 과정과 비용이 부담된다면, 전자책을 주력으로 하면 됩니다. 내 상황과 여건을 고려해서 판단하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사 생활을 통해 모은 여유자금입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과 퇴직금을 합쳐서 지금 같은 소비 또는 조금 더 허리띠를 졸라맨 상태로 지출을 통제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계산을 했습니다. 길게는 20년도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당연히 풍족하게 생활해서 버틸 수 있는 금액은 아닙니다. 파이어족도 아니었고요. 계란도 사치라는 극단적인 절약으로 1억 엔을 모아 화제가 되었던 '절대퇴사맨'의 기사를 본 적 있으신가요? 제가 혼자 서울에서 자취를 할 때의 생활도 주 메뉴가 닭가슴살이었던 것만 다를 뿐이었습니다.
출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0776644
무조건 극단적인 절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월급이든 사업소득이든 그 외 월세수입, 이자, 배당, 부업 등을 통해 현금흐름이 있다면 더 써도 되지요. 저는 회사 밖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수중에 있는 돈이 최대한 많이 남아있기를 바랐습니다. 돈이 없어서 불안한 마음에 나쁜 선택을 할까 두렵기도 했고요.
만으로 3년 넘게 회사 밖에서 지내보니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니 무조건 회사에서 버티라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상당 부분 맞는 말입니다. 직장인은 출근해서 일을 하면 월급이 나오지만, 저는 당장 다음 달의 수입도 불확실하거든요. 이 불확실성을 중화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동안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대비'를 해왔습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퇴사를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재취업이 되지 않는 상황' 등에도 내가 버틸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