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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리뷰

월급쟁이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비트코인으로 은퇴한 파이어족 교수 이야기

by 문돌이

작년에 한 번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쳤습니다. 대학에서 교수로 일을 하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투자를 통해 순자산 50억을 달성 후 '파이어족'이 된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파이어족은 국내에서는 유독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파이어족 유튜브 영상에 '너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을 망치는 주범이다'와 같은 뉘앙스의 댓글도 본 적이 있어요. 그 밖에도 다양한 악플이 달리는 걸 보았습니다.


과연 저자는 파이어족으로 지낸 2년 동안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요? 가볍게 목차를 살펴보고 이후에는 책을 읽고 인상 깊었던 부분과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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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교수, 대학이라는 직장을 버리고 파이어족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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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알게 된 소소한 것들

3장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좋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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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나쁜 점

5장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받았던 대표적인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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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파이어족이 되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

7장 파이어족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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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p 직장에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삶을 살자는 게 파이어족의 진정한 목표다. 그런데 아니었다. 파이어족은 새로운 삶을 사는 삶이라기보다는 그냥 은퇴한 삶이다.


파이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는 경제적 자립과 빠른 은퇴입니다. 새로운 삶을 산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는 않아요. 조기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저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겁니다.


105p 파이어족이 돼서 가장 좋은 건 이 점이었다. 더 이상 싫은 일을 하지 않고 싫은 사람 만나지 않기.


가장 동의하는 점인데요. 나 자신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좋은 사람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마주치고 싶지도 않은 사람에게 억지웃음을 지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안 해도 된다는 것도 너무나 좋은 점이지요.


134p 사람들이 파이어족이 되기를 원하는 것은 맘대로 살고, 맘대로 쓰고, 맘대로 여행 다니는 삶을 바라는 것이다. 이건 파이어족 생활이 아니다. 진짜 큰 부자의 생활이다.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이어와 부자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음대로 호캉스를 즐기고 호텔 뷔페를 먹고 해외여행을 가는 건 파이어족의 생활과는 거리가 있어요. 이건 그냥 부자의 삶이고요. 파이어족 중에서도 팻 파이어(FAT FIRE)라고도 부르는 부자의 케이스이고, 대부분의 파이어족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 때보다는 검소한 소비를 합니다.


181p 어쩌면 난 일 중독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 중독자에게 파이어족은 만족할 수 있는 목적지가 될 수는 없었다.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또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파이어족은 만족할만한 선택지가 아닐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일 뿐이었고, 스스로의 만족이 중요하지 다른 사람의 인정은 필요하지 않았어요. 저자는 교수로 오랜 기간 재직을 했던 만큼 사회적 지위가 180도, 아니 360도 달라지는 경험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p "행복해졌는지는 모르겠고, 불행감은 분명 줄어들었다." 이게 행복해졌느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파이어를 하면 무조건 행복할까? 개개인에 따라 다를 겁니다.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거다'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불행하지 않은 건 그저 불행하지 않은 거고 행복과는 다르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264p 그래서 난 파이어족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가난한 파이어족은 추천할 수 없고, 돈 있는 파이어족은 본인의 선택이다.


직설적인 표현이라 기억에 남았는데요. 가난한 파이어족은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 월 200만 원으로 생활하더라도 10억 원은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67p 파이어족은 그냥 백수다. 일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일 뿐, 그 실상은 그냥 백수, 한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이어족을 부자 또는 대단한 성취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백수라는 표현도 직설적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요. 은퇴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백수가 맞기는 하니까요.


282p 은퇴 후, 파이어족이 된 후 중요한 건 돈과 진짜 좋아하는 일, 이 두 가지라고 본다.


저자는 파이어족이 된 후에 가장 중요한 2가지를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직장이나 사업을 그만두면 그만큼 시간이 비는데요. 적게는 8시간 많게는 12시간도 훌쩍 넘는 시간이 비게 되는데, 이 많은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가 관건입니다. 시간의 공백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낫토와 계란말이를 먹으며 10억을 모은 '절대퇴사맨'은 지옥 같은 블랙기업에서 탈출하기 위해 처절하게 돈을 모았지만 여전히 회사에 다닙니다. '한국에는 퇴사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10억을 모았다'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어요.


파이어 운동은 정답지가 아닙니다. 무조건 추구해야 하는 목표는 더더욱 아니고요. 대다수는 파이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파이어를 달성한 소수 중에서도 인간관계의 단절이나 성취감의 부재, 인정 욕구, 사회적 지위 등의 다양한 사유로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세계여행을 가고 호캉스를 즐기고 비싼 음식을 먹고, 비싼 차를 구매하는 것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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