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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적으로 크게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전에 스스로의 직업을 ‘문인’이라고 여겼어. 비지에는 글과 조각을 했고, 그림을 그리고 건축을 했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도 화가이자 건축가였지. 그들의 회화(painting, picture)는 건축에서 중요한 설계도 역할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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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에는 그의 나이 24살(1911년) 즈음 5~10월까지 적은 경비로 보헤미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를 두루 여행해. 그 여정을 동방여행 이라고 하는데, 이 여행에서 비지에는 동방여행일기를 써. 여기서 비지에가 건축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건축가로서의 눈을 뜬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하는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도시는 잿더미로 변했어. 뷔지에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빠르게, 더 많은 집을 지어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해. 그러던 그는 Dom Inno House 라는 새로운 발명을 해내어. (Dom은 Domus, 집이라는 어원이고, Inno는 혁신에서 가져왔어. 그래서 Dom-ino가 된거야_. 웬지 돔이노 양식에서는 도미노 피자를 먹으면 맛이 어마엄마 하지 않을까 싶은데, 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질 지는 알랑가 모르겠어.
과거의 건축방식은 벽돌로 쌓아 만드는 조적식이었어. 이를 혁신적으로 전환한 것이 콘크리트의 실용화이고, 그 정중앙에 뷔지에가 있는 거지. 르 코르뷔지에가 근대 건축가로서 처음으로 이룩한 업적,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발전시킨 돔이노 시스템이 그것이야.
1918년 뷔지에는 ‘예술과 자유’라는 모임에 참석하여, 피카소, 아메데 오장팡 등 유명한 큐비즘 작가들을 만나지. 큐비즘은 20세기 초 회화를 비롯해 건축, 조각, 공예 등 국제적으로 퍼져 전파된 미술 운동이고, 세잔(Paul Cezanne)의 3차원적 시각을 통해 표면에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종래 원근 법칙의 기본 원리는 포기하면서 동일한 사물의 서로 다른 측면을 보여 준다고 하는군.
뷔지에와 오장팡은 1919년 “에스프리 누보”(새로운 정신)이라는 잡지를 창간해. 1923년 에스피리 누보에 발표한 자신의 글을 모아 “건축을 향하여”라는 책을 출간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지. 이 책을 읽고 현대건축을 배우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그의 스튜디오로 모여 들었어. 현대건축은 뷔지에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지. 이후 뷔지에가 설계하고 제안한 모델은 모든 건축가들에게 교본이 되었으며 이것은 현대 건축의 ‘교과서’가 되었어.
1929년에는 사보아 저택을 설계해. 사보아 저택은 ‘현대건축의 5원칙’을 완벽하게 구현해 현대식 주거의 이상을 담았어.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졌고, 파리 외곽 푸아시에 사보아 가족의 별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군.
현대건축의 5원칙은
1. Pilotis. 필로티는 지면에서 건물을 띄우는 방식이야. 건물의 1층을 비움으로써 1층을 도시적 공간, 공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이는 요즘 한국의 저층 빌라나 아파트를 보면 쉽게 볼 수가 있어.
2. Roof Garden. 필로티로 띄워서 생긴 1층의 면적 손실을 옥상정원을 통해 휴식 공간으로 만회해.
3. Free Façade. 과거의 벽돌을 쌓아서 올리는 조적식 건축물은 외벽(파사드)이 건물을 지지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파사드 디자인에 한계가 있었어. 하지만 철근 콘크리트 기둥을 사용하면서, 파사드, 즉 건물 전면의 원하는 곳 어디에나 문과 창을 자유롭게 그려넣게 된 거지.
4. Free plan. 자유로운 평면.
5. Horizontal Window. 가로로 긴 창. 조적식 건축방식에서는 창문을 수직으로만 확장할 수 있었으나, 돔이노 방식을 적용하면 창문을 수평으로 확장하는 것이 가능해.
뷔지에는 완성된 건물의 비례를 검증하는 ‘규준선’이 건축설계 단계부터 미리 적용되어 체계화되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그는 우선 조각과 회화에서부터 비례를 찾는 연구를 하기 시작하지. 그 생각은 결국 모듈러를 발명해내는 계기로 발전했어.
뷔지에는 추앙하는 자들과 비난하는 세력 사이 언제나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었다고 해. 그러던 찰라, 그는 1930년 파리 재생 프로젝트 ‘부아쟁 계획’을 공개하지. 파리 부아쟁 계획은 ‘300만 거주자를 위한 현대 도시’ 개념을 파리라는 실제 도시에 적용한 것이야. 부아쟁 계획은 프랑스 정부의 반대로 결국 실패 했어. 하지만, 대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저비용 고층 아파트 모델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갔지.
건축가로 한창 명성을 쌓아가던 르 코르뷔지에는 문득 ‘사람이 살기에 가장 적당한 집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해. 그는 모듈러라는 수치를 고안해내기에 이르러. 사람이 살기에 가장 편안한 최적의 수치를 만들어낸 것이지. 1947년 디자인협회 회의에서 처음으로 모듈러 이론을 발표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거리에는 집이 없는 사람들이 넘쳐났어. 뷔지에는 이러한 시대의 어려움을 건축으로 해결하고자 모듈러 이론을 적용해 콘크리트 구조의 대규모 공동주택인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1945년 Marseilles, 프랑스에 지었어. 세계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라고 해. 사실 다비타시옹이 인상적인 건 요즈음의 주상복합 아파트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점이야. 안에 편의시설이 다 있어. 수영장부터 해서 아이들 놀이방, 유치원, 체육관, 도보 경주트랙, 계단식 소극장 같은 것들 말이지. 영상을 찍지 않은 게 살짝 아쉽네.
유니테 다비타시옹과 비교되는 한국의 최초 주상복합 건물로는 세운상가가 있어. 세운상가 설계자 김수근 건축가는 다비타시옹을 원용(인용)했다고 해.
또 하나의 인상적인 건축물은 1950년 롱샹, 프랑스에 지어진 롱샹 성당이야. 얼핏 보면 흰 건물 위로 대형 쿠션 얹어 놓은 것 같기도 해. 이 성당이 막상 완공되었을 당시에는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네. 하지만 이 성당은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세계문화유산으로 손꼽히는 곳이야.
르 코르뷔지에는 자신을 상징하는 것처럼 ‘손’의 형상을 매우 소중히 했어요. 뷔지에의 장점 중 하나는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에요. 그의 일생은 열려 있는 큰 손과 같았어요.
르코르뷔지에는 말년에 살았던 4평짜리 작은 집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세계문화 유산이야. 뷔지에가 평생을 통해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압축한 곳으로 우리에게 ‘집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