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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er Aug 11. 2017

20170811 엄마 소원들어 드리는 것에 대한 고난함

엄마가 유럽에 가본적이 없다. 12년 전,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등록금을 환불받고 이 돈으로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엄마는 내가 환불 받은 등록금으로 유럽을 갔다가 온다고 하자, ‘엄마도 유럽 안 가봤는데 너가 가느냐’ 하면서 다그치기도 했다. 당시에는 엄마가 갈 기회가 곧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기적이고 철이 안 들어서 내가 환불 받은 학교 등록금이니 내가 가겠다고 우겨서 엄마가 가지 못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 뒤로 12년째 엄마는 유럽에 가지 못하고 있다. 여태껏 땅콩항공을 타면서 적립한 마일리지를 합산하니 8만 마일리지가 조금 넘는다. 1년 이상 사용을 하지 않아서 정지되어 있던 엄마의 대한항공 계정을 휴면 해제시키기까지 했다.  엄마도 마일리지가 1만 즈음 있다. 내 마일리지를 엄마한테   모두 주면, 엄마는 유럽을   보너스 항공권으로 다녀올 수 있다. 


   가족에게 마일리지를 기증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 전산상에 가족 구성원이 등록이 되어 있어야 되는데, 이게 인터넷 상, 지점 방문, 팩스로 가능하다. 엄마는 인터넷 사용이 능숙하지 못하고 팩스 사용도 어려울 것이다. 엄마가 가족관계 증명서는 동사무소에서 문제없이 뽑을 수 있으나, 강서 김포공항까지 직접가거나 서울시청까지 직접 내방을 해서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하니 출국하기 전에 왜 그것들을 안하고 나갔는지 나를 성토한다. 


   출국 전날 엄마와 항공권을 예매하기 위해서 엄마에게 꾸준히 전화했으나 당일에는 시간이 안 맞았던 것, 중국에서 동남아로 내 항공편이 제법 급격히 변한 것, 그리고 유럽 항공편을 출국하기 전에 하면 되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이 출국하기 얼마 전에 순진한 생각이라고 깨달은 점, 목요일보다 금요일부터의 비행기 가격들이 비쌌다는 점과 같은 면면들을 하나하나 엄마한테 다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행오자마자 반나절 가까이 엄마를 어떻게 유럽에 보내드려야 할지 노력하는 내게 성을 내서, 목소리 높이지는 말라고 부탁을 하게 된다 . 엄마가 3g폰을 사용하다보니 카카오톡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막상 방콕 여행와서 어떻게 엄마와 연락할 수 있을지. 라인, viber, 유니콜 국제전화, 스카이프와 같은 온갖 어플리케이션을 깔아서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국제전화카드 구매를 시도했다가 실패를 하기도 했다. 결국, 


 하루  반나절 가까운 시간을 끙끙댄 결과 방콕 카오산 로드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사용이 가능한 국제전화카드를 구매하고 나서야 엄마랑 전화연결이 간신히 되었다.   아직 엄마의 유럽 항공권을 예매하지 못해서 끝이 난건 아니지만, 전쟁으로 치자면 전초전참 제대로 치룬 느낌이다. 인천공항에서는 이어폰을 잃어버리지 않나. 얼핏 보면 여행길부터 다사다난해보일 수 있지만,  어제 글에서 썼던 것과 같이 길조도 있다. 난 운은 각 개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여태까지 살면서 전반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보고, 앞으로 운이 좋을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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