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표는 간경화, 간암이 오는 것을 최대한 미루는 겁니다."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간 검사를 받으러 갔더니 의사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순간 띵해졌다. 간경화와 간암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오는 속도를 최대한 미루고 늦추는 것이 목표라니. 이에 대해 의사에게 차마 되물을 수 없었다. 무서웠다.
병원에서 나온 후,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인생의 제1막을 내리고 제2막을 여는 이를 보며 나는 슬프고 그리웠다. 서로의 1막 1장쯤은 함께 한 이 곳에서 나는 아직 살아가고 있으니. 그저 그의 1막이 즐거웠길, 그가 올릴 2막은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을 더했다.
이어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잘 죽고 싶다.'
삶을 영위하는 방식과 공간이 바뀌는 순간이 언제 오는지 아는 것은 내 능력 밖이다.
너무 당연한 것인데, 이 사실이 두려웠다. 그런데 두려운 것은 두려운 것이고 바꿀 수 없는 건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겠다고 새삼스레 마음먹었다.
잘 죽어야겠다. 그러니 잘 살아야겠다.
우리는 전부 죽음의 방향으로 걸으며 살고 있지 않은가.
대단하고 거창한 마음을 먹는 건 부담스럽고,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가치있게, 조금 더 의미 있게, 조금 더 즐겁게, 더 많이 사랑하며 죽음을 향해 당당히 걸어야지. 그렇게 잘 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