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에서 스물한 살, 막 성인이 되어 멋도 부리고 싶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때, 나는 진물로 인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퉁퉁 부어 있는 거울 속의 나를 바라봐야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서 진물이 흐르고 굳고를 반복하였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괴물의 형상인 것 같았고, 어딘가에 앉으면 엉덩이와 허벅지에서 흘러나오는 진물이 바지에 다 묻어 마치 실수를 한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 밖을 나가기가 불편했다. 내가 스스로 인정하는 나의 장점이 많지 않은데, 그럼에도 꼽을 수 있는 장점들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표정과 말, 행동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잘 느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예쁜 장점으로 인해 이때의 나는 많이 무너졌었다.
이런 나를 구하기 위해 내가 택한 방법은 세뇌였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인지 찾았다. 누군가는 정신승리라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그저 아픔이나 고통이 아니라 나의 긴 인생에서 유의미하고 가치 있는 순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건 환경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진짜 나를 사랑하는 공부"를 찾았다. 어떤 내 모습도 사랑하기로 다짐했다.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나 자신을 세뇌시켜야만 내가 버틸 수 있었던 때, 내가 찾은 공부에 매진하다 보니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힘들 때는 그냥 내 마음을 풀어낼 글을 썼다.
"온몸의 진물이 내 마음까지 흘러왔다. 온몸은 아직도 상처들로 타 들어가는데 마음에 흘러온 진물들은 굳어지고 또 굳어져 나는 어떤 감동, 어떤 재미에도 동하지 않았다.
늦은 밤, 옆에서 지쳐 잠든 어머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솔아진 줄 알았던 마음의 상처가 터지기 시작하더니 나는 끝도 없이 저 아래로 내려갔다. 그 감정을 참을 수 없어 온몸의 상처를 다 드러낸 것도 잊은 채 현관문을 열어 겨울바람을 맞았다.
춥다. 뼈가 시릴 정도로 춥다. 무서운 생각들이 나를 감싸 그 무엇도 나를 말리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춥다. 느껴지는구나. 추위가 나를 말린다. 차가운 공기가 나를 안는다. 아직 내가 살만 하구나. 그래 아직 살만 하구나."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나아가다 보니 나를 살린 겨울이 지나고 또 한 번 살아갈 봄이 찾아왔다.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바람과 하얗게 핀 벚꽃에서 나는 어떤 감동, 어떤 재미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봄도 나를 살렸다. 그때 당시 적었던 글을 보며 법적으로는 어른이나 아직은 어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학생의 감성이 오글거린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대견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용기를 주는 것만 같다.
너는 참 강하고 단단하다고.
모든 계절이 너를 살리고 있다고.
그리고 이제 네가 만끽할 봄이 오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