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낳을까요? 말까요?

명쾌한 답 없는 이 고민을 하는 첫째 엄마들에게 바칩니다.

by 콩심콩
둘째를 낳을까요? 말까요?




아이를 하나 낳은 엄마들이라면 꼭 한 번씩 가지는 물음일 것이다. 둘째를 낳을까 말까. 사실 나는 처음부터 아이는 둘이 있어야 된다는 똥고집에 이 고민을 하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보면 둘째를 닣을지 말지 고민하는 첫째 엄마들이 참 많다. 이 물음에 대해서 어떤 선택을 하건 각각의 장단점은 너무나 확연히 그려진다. 그래서 더 결정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을 먼저 이야기한다면, 조건부 예스이다. 그 조건이라 함은


첫째, 아빠든 친정엄마든 시어머니든 누구든, 함께 육아를 해줄 적극적인 조력자가 있는가

둘째, 조력자가 없다면 적어도 3년은 내 인생 없다 생각하고 극한 육아를 버틸 자신이 있는가



이 두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부합된다면 조심스레 둘째를 추천하고 싶다.



나 같은 경우, 신랑이 육아에 매우 적극적이고 함께 해왔기에, 남편도 육아가 힘들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육아를 혼자 하고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육아와 가사에 있어서 남편의 역할은 정해져 있다. 내가 요리와 설거지 등 주방일을 맡는다면 남편은 목욕과 청소를 맡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목욕은 모두 아빠와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늘 잠귀가 어둡고 피곤함을 못 이기는 나인지라 아이들 어렸을 때 새벽수유는 모두 아빠가 도맡아 했다. 덕분에 힘들었던 둘째 신생아 때에도 숨은 돌릴 수 있었다. 또, 휴일에는 내가 쉴 수 있도록 남편은 첫째를 데리고 아침부터 해 질 때까지 밖에 나가서 놀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아이 둘을 키우는 일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내가 하나를 수월하게 키웠으니 둘도 문제 없을거야' 라고 만만히 볼 게 아니다. 그렇기에 둘째 낳고 약 3년동안은 누군가가 정말 같이 한다는 마음으로 도와줄 파트너가 필요하다. 아니면, 진짜 맘 단단히 먹던가.




그러면, 둘째 육아. 대체 무엇이 그렇게 힘든가?


나의 경우, 둘째를 낳고 힘들었던 99.9%의 이유는 큰 아이 때문이었. 동생이 태어나고 엄마가 병원과 조리원에 있으면서 큰아이는 엄마와 생전 처음으로 긴 시간 떨어져 있었다. 그것에 대한 충격도 있었을텐데, 갑자기 엄마가 동생이라고 아기와 나타나 자꾸 이 아기를 안아주고 먹여주고 관심가지는 자체가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안 그래도 감정적으로 예민한 아이라, 둘째 낳기 전에도 미리 이야기도 많이 하고, 둘째 보는 책들도 읽어주며 마음 잡기 연습을 한다고 했는데도 그건 씨알도 안 먹혔다. 동생에게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뺏긴 것 같아 질투가 났는지, 갓난 아기 침대에 올라가 쿵쿵거리고, 아기를 꼬집고, 작은 일에도 화가 난다고 블럭을 던지고 물건을 던졌다. 둘째에게 모유수유도 하지 못하게 하고, 유축도 보기가 이상한지 그만하라고 소리소리 질렀다. 심지어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깨물기까지 했으니.. 정말 둘째 100일까지는 집안이 살얼음판이었다.






둘째를 낳고난 후 여러 에피소드들이 참 많았지만 지금도 떠올리면 진짜 눈물날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 작은 아이 5개월, 큰 아이 4살일 때 신랑 회사에 일이 있어서 집에 못 들어온 며칠. 정말 나는 땅굴 파고 들어갈만큼 우울함을 느꼈다. 큰 애의 질투가 하늘을 찌르다보니 아이 둘을 나 혼자 돌보는 자체가 두려웠다. 작은 애를 아기띠로 안고 있으면 큰 아이도 안아달라고 해서 하나는 안고 나머지 하나는 뒤에 업고 다녔다. 잠시라도 한 눈 팔고 있으면 큰 아이가 동생을 때리고 밀쳐서 울리기 바쁜지라, 두 아이를 달래고 떼어놓느라 정신 없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해야할 일은 많은지.. 집에서 살림하랴 애보랴, 귀신같은 몰골을 하고 앉아 좀비처럼 있었다. 스트레스는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아둔 채.. 이런 내 상황을 알고 내 걱정이 되어서 우리집에 온 내 친언니. 난장판이 된 집에 표정없는 내 얼굴을 보고는 너 안 되겠다며 다시 나가서 떡볶이와 김밥을 사가지고 허겁지겁 들어와서는 날 먹이고 아이를 봐주던 그 때. 언니를 잡고 펑펑 울었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 첫째는 혼자서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던 아이였기에, 육아 뭐 할만하네 자만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둘째가 태어나니 첫째와 둘째를 각각 보는 1+1의 힘듦에, 이 둘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작아지는 나의 자존감까지 신경써야하는 플러스 알파의 고됨이 있었다. 왜 다들 아이가 둘이면 힘든 게 2배가 아니라 10배라고 하는지 몸소 깨달았다.




그리고 힘든 것도 있지만, 육아를 하면서 애들에게 미안하단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아이 둘을 돌보면서 나는 분신술을 써서 내 몸을 두 개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책을 읽어주는 것만 해도 아이들이 가져오는 책의 수준이 다르니 한 명은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 많다. 노는 것도 다르니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도 다르고.. 한 명씩 요구하면 좋을텐데 꼭 한꺼번에 엄마를 찾는다. 그리고 정말 무시할 수 없는 점. 앞으로 아이가 커가면서 드는 비용. 특히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아이가 하나라 온전히 서포트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도 사실 한두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둘째를 낳으라고 추천하는 이유는... 일단 존재 자체가 사랑이다. 나의 소중한 두 손가락 중 엄지 손가락은 마음이 쓰이고 안쓰러운데, 둘째 손가락은 그저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귀여워서

오구오구 이쁜 내 똥강아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냥 숨만 쉬고 있어도 예뻐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둘째를 보고 혼자 흐뭇하게 웃고 있다. 사실 둘째를 처음 낳았을 때는 이렇게 예쁠 줄 몰랐다. 첫째보다 얼굴도 찐빵스타일이라 신생아 시절에는 사진을 카톡 프로필에 올리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둘쨰요 녀석의 애교가 장난 아니다. 눈치는 또 얼마나 빠른지, 무조건 엄마 아빠 품에 앵기고 보는 요녀석에게 특히 아빠는 무조건 무장해제다.

그리고 아이가 두 돌부터는 큰 아이랑 소통이 되고, 세 돌이 되니 이제 좀 둘이서 논다. 늘 싸우는 사이이지만 서로 없으면 찾는 형제이다. 둘이 잘 노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고 배부르다. 사실 외동이라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아이의 평생친구를 부모가 해줄 수 있는가' 라고 들었다. 이 부분에서는 확실히 둘을 낳는 것이 큰 장점이다. 무언가 같이 하지 않아도, 한 공간에 함께 있다는 자체가 서로에게 든든하고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특히, 동성이다보니 서로 노는 스타일이 비슷해서 더 잘 논다. 아들 둘이라 우리 집에서는 나 빼고 모두 행복할 것이라고 늘 농담 반 말할 정도로 아이들은 쿵짝이 잘 맞는다.

또 무엇보다도 큰 아이가 주는 행복과 작은 아이가 주는 기쁨은 다르다. 같은 뱃속에서 낳았지만 두 아이는 성향이 정 반대다. 큰 아이는 활발한 대신 꼼꼼하지 못해서 물건을 아무데나 두고 잘 잊어버리는 편이고, 작은 아이는 내성적이고 정적이지만 차분하고 정리 정돈을 잘 한다. 아이가 이렇게 다르다 보니, 키우는 재미도 다르고 부모와 소통하는 느낌도 참 다르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한 아이에게 속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다른 아이에게서 힘과 위안을 받기도 한다. 큰 아이가 주는 듬직함과 작은 아이가 주는 애교가 참 안정감 있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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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이 글이 둘째를 추천하는 글 같지만! 그건 절대로 아니다. 사실 자녀계획은 절대로 남이 훈수둬서는 안 된다. 키워줄 것도 아니고, 살림을 보태줄 것도 아니라면 절대 입도 대어서는 안 된다. 가족들마다 각자 사정이 다른 걸 고려하지 않고 "왜 너는 둘째 안 낳았니" "너네 형편에 무슨 애들을 그렇게 낳았니" 라고 말하는 건 진짜 실례다.그리고, 외동 엄마들에게 "둘째는 언제 낳을 계획이에요?" 라고 물어보는 것도 비매너이다. 그런 주변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부담으로 다가오기 쉽다. 그저 계획은 가족 사정에 맡기되, 이 글을 보고 다양하게 고려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인 거다.

한 번, 주 양육자인 엄마와 아빠가 장단점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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