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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심콩 Sep 29. 2020

엄마, 책이 좋아요!

책 싫어했던 엄마가 책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 노하우



아직도 생각난다. 나 어렸을 때, 초등학교에 책 전집을 판매하던 아저씨들이 재미난 책들을 홍보하며 신청서를 반 친구들에게 나눠준다. 참 재미있어보였는데... 나도 신청서를 받아서 엄마에게 줬지만.. 역시나 바로 쓰레기통 행이었다. 부유하지 않은 형편에 알뜰하신 우리 엄마 스타일 상, 당연히 그런 책은 살 수 없었다. 윗집 친구네 집에서 봤던 그 전집들. 그리고 그걸 참 부러워했던 어린시절 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렸을 때, 나는 꽤나 공부를 잘 했었다. 그런데 책은 읽지 않았다. 솔직히 책을 어디서 어떻게 구해 읽어야하는지 몰랐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있던 전집은 위인전 한 질이 전부였고, 책을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사실 무슨 책이 재미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니 엄마에게 책을 사달라고 조를 리도 없었고, 도서관에 가더라도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은건지 고를 줄도 몰랐었다. 아니, 필요성 자체를 전혀 못 느꼈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책을 많이 읽었던 때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께서 책 한 권 읽을 때마다 스티커를 주셔서 모아오면 선물을 주셨던 것 때문에 잠깐 학급 문고의 책들을 매일 읽었던. 그 정도?




책 읽기가 좋은 건 알겠어, 근데 무슨 책을 읽어야하지?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내니 중 고등학교때에는 더 책 읽을 시간이 없었고, 책 읽는 습관도 생길 리가 없었으니 책과는 아예 담을 쌓고 살았다. 그저 공부에 매진하다 드디어 결전의 그 날. 수능시험! 언어영역 지문을 읽는데.. 정말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래도 내가 문과이고 수학보다는 국어머리라고 생각했는데.. 몇몇 문제의 지문이 안 읽혔다. 무슨 내용인지 흐름 잡기가 쉽지 않았다. 


' 분명.. 모의고사, 문제집으로 많이 읽고 단련했는데...왜 흐름이 안 잡히지? 무슨 내용이지? 

하아.. 그동안 내가 헛 공부를 한 건가..'  자괴감이 들었다. 


입시 기간을 지나고 나서 한참 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글을 읽은 후 그 속에서 문맥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진짜 국어 공부를 한 게 아니었구나.

문제집 붙들고 문제 풀이 하는 게
유형 파악과 시험 연습은 될 수 있지만
그 방법으로 진짜 국어 실력, 독해력은
쌓아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구나.

   



그제서야, 어른들이 말하는 책의 위력을 알았다. 아니 꼭 책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글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게 학습에 있어서는 중요하구나 하고 깊게 깨달았다. 그래서 사실, 내가 책을 더 많이 읽었더라면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도 가끔 한다.



암튼, 시간이 흘러 요즘 나는 태어나서 제일 많은 책을 읽고 있다. 일단 주로 보는 책은 재테크 서적. 재테크는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서 책 읽기를 시작했는데, 보다보니 참 재미있다. 처음에는 부동산, 경매 관련된 책을 읽다가 요새는 주식, 거시경제 관련 책들로 범위를 넓혀서 읽다보니 책 속의 정제된 지식이 인터넷에 떠도는 지식들과는 무게감이 달랐다. 새롭게 배우는 게 많으니 참 재미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쪼개 책을 읽다보니 습관이 되어서 요새는 책을 한달에 3~4권 정도 읽는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가 아기 때부터 내 나름대로 이 방법 저 방법 써가며 노력했고, 덕분에 지금 큰 아들은 7살, 둘째는 4살. 아직까지는 책을 너무 좋아하고 있다. 사실 아이가 혼자서 책 읽는 것만 봐도 그저 배 부르다.


우리 아이들은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는 날을 기다리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당장 읽어야 속이 후련한, 책 사랑이 못 말리는 아들들이다. 그래서 도서관 다녀오는 날이면 장 보느는 카트에서도 책 읽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한 달 마다 파티하는 날 갖고 싶은 선물을 물어보면 책을 이야기한다. 


 아직 아이가 어리지만, 이 정도로 책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솔직히 나의 노력이 절반은 이상 된다고 자부한다. 그만큼 내가 공을 많이 들였다. 나만의 비법을 간단하게 써 보자면!



티비, 스마트폰 없애기

일단 아이를 심심하게 두었다. 시간 잡아먹는 귀신 티비는 아이 둘을 낳고나서 바로 안녕. 아이들은 처음 태어나서부터 티비는 엄마가 가끔 영어 틀어줄 때만 사용하는 거라는 걸 인식하고 있어서 큰 저항은 없었다. (오히려 애 아빠가 제일 힘들어 했을 뿐) 티비나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떼어놓다보니 아무래도 놀 게 한정적이다. 장난감도 매일 바꿀 수 없는 노릇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 동화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손 뺃을만한 곳에는 늘 책을 두고, 책 들이밀어 주기

아이가 접하는 책과의 진입장벽이 낮도록 항상 집에는 책이 있었다. 집 거실에 책장이 있고, 외출할 때마다 스마트폰대신 미니북들을 들이 밀었다. 그리고 아이가 관심이 없을 때에도 뭔가 멀뚱히 있는다 싶으면 책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아이의 연령대에 맞는 책들이 항상 집에 있었다. 그래서 철 지난 책들은 얼른 정리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책들을 열심히 조달했다. 물론 방법은 중고매매 또는 도서관에서. 정말 열심히 실어 나르고 읽어주었다. 



베드타임 독서. 더할나위없이 최고의 방법

베드타임 독서. 이건 정말 효과가 좋았다. 매일 밤마다 정말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책을 읽어주었다. 그러다보니 습관이 되어서 아이도 이 시간에 책을 읽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엄마와 함께 누워서 엄마 목소리를 듣는 편안함을 즐기는 듯 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매일 9시만 되면 읽을 책을 가지고 방으로 오는 아이들이다. 정서적인 면에서도 참 강추!



주말에는 도서관으로 나들이를!

주말에는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자주 간다. 일단 아이들이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에 가는 걸 즐겨하고 재미있어 한다. 어린이 도서관은 대부분 도서관 옆에 산책코스나 놀이터 등등이 있어서 간 김에 실컷 야외에서 놀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가서 아이들이 책을 골라서 가져오면 아이의 취향을 파악하기에도 좋고, 아이가 직접 골라오는 책을 확실히 더 잘 읽는다. 나들이 갈 곳을 고민한다면 도서관이 최고!




책을 많이 읽는 나이 대가 우리 아이들처럼 영유아 시기라고 한다. 아직 큰 아이가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았다 보니 지금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 잘 읽는다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는 습관이 자연스레 형성이 되었으면 하는 게 엄마의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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