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이 죄가 되는 순간
지난 한 주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계엄, 탄핵, 그리고 시민들의 발견.
내가 가입한 두 개의 네이버 카페가 있다.
한 카페는 열성적으로 현 시국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분노하고 참여하는 글들로 가득 채워졌다.
또다른 카페는 누군가 현 시국에 대한 글을 올렸다가 비난의 댓글 매를 맞고 사라졌다.
현 시국에 대한 글,
벌어진 사안에 대한 분노의 표현과 함께
국민 80프로가 그러하듯 탄핵찬성에 대한 지지표명의 글이었다.
그러나 그곳의 회원들은 청정카페에서 정치얘기 하지 말라는 비난의 글로 그 글을 비난했다.
그 후 그 카페에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여행, 옷, 쇼핑, 교육 등등의 글들로 아주 청정하게 채워졌다.
이상했다.
두 카페의 회원 연령, 구성원, 사는 지역등등은 거의 동일했다.
정치얘기, 싫을 수 있다. 지겨울 수도 있다.
여기저기서 같은 얘기 뿐이니 피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벌어진 어마어마한 일들을 겪고도 그럴 수 있나?
청정하게 가꾸고자 하는 그 카페에 올라오는 소소한 일상들이
과연 정치와 그렇게 무관하다고 할 수 있나?
정치는 삶이다.
만약 계엄해제가 되지 않았다면
우리의 일상은 송두리째 무너졌을 것이다.
당장 원화가치가 떨어지니
그렇게 자주 올라오는 해외여행 자랑글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명품 가방 가격도 올라갈 거고,
그렇게 소중한 자녀들의 해외 어학연수가 어려워 질 수도 있다.
국내 주식 시장은 천정부지로 하락하는 중이고
그것을 막겠다고 세금을 쏟아 붓고 있다.
당연히 그동안 의식도 하지 못 한 채 받아오던 혜택들은 줄어들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제적 가치는 하락할 것이다.
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먼저 힘들어질 것이고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나이거나 나와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다.
계엄해제가 되었으니 이제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해외 언론들이 쏟아내는 기사들을 보면
절대 괜찮다고 할 수 없다.
어마어마한 짓을 벌인 대통령은 아직 그대로고
그 대통령과 한 배를 탄 세력들이
그 대통령의 할 일을 대신 한다고 나서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의견은
'한국은 아직 위험하다.'이다.
벌써 대한민국은 여행 위험 국가가 되어 있다.
정치권의 결정에 따라 내 일상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들은 우리의 삶을 쥐고 흔들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 권력은 국민이 주었으나
그 세력은 국민이 우습다.
왜냐하면
정치가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직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 추운 날 거리에 나와 목이 터져라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고 외치는 함성 따위야
조금만 참으면 차차 사라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민의 무관심을 먹고 산다.
그들은 국민의 무관심의 관대함을 믿는다.
그들은 그래서 지금도 걱정없이 행복할 것이다.
아마도 권력은 영원히 그들의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도 그들을 지지하는 15%가 있고
그리고 더 많은 무관심한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리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도 겁먹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 생각할테니까.
이쯤되면
지금의 이 사태가 과연 그들만의 죄라고 할 수 있을까?
절박한 사람들이 추위와 싸워가며 거리로 나설 때
멋진 까폐 얘기, 여행 얘기, 일상의 그 알량한 소소한 즐거움으로 시시덕 거리고 있을 그 사람들은
정치가 나라를 나락으로 몰아가도 과연 그 일상을 누릴 수 있을까?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들의 무관심이 저 세력들의 먹이라고.
그리고 당신들의 무관심으로 이 나라는 절망으로 빠져들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