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38. 선물



우리 옆 집 제이슨 네에 닭과 개와 강아지가 있습니다.

린은 그간 숱하게 제이슨 네 닭 꽁지를 작대기로 때리고 다녔습니다.

개와 강아지는 엄마와 아들 사이입니다.

린은 그 아들을 안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다가 마당에 있는 큰 파이프 속으로 그 녀석을 쑥 밀어넣고는 반대편으로 잽싸게 뛰어가 강아지가 나오기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아들이 낑낑거리고 그 속을 빠져나오면 박수를 치며 그 녀석을 안고는 다시 또 그 파이프 속으로 밀어 넣는 겁니다.

혹시 자기들도 그 아들 꼴이 될까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닭들은 아예 멀찌감치서 구구거렸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엄마는 밤 사이 암탉을 두 마리나 잡아 먹습니다.

린이도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엄마, 개가 닭을 먹을 수 있어?”


저는 대답 대신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린, 너는 닭을 먹을 수 있니?"


제이슨 네에 살던 암탉 두 마리는 그렇게 떠났고 린이 때문에 자주 어두운 파이프 속을

헤매야 했던 그 아들 녀석도 다른 집으로 떠났습니다.


그 사이 꽁지를 맞고만 다니던 수탉들이 어엿해지고 부리부리해졌습니다.

린이는 수탉을 향해 들곤 했던 작대기를 내려놓아야 했고 되려 쫒아오는 수탉을 피해 다녀야만 했습니다.

린이는 다른 재미를 찾아야만 했지요.


그 때, 어스밀라 누나가 있었습니다.

닭 꽁무니를 쫒아다니던 린이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던 그 어스밀라 누나.

어스밀라와 말을 섞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둘이 같이 집으로 왔습니다.

저는 어스밀라와 린이를 위해 사과를 예쁘게 깎아 접시에 담았습니다.

두 사람이 사이 좋게 나눠 먹도록 자리도 피해주었습니다.

사랑의 선물로 제게 안겨주었던, 린이가 아끼고 아끼던 헬로카봇 자동차가 

어느 새 어스밀라 손에 들려 있지 않겠습니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요,

하루 이틀 사흘... 어스밀라가 우리집에 뻔질나게 드나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너무 궁금해서 그만 묻고 말았습니다.


"최 린, 어스밀라 누나가 그렇게 좋아?"


린이가 정색을 하고 저를 봅니다.


"엄마!

내가 어스밀라 누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어스밀라 누나가 나를 좋아한다고욧!"


아, 그렇습니까?











이전 07화 37. 멋진 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