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렇습니까 1

서서히 어엿해지고 부리부리해졌습니다


우리 옆 집 제이슨 네에는 개와 강아지 그리고 닭이 있습니다.

개와 강아지는 엄마와 아들 사이입니다.

린은 그 엄마와 아들을 모두 좋아하였습니다.

특히 아들을 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마당에 있는 이 미터 남짓한 큰 파이프 속으로 그 녀석을 쑥 밀고는 반대편으로 잽싸게 뛰어가는 놀이를 좋아했습니다.

아들이 낑낑거리고 그 속을 빠져나오면 박수를 치며 그 녀석을 안고는 다시 또 그 파이프 속으로 밀어 넣는 겁니다. 혹시 자기들도 아들 꼴이 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닭들은 아예 멀찌감치서 구구거렸지요.

린은 그간 숱하게 제이슨 네 닭 꽁지를 작대기로 때리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엄마는 밤 사이 암탉을 두 마리나 잡아먹었습니다.

린도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엄마, 개가 어떻게 닭을 먹을 수 있어?”

"린, 너는 치킨을 어떻게 먹니?"

"아 참! 나도 치킨을 먹지"


그렇게 암탉들은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느 날 강아지도 다른 집으로 떠나갔습니다.

암탉마저 잃고 맨날 그 엄마에게 쫓기기만 하던 수탉들이 어느덧 서서히 어엿해지고 부리부리해졌습니다.

린은 꽁지를 때리고 다니던 작대기를 슬그머니 내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급기야는 수탉을 피해 다녀야만 했습니다. 린은 다른 재미를 찾아야만 했지요.

그때, 어스밀라 누나가 있었습니다.

닭 꽁무니만 쫓아다니던 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던 그 어스밀라 누나.

어스밀라 누나와 말을 섞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누나와 함께 집으로 왔습니다.

저는 어스밀라와 린을 위해 사과를 예쁘게 깎아 접시에 담았습니다.

두 사람이 사이좋게 나눠 먹도록 자리도 피해 주었습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사랑의 선물로 제게 안겨 주었던 린이가 아끼고 아끼던 헬로카봇 자동차가 어느새 어스밀라 누나 손에 들려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하루 이틀 사흘... 어스밀라 누나가 우리 집에 뻔질나게 드나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너무 궁금해서 그만 묻고 말았습니다.


‘최 린 구릉, 어스밀라 누나가 그렇게 좋아?’


린이가 정색을 하고 저를 봅니다.


‘엄마!

내가 어스밀라 누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어스밀라 누나가 나를 좋아한다고욧!’



아,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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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밀라 누나와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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