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버지에 그 아들

욕하다

앞집 옆집 동네 꼬마들이 매일 우리 집에 옵니다.

오늘은 드디어 세 살을 갓 넘긴 먼딥도 왔습니다.

몇 권 안 되는 책이지만 초록색은 한글책, 파란색은 영어책, 주황색은 네팔어 책으로 구분해 린이와 함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먼딥은 일 나가는 엄마 대신 같이 사는 고모가 데려왔는데 파란색 번호가 붙은 바닷속 그림책을 보곤 기겁을 합니다. 바다를 본 적 없는 네팔 아이, 먼딥입니다. 바닷소리도 소리지만 큰 집게가 있는 가재나 날갯짓이 큰 갈매기가 마치 진짜처럼 있는 입체감에 어깨를 으쓱하며 저더러 넘겨달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놀러 오면 린이가 제일 신나지만 저도 좋습니다.

늘 아이들이 드나듭니다.

장난감은 어쩌다 놀이 도구가 될 뿐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저는 가끔 잔소리를 하거나 간식을 챙겨 줍니다. 그러다 위험에서 구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저희들끼리 잘 놉니다. 아이들답게 돌아가며 울고 불고 고함을 지릅니다. 그리곤 금방 또 같이 잘 놉니다. 유일한 여자인 엉기따는 제게 와 일러바치고 싶어 안달입니다. 얼마 전 저희들끼리 노는 소리를 듣고 혼자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 린이가 뭘 잘못했는데 그때 쌈랏이 엉기따에게 린이 엄마한테 가서 이르자, 그리고 한 대 때리라고 하자, 라 얘기했고 엉기따 대답이 린이 엄마는 안 때려, 라나요. 눈웃음이 참 예쁜 엉기따는 남자애들 사이에서 힘으로 밀리기도 하고 머릿수로도 밀리기도 하는데 제게 와 미주알고주알 말하고 싶어 합니다 아주 중대 사안(?)일 경우는 들어주지만 대부분 가서 이야기해서 풀도록 되돌려 보내면 엉기따는 못내 아쉬워하며 돌아서지요 아쉽게 돌아간 엉기따는 다시 따지기도 하고 중재자가 되기도 합니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고만고만한 네 녀석이 떠들면 시끄럽기가 짝이 없지만 아웅다웅 매일 다른 놀이를 재미있게 만들어 내는 아이들이 보기 좋습니다.


그런 어느 날, 좀 색다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린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벌여졌습니다. 한참 위인 어제이까지 합세했는데 어쩐 일인지 린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 표정입니다. 제이슨이 제일 큰 형 뻘인 어제이에게 말합니다.


'린이가 욕을 했어.'

'너네들 몰랐지, 사실은 린이가 어제도 욕을 했어.'

쌈랏이 거듭니다.

'나도 들었어'

그런데 린이는 정작 덤덤합니다.

팔짱까지 끼고 어깨까지 으쓱거리며 그게 뭐가 잘못되었냐는 듯 입을 삐죽거리며 실실 웃습니다. 믿는 구석이 있나 봅니다. 너네들은 차마 못하는 욕, 나는 할 수 있어, 뭐 그런 표정입니다. 저는 듣고 보기만 할 뿐 끼어들지는 않았습니다. 이래저래 이야기가 오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또 엉켜놉니다. 그날 밤, 린에게 그 욕을 어디서 들었는지 물어봤습니다.


오 역시!


'아빠한테, 그리고 삼촌한테'


역시 예상 대로 제 아빠와 삼촌한테 들은 게 맞았습니다. 불알친구들끼리 모이면 욕을 섞어 이야기하곤 하더니 결국 린이가 다 듣고는 따라하고 만 것입니다.


' 린아 이제부터 그 욕은 친구들한테는 하지 마'

'싫어, 할 거야 흥!'

'딱 두 사람한테는 그 말을 할 수 있어'


그게 누구냐며 린이가 눈을 똥그랗게 뜹니다.


'누구 누구한테 할 수 있는 거야?'

'아빠하고 삼촌! ok?'

'ok!'


그 욕인 즉 '빠글 만체' 바로 미친놈, 돈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