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큰 소를 우리가 먹잖아
옥토넛이라는 만화를 마르고 닳도록 본 덕분에 린이는 암흑층, 심해층이라는 어려운 단어도 쓴다.
나는 사실 바다를 잘 설명할 수는 없는데 다행히 린이는 뜻은 묻지 않은 채 대화에 이런 단어를 사용하곤 한다.
얼마 전, 대엿새 장염을 앓아 그 좋아하는 밥도 못 먹는 린이가 불쌍하다며 린의 꼬임에 제 아빠가 넘어간 적이 있었다.
기회에 매우 강한 린, 그런 린이에게 매우 약한 아빠 커겐.
커겐은 마음이 진짜 약하다.
크리스마스에도 눈독을 들였으나 실패했고 두 달 뒤에 있었던 생일에도 실패했던 그 낚시 놀잇감을 린이는 결국 장염 덕분에 손에 넣었다.
그러나 허술하기 짝이 없던 그 낚싯대가 망가진 것은 겨우 사나흘 뒤였고 플라스틱 물고기들도 대부분 반쪽이 되어버렸다. 연두색의 새우도 무사할 리 없었다.
오늘 그 연두색 반쪽 배만 남은 새우가 밥상 위에 올랐다.
'새우는 작은 거 먹고살아.'
마치 밥상이 바다나 되는 듯 반쪽만 남은 새우를 손에 잡고 린이는 헤엄치는 흉내를 냈다.
'그렇지 자기보다 작은 걸 먹을 수 있으니까.' 나는 친절하게 맞장구를 쳤다. 린이가 또 말한다.
'진짜야. 새우는 작은 것만 먹어.' 나는 또 맞장구를 쳤다.
'이렇게 작은 새우가 엄청 큰 고래를 어떻게 먹을 수 있겠어. 다들 자기보다 작은 걸 먹을 수 있는 거야!'
.............
말하고 나니 좀 아닌 거 같다.
'아니네... 사람보다 큰 소를 우리가 먹잖아. 우리 소고기 먹잖아 린아?' 린이가 나를 본다.
'사람이 뭐냐 린아?'
린이의 대답이 역시 걸작이다. 짜식, 요새 영어를 좀 배우더니 뭐야, 영어로 대답하는 거야.
그 대답인 즉 '애니멀스'였다.
짧은 시간 깊은 이야기가 오갔다!
추신 ; 사람도 동물임을 깊이 인식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