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임대'

by 최무난

야심한 시간에 동네 길거리를 걷고 있으면 이 동네 유독 마음을 무겁게 하는 단어를 안긴 상가들이 눈에 밟힌다. ‘임대’라는 단 두 글자. 단 두자를 안았어야 할 상가 주인들은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을까 감히 헤아릴 수 없다. 잘 될 거라는 희망찬 기대감이 밝아야 할 상가들의 불빛을 꺼뜨리고야 만 것만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평소에 내 잘못된 습관을 하나 고르자면 무엇을 하든지 항상 기대를 많이 하는 편이다. 출근 전 날부터 문자를 받으면 나도 모르게 ‘내일은 혹시 야리끼리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진 채 출근을 하고 출근을 하고 나면 '오늘은 이 일만 하면 빨리 끝내주나?'라는 기대를 가진 채 일을 시작한다.


기대를 품고 한 시간 두 시간 지나 주어진 일을 끝내고 '아이고 잘했어요' 마냥 칭찬을 듣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소장에게 달려가 기쁜 마음으로 보고를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쁨을 숨기지 못해 약간의 미소를 띠고는 소장의 답변을 기다린다. '그럼 그렇지' 헛된 기대였다. 당연한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만큼은 하늘이 무너져 마음을 짓누르는 것만 같다. '오늘은 아니구나'


그럼에도 때때로 기대하지 않았을 때 뜻하지 않은 선물이 찾아오곤 한다.


기대를 품는다지만 상황을 보면 빨리 끝날 것 같은 현장이 보이고 그렇지 않은 현장이 보인다. 그렇지 않은 현장에 들어갔을 때는 '에이 오늘은 집에 빨리 가기는 글렀네' 애초에 기대를 저버린 채 묵묵하게 일을 진행한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말이 내게 들려오는 날이 생긴다. '오늘 수고하셨어요. 이쯤 하고 정리하시고 집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맙소사...! 그럴 때면 순간 마음을 짓누르던 하늘이 다시 하늘을 뚫어 내 기분의 고점을 넘기는 것만 같다.


나는 보통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으면 재빨리 정리하고 인사를 건네고는 집으로 도망간다.(도망이라는 단어에 나쁘게 보일 것만 같은데 정말 도망치듯 간다.) 혹시나 어물쩡대다 갑자기 잡혀버릴까 봐서다. 소장이 흔쾌히 빨리 끝내주겠다는 감사한 마음을 거절을 할 순 없는 일이다.


다만, 이런 달콤한 선물은 그만큼 대가가 따른다. 기대를 하든 기대를 하지 않았든 내 몸을 갈아 넣지 않으면 보상은 어느 때에도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제저녁 걸었던 조용한 거리를 다시 떠올렸다. 상가의 불빛이 밝았을 때의 모습도 떠올렸다. 상가의 불을 밝히기 위해 몸을 갈아 넣었을 사람들이 그려져서 마음 한편에 쓸쓸함이 남았다. 때로는 노력과 열정을 얼마나 쏟아부어야 내가 걷는 거리에 불빛들이 환히 켜질 수 있는 걸까. 나라는 불빛이 꺼진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있을까 싶다. '임대'가 붙은 내가 되고 싶지 않다. 이왕이면 임대를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옆에 두고두고 같이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기대감으로 하루를 기대한다.

keyword
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