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 다 똑같네!
가끔은 한국국적을 지닌 인부가 아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인부들을 만난다. 지금까지 만난 국적으로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이 있었다. 이들은 한국인으로 해도 될 만큼 한국에 대한 배경을 잘 알고 있었고 문화를 잘 알고 있었으며 어쩌면 나보다도 한국말을 더 잘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와 같이 삼겹살에 소주를 좋아하며 치킨에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나는 항상 외국인들을 만나면 가장 좋아하는 음식부터 질문을 던져놓는다.)
다른 국적의 인부들을 만나면 반갑고 재미를 느낀다. 평소에는 혼자 또는 둘이 일해도 지루함이 다가올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보통 소장에게 허락을 맡고 마약을 접한다. (음악이라는 마약...) 그러다 가끔 만나는 다른 나라에서 온 인부? 일단 호기심이라는 놈이 나를 끌어안는다. 어디에서 왔나, 몇 살인가, 어디 사는가. 그들은 질리도록 들었을 질문이었을 것임에 조심히 다가가 보지만 나도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이 똑같은 질문을 툭 던져놓는다.(나도 어쩔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인가 싶다.)
가장 기억에 남은 사람은 러시아에서 오신 불곰을 닮은 형님이셨다. 러시아인이라는 편견인지 덩치가 매우 매우 컸고 팔이 내 얼굴만 했던 것 같다. 덩치와는 다르게 인자한 얼굴에 밝은 미소 맑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고 덩치와는 같게 힘은 어마무시했던 형이었다. 나이가 41살로 내가 언제 러시아 형님을 곁에 둘까 라는 마음에 형 동생 하기로 약속했던 사이이다. 한국에 온 지는 무려 12년이 됐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 직업을 가지기 힘들다 보니 자연스레 노가다판에 들어오게 됐다고 하는데 내게는 늘 퇴근하고 와이프랑 같이 삼겹살에 곁들이는 소주가 그렇게 좋다고 하셨다. 영락없는 한국인이 맞네.
다음으로 기억에 남은 사람은 베트남에서 온 젊은 대학생이었다.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아 한국으로 넘어와서 대학생활을 한다고 했다. 종강할 때면 용돈벌이로 노가다판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러시아 형님과는 다르게 체격은 매우 마른 편이었는데 웬만한 무거운 물건들은 손쉽게 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나보다 동생이었는데 같이 일하다 심심한 틈이 보이면 짬 내서 베트남어를 배워놨다. 베트남을 언제 놀러 갈까 싶어 자연스레 배워놨던 베트남어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말았다.
러시아 형님, 베트남 동생, 우즈베키스탄 친구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에게서는 배울 점이 많았다. 고된 일도 묵묵하게 일하는 모습은 불만 많은 내게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가끔은 모국어로 말하기는 하는데 어쩌면 불만을 털어놓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가끔은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할 때도 있다. 소장은 의사소통하기 편하게 나한테 일을 지시해 놓으면 나는 그들에게 똑같이 설명을 해줘야 한다. 그럴 때면 목소리가 아닌 온몸을 이용해 설명을 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못 알아듣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감히 내가 멋대로 추측해 보자면 그들이 일을 묵묵하게 일을 해야 하는 데는 이유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뉴스에 나온 외국인 근로자 사망건에 대한 소식을 보면 여러 이유 중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내 추측일 뿐이다. 감히 한 마디 더 붙여보자면 그들도 우리나라 우리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람으로 봤으면 좋겠다.
나에겐 늘 하는 말버릇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는 거 다 똑같네!' 잠깐 조금뿐이었지만 내 말버릇이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사람들 사는 거 다 똑같네!'
여행이 아닌 직업으로써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국 사람들 사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다. 소장이 마음에 안 들면 소장 뒷담화를 하고 일이 힘들면 힘들다고 투정 부리고 고된 하루 끝에 삼겹살에 소주를 즐기고 친구들을 만나 치킨에 맥주를 즐긴다. 웃고 울고 마시고 취하고 잠들고 일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