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품은 지게꾼
곰방
대형 장비로 옮기지 못한 자재들을 사람이 직접 짊어지고 운반하는 행동으로 일본에서 넘어온 단어.
자재들로는 보통 타일, 모래, 각재, 합판, 몰탈, 돌, 파이프 등등이 있으며 전에 말했듯이 주어진 자재의 물량만 해치우고 나면 '야리끼리'다. 노가다 중에서 힘과 체력이 매우 중요하며 몸이 힘든 만큼 단가가 높은 작업이다. 곰방이 주어진 현장에 나가면 자재 옮기는 데에만 모든 힘과 체력을 쏟아부어야만 하기에 곰방 외에는 다른 일을 시키지 못하고 시킨다 한들 그 이상의 일을 진행하기 어렵기에 야리끼리일 수밖에 없다.
요즈음 유튜브를 보고 있자면 곰방을 전문적으로 하는 팀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단가가 높고 일도 단순하면서 야리끼리를 통해 자기 계발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전문적인 사람들은 하루에 현장 한 곳만 돌지 않고 오전에 끝나면 오후에 또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자금도 더욱 끌어들일 수 있다.
나 역시 인력 사무실을 처음 갔을 때 '곰방 일 할 수 있어요?'라고 당돌하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처음 나온 젊은 놈이 곰방부터 찾으니 소장님으로써는 어이가 없었을 것 같다.) 꼴에 운동도 하고 나이도 젊었으니 힘쓰고 옮기는 것쯤이야 우습게 보고 무모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지금 내게 '곰방 전문으로 일 할래?'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역시 사람은 경험을 해봐야 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나는 곰방도 기술직이라 생각한다. 힘만 있으면 되는 거 같은데 곰방이 왜 기술직이냐고? 아무리 단순하게 짊어지고 나르기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짊어지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고 내려놓을 때도 이동할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 모래, 몰탈은 그렇다 치지만 타일, 벽돌, 합판 등은 손상이 가선 안되기 때문에 곰방꾼들에게도 나름의 기술이 많이 들어가 있다.
여러 현장을 돌면서 곰방 전문으로만 나간 현장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내 힘만 믿고 팔로 지탱을 하고 몰탈과 타일을 옮겼다. 이게 한 두 번이 아니니까 점점 팔도 지쳐가고 점점 무겁게 느껴지면서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몰탈의 경우에는 무게가 무려 40kg이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팔로만 40kg짜리를 10번 왔다 갔다 한다고 해보자 그것도 계단을 통해서 말이다. 그럼 총 400kg를 옮기는 건데 보통 현장에는 한 파렛트 또는 두 파렛트 이상을 옮기는데 한 파렛트당 50포대 정도 쌓여있다. 총 2000kg을 순수 몸으로만 짊어지고 옮겨야 하는데 팔로만 들고 옮기기에는 엄청난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곰방꾼들에게 주어진 기술이 바로 등짐이다. 등에 몰탈, 타일 등을 짊어지고 옮기는 것인데 확실히 몸에 부담이 덜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보통 문짝이나 대리석 같은 큰 부피의 물건 역시 등짐을 짊으면 무게가 반감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처음 곰방을 할 때는 유튜브에서 등짐을 봤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자니 불편해서 이게 맞나? 싶었는데 현장 소장이 친히 4번의 시범을 보여주고서야 터득한 기술이다.(덕분에 160kg를 덜었었다.)
기술 덕분인지 유튜브에서는 50대 60대 어르신들도 여전히 곰방을 하고 계신 분들을 보았다. 나는 기껏해야 2층이 전부였는데 그들은 건설현장에서 4층 5층을 오르내리락 한다. 그것도 몰탈을 2포대 즉 80kg를 짊어진다. 외에도 타일 3~4장 석고 10장은 기본으로 깔고 간다. (내가 들었던 무게는 그들에게 애교 수준이다.)
그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지켜보고 인터뷰도 지켜보고 하고 있으면 단순 자재가 아님을 느낀다. 집에 있는 가정을 위해 자식을 위해 그들은 무겁기만 한 자재들을 등으로 짊어지고 구부정한 허리를 한 채 두 다리로 강력히 지지하고 하염없이 걷고 오르고 내린다. 그들에게는 자재가 없으면 삶이 안 되는 인생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자재보다 무거울 삶을 등에 짊어지고 걷고 또 걷고 무수한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며 어느 한 곳에 가지런히 내려놓고서 다시 내려간다. 그리고 몇 번이나 했을지 모를 정도로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나는 곰방꾼들을 '삶을 품은 지게꾼'이라 부르고 싶다. 삶의 무게를 단순히 짊어지는 게 아닌 삶을 품은 채 모든 것을 감당하는 한 가장 하나의 지게꾼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