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
과팅, 소개팅 내게는 기억에 남지 않는 단어들이다. 학창 시절부터 여러 일을 해왔던 내게는 대학교 과팅보다는 일이 우선이었고 조용한 성격 탓에 소개팅은 꿈에도 꾸지 못한다.(과팅은 한 번 나가보기나 해 볼 걸 그랬나 싶다. 나이를 먹으니 억울한 일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런 내가 지금은 매일매일 소개팅을 나가고 있다. 소개팅답게(해 본 적은 없지만) 전 날부터 긴장을 하고 내일은 누가 나올지 어떤 사람일지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까지 가득 안은 채 내일을 기다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부터 눈을 떠서 세수하고 옷을 차려입고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소개팅을 맞이한다.
내 주선자를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나도 내색할 수는 없다. 집에 있기를 좋아하고 낯선 이에게 말을 쉽게 못 거는 내 성격상 애프터 신청은 고맙게도 늘 상대방이 먼저 신청한다. '혹시 내일 뭐 하세요?' '내일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럼 내일도 봬요'
내심 스스로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은 좋지만 '아 내일은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싶은데...' 주제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정말 마음에 맞는 사람이 나타나면 자연스레 장기적인 만남을 갖는다.(계속된 만남이 이어지면 쉽게 질려버리는 내 성격 탓에 조심스레 만남을 미루기도 한다. '죄송해요, 다음엔 제가 약속이 있어서요')
주선자는 어떨까? 소개팅을 주선해 준 주선자는 단기여도 그만 장기여도 그만이지 않을까? 어쩌면 장기로 이어진다면 내심 기분은 좋을 것이다. '둘이 잘 맞나?'라는 생각도 들 것이며 장기로 들어갔기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피곤한 일 하나는 줄었을 것이다.
때때로는 이 사람 저 사람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해주는 주선자에게 고맙기도 하면서 서운하기도 하다. '이런 사람을 내게 주선해 주다니' '이런 사람을 나한테 소개해줘?!' 다양한 '이런 사람'들을 만나야 하니 소개를 받는 입장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역으로 소개받아 나를 만난 사람도 '이런 사람'에 속하겠으니 나 역시도 상대방에 대한 예우를 매우 매우 잘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소개팅을 해봤어야 알지...) 어찌나 저찌나 소개팅은 참 어렵다. 마음에 들다가도 한 번이라도 어긋나면 마음이 식고 마음에 안들 가다고 한 번의 호의가 마음에 꽉 찰 때도 있더라. 마음에 맞는 인연이라는 것은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계속해서 소개팅에 나가다 보면 언젠가 내 마음에 잘 맞는 인연이 하나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인연 하나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나는 소개팅에 나가야 할 것이다. 긴장하고 설레면서 내일은 내 인연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