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까는 자들
얼마 전 한창 진행 중인 새만금 전주 고속도로 현장에 도로포장을 위해 포장공으로 일을 나간 적이 있었다.
노가다를 뛰면서 여행을 다니면서 도로를 깔고 있는 롤러차와 시멘트를 쏟아붓는 레미콘 그리고 기계가 닿지 못하는 부분을 직접 발로 뛰며 일하는 포장공들을 보고 있으면 감히 내가 하지는 못할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포장공이라니... 오늘 작업 내용이 '포장공'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한참을 고민했다.(도망... 칠까?)
'그래... 오랜 경력인 전문가들이 있는 일인데 할만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투입하기로 했다. 작업은 총 이틀이 진행되는 작업이었으며, 첫날부터 다음날이 매우 나가기 싫어지는 하루였었다.
아침 7시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 도로 위에 서서 10명 남짓한 작업자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다. 도로 위에 그늘이 어디 있고 앉아 쉴 데가 어디 있을까 설령 앉아서 쉬는 시간이라도 주어진다면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다. 총 10대의 레미콘의 시멘트양을 받아내야 했기에 계속해서 움직여야만 했다. 그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때는 레미콘이 모든 양을 쏟아붓고 다른 레미콘과 교체할 때에나 길바닥에 앉아 쉴 수 있었다.
말했듯이 10대남짓의 레미콘을 계속해서 받아내야만 했기에 점심시간도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길바닥에 음식을 배달시켜 2~3명이서 식사를 하러 가면 남은 인원들은 일을 하고 교대로 밥을 먹으러 가고...(뜨거운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아 먹었던 중국집 볶음밥과 뜨거운 열기 가득한 짬뽕국물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하고 싶었다.)
단 하루만 경험하고 싶었던 직업 체험이었지만 다음날에도 또 같은 반복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내일은 쉰다고 하고 싶었지만 이틀도 못 버티는 나약해진 나를 생각하려니 쉰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2일 차 출근하자마자 허락하지 않았던 나 자신을 후회했다.(쉴 걸 그랬어...)
2일 차에도 변한 건 없었다. 아니 한 가지가 달랐다. 1일 차와는 맞은편 도로라는 점, 1일 차 도로보다 더 넓고 더 길다는 점. 이 다른 점들은 2일 차에게 추가 작업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7시에 시작했으니 보통 4시면 정리를 하고 집에 가야 하지만 더 넓고 긴 도로 덕분에 6시 반이 되어서야 정리를 하고 집에 갈 수 있었다.
'역시 쉰다고 하는 게 맞았다.'라는 생각이 들어도 신기하게도 책임져야 할 작업과 날짜들이 끝나고 나면 그동안 했던 생각들이 어딘가로 쏙 들어가버린다. 그리고는 또 다른 다짐이 피어오른다.'하... 힘들었다. 그래도 무사히 잘 끝났다!! 다시는 안 와야지!!!' 어떨 때보다 강한 다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름을 받으면 투덜대면서 나올 테지만 말이다...
불평불만이 많아도 막상 일을 나가면 하게 되기 마련이다. 내가 불만이 가득해도, 그럼에도 나가서 열심히 하고 다짐을 수천번 먹어도 또다시 일을 나가는 이유는 나에게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물론 돈도 땡큐다) 7년을 한 직장에서 썩어본 적이 있다. 직장에 나가 새로운 사회에 뛰어들었을 때는 겁나게 힘들었고 겁나게 그리웠다. 그래도 지금은 은근한 재미가 있다. 다양한 직업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경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내일은 어떤 사람들이 기다리고 어떤 경험들이 찾아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