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by 최무난

전에도 말했듯이 지금은 새만금 전주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그래서 그런지 새만금 전주 도로 공사현장에 자주 나간다. 저번 포장공으로 가기 이전에는 터널 안에서 하는 작업을 했었다. 가끔 긴 터널을 지나면 터널에서 졸음운전 방지를 위해 '삐용 삐용'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인데, 졸음방지 소리를 울어대는 스피커를 설치하기 위해서 대략 일주일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이미 현장에는 수없이 많은 팀이 왔다가 돌아 간 상태로 남아있는 팀이라고는 이제 막 전주 새만금 고속도로 터널을 처음으로 발을 디딘 우리들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터널 안은 빛이라고는 오직 어둠에 잠긴 우리를 안전으로 이끌어줄 라바콘에 꽂아진 채 서있는 붉은빛을 반복해서 점멸하는 경고등뿐이었다. 그렇게 캄캄한 어둠 속에서 우리는 안전모 위에 헤드랜턴을 씌운 채 오전이고 오후고 작업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간단했다. 스피커 자재가 가득 실린 트럭을 이끈 채 한 곳 한 곳마다 스피커를 내려놓는 일이었다. 첫 발은 간단하지만 걸음이 반복되면 지치기 마련이다. 계속해서 트럭을 탔다 내렸다 탔다 내렸다 하며 자재를 내리자니 보통 일이 아님을 직감했지만 별 수 없었다. 계속해서 올라탔다가 내려서 내렸다가 다시 올라탈 뿐이다.


('이번 주는 생각보다 별거 없겠네') 생각이 지속된 건 단 24시간뿐이었다. 마음을 편하게 먹은 채 나온 다음 날 "혹시 그라인더 돌날 써보신 적 있어요?"라는 말에 당당히 써봤다고 자신해서는 안 됐다.

파이프를 세우고 전기선을 파이프 안으로 통과시켜 내려야 할 작업에서 걸림돌이 되는 돌들을 잘라내야만 했는데 말했듯 첫날 무수히 반복했던 자리에 많고 많은 돌들을 다 잘라내기 시작했다. 날을 갖다 대는 동시에 수많은 '수많은'이라는 단어도 부족하다. 그 이상의 엄청난 먼지들이 온몸을 덮고 마스크 사이 숨어있던 코를 쑤시고 촉촉한 내 입술을 한없이 마르게 하기에 돌들은 너무나 강력했다.


돌을 컷팅해야만 후 작업이 가능하기에 나는 혼자서 한 손에는 그라인더 한 손에는 뿌레카를 든 채 빛을 뿜어내는 헤드랜턴만을 의존한 채 쉼 없이 자르고 나아갔다. 외로이 돌들을 잘라내면서 컴컴한 터널을 걷고 있으니 어느 순간 공허함이랄까? 그런 것이 갑자기 찾아왔다. 어둡고 혼자 있고 조용함 그러자 탁! 소리와 동시에 터널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금세 환해진 터널에 공허함?이라는 건 순식간에 흩어져갔다. 터널벽을 붙이기 위해 노력한 타일팀의 흔적들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놓여있던 비계의 흔적들 여러 센서들을 감지가흔 센서기를 설치한 흔적들 전기를 위해 수없이 노력했을 전기팀의 흔적들


어두컴컴한 터널 안 곳곳에는 여러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나 역시 여러 흔적들 중 하나의 흔적을 이 터널 안에 만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언제 이 터널을 차 타고 지나갈 리나 있으려나 싶지만 컴컴한 터널을 걷고 있자 하니 어두웠다 환히 밝아진 터널을 걷고 있자 하니 나는 지금 컴컴한 터널을 걷고 있는지 밝아진 터널을 걷고 있는지 아니면 이제 밝아질 터널을 걷고 있는지 문득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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