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기다리는 자에게…

by 최무난

아파트 거주자라면 반년에 한 번씩 실생활에 불편한 일이 하나 있다.

오전에 출근하는 사람은 불편한 일이 없겠지만 오전에 자고 피곤한 몸을 일으켜 오후 출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더욱이 불편한 일인 '물탱크 청소' 즉 단수가 진행되는 것이다.


4월부터 6월까지 9월부터 11일까지 성수기인 물탱크 청소에 10월에 3주가량 일을 나간 적이 있다.

이전에 나 역시 남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자고 남들이 점심 먹을 시간에 서서히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던 날들이 있었는데 한 번씩 단수가 되는 날에는 생수로 머리를 감고 이를 닦고 세수를 하며 불편함을 겪었던 적들이 많았다. 미리 물을 받아놓으라는 공지를 보지 못한 내 잘못이긴 하지만.


물탱크 청소 데모도는 크게 어려운 일은 없다. 전체적으로 물탱크는 대부분 두 개로 나뉘어 있는데 A와 B가 있다고 치면 A에 있는 물을 B로 물을 모터와 호스를 이용해서 빼주는 게 첫 번째 일이다. 그다음 A물탱크에 물이 다 빠지면 고압청소기와 청소용품등을 이용해 청소를 해준 다음 B에 가득 차있는 물을 다시 A로 옮겨주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일이 전부이다.


대부분은 A에서 B나 B에서 A로 물을 옮기는 작업은 평균 2~3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평균이 2~3시간이지 정말 거대한 곳은 4시간 이상 걸리는 곳도 있기에 물탱크 데모도에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인내'이다.

솔직히 말하면 현장에 대한 난이도는 개꿀 of 개꿀이다. 어려운 게 하나 있다면 물탱크 안에 한두 번 들어가야 하는 게 들어가는 통로까지의 길이가 매우 좁아서 몸이 낑긴다는 거 외에는 진짜 개꿀 of 개꿀에 속한다.

그럼에도 '인내'가 매우 매우 필요한 이유는 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즉 짧게면 2시간 길 게면 4시간 이상을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심심해서라도 한 번씩 물이 얼마큼 남았는지 직접 물탱크 안을 들여다보곤 하는데 하는 일의 1/3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냥 개꿀이야!)


고정으로 나가면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출근시간이었다. 대부분의 공사현장은 T.B.M(Tool Box Meeting)이 있어서 7시까지 현장으로 가야 하거나 보통의 다른 현장들도 7시 30분까지는 현장에 나가야 하지만 물탱크 현장은 8시 30분이라는 무려 엄청난 여유로운 출근시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때로는 물탱크가 작게 설치된 아파트는 오후 2~3시면 끝나고 집에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물탱크 회사 직원해야 하나...?'라는 가벼운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생각만 할 뿐이다.


물탱크 청소를 하는 날은 아파트 단수가 진행된다. 그럴 때면 '아, 물 안 나오네ㅡㅡ 언제나 나올려나 불편하네'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집 물 깨끗하게 잘 나오게 해 주세요'라는 생각으로 전날 미리 물을 받아서 사용하기를 바란다.(내가 일을 해보니 그래야 할 것 같다) 데모도가 꿀이지 막상 청소하는 사장님들은 좁고 어두운 물탱크 안에 들어가서 열심히 청소를 하기에 보통일은 아니다. 언젠가 우리 아파트도 물탱크 청소로 인한 단수가 이뤄지면 미리 물을 받아놓고 더 깨끗해질 물을 기대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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