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죽고 싶은 날씨

by 최무난

선크림을 두 번 세 번 덧바를수록 하얀 땀이 뚝뚝 떨어지고 얼굴색이 거멓다 못해 보랗게 물들어가고 물만 먹어도 토가 나오고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가 띵하니 어지러워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이러다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는 말이 자동으로 나오는 날씨 '여름'


2024년 목조주택을 지으러 다니던 때 내 인생에 처음으로 맞이했던 한여름의 야외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앞으로의 여름은 어떻게 버텨야 하나 걱정만 가득하게 만들었다.


08시부터 17시까지 1시간마다 20분을 쉰다 한들 그늘에 쉰다 한들 얼음물을 먹는다 한들 포도당, 소금을 먹는다 한들 2024년의 내 여름은 지옥이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위에서 내리쬐는 햇빛은 아무리 피해도 피할 수 없는 고통 그 자체였다. 우리는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05시부터 13시까지 바꾸기도 해 봤다.


03시 30분에 기상해서 컵라면으로 식사를 때우고 해가 뜨기 전 뜨더라도 최대한 해를 조금만 상대하기 위한 우리의 최선책이었다. 이른 새벽에 나오면 한 30분? 정도는 시원하다가 순식간에 더워지면서 한순간에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피곤함과 뜨거움을 동시에 얻어가는 것 같아서 죽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스물여덜의 처음 겪어본 땡볕 아래서의 하루하루는 가만히 있어도 덥고 일하고 있으니 더 덥고 쉬고 있으면 바람이 없어 덥고 그 와중에 모기는 여기저기 쑤셔대고(내 여름의 목조주택 현장은 대부분 산을 낀 곳이었다.) 말 그대로 죽지 못해 돈 버는 집 짓는 일원이었다. 앞으로의 여름도 꽤나 걱정이 되지만 하루하루 죽고 싶다가 시원하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오는 계절이 다가오면 왜 죽나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여름이라는 놈이 나에게 주는 간사한 선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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