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날씨
'시발... 손가락 발가락을 자르고 싶어...'
'시발... 살려주세요...'
작년 2024년 12월 12일부터 25년 1월 12일까지 나는 춘천에 어느 한 마을에서 오랜 기간 머물렀다.
제일 추울 겨울에 제일 추운 지역에 제일 오랜 기간을 머물렀던 여름에는 죽고 싶었지만 겨울에는 살고 싶었다는 기억을 각인시켜주었던 춘천에서의 목조주택 생활
기모로 된 3M 장갑을 끼고 살기 위해 고체연료를 피우고 위아래는 기본으로 3겹 이상은 껴입고 양말마저 3겹은 겹쳐신었지만 매서운 칼바람은 한층 한층 덮여있는 나의 옷들을 우습단듯이 통과해 몸 구석구석을 때려댔고 손가락과 발가락은 아리다못해 쓰라렸고 매 순간이 춥고 아팠던 나의 겨울 첫 노가다는 고통과 인내와 생존의 연속이라 말할 수 있었다.
목조주택 목수를 접한 이후 더해서 내 삶에 첫 야외겨울이었기에 12월 11일 출발하기 전 나는 긴장과 설렘(긴장이 9를 차지하고 설렘이 1을 차지한 비율이었지만)을 가득 안고 총 5시간을 걸려 춘천에서도 더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공사의 첫날 12월 12일이 찾아왔을 때는 긴장감이 더해서였는지 특별한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공사 현장 바로 옆에 컨테이너에서 생활하시는 현장 소장님의 낭만을 더해 작업이 끝난 뒤 야외바비큐를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나의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을 나날이 될 것만 같았고 따뜻함과 배부름이 같이 할 줄 알았다.
현장은 시내권에서도 깊숙한 마을에 있었으며, 주변에는 식당 편의점 주요 생활공간들이 존재하지 않았고 모텔도 없어 펜션에서의 생활을 계속했다. 점심에만 운영하는 펜션 아래 식당.
매일매일 만둣국 아니면 김치찌개를 먹었으며 저녁에는 항상 식재료를 가득 사와서 밥을 직접 해먹어야만 했다. (배달이 잘 되는 우리집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식재료가 떨어질 때면 차로 30~40분은 나가서 식재료를 사야만 했고 그때가 되면 바깥음식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그래봤자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거라곤 치킨이 대부분이었다. (노랑통닭 떡볶이 치킨 감자튀김 이 조합은 가히 최고라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하루하루 갈수록 가파르게 떨어지는 기온과 좀처럼 마음과 달리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 공정으로 인해 춘천에 머물러야 하는 기간이 늘어난다는 건 집돌이인 나에게 매우 힘든 일이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때도 집에 가지 못해 춘천에서 팀원들이랑 소주로 달랬어야 했고 12월 31일에는 고급술을 사와서 1월 1일을 맞이해야 했다. 1년 중 가장 큰 행사에 집이 아닌 외지에 머물러야 했던 초짜 노가다인 나에게는 매우 힘들었던 나날들이었다.
당시에는 '내 생에 가장 힘들고 엿같던 겨울이었다'라고 생각이 마음 깊숙이 박여있었다.
2026년 현재 12월 26일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엿같았지만 소소하게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고, 추억하면 재밌는 상황들이 참 많았다.(마치 군생활 같다랄까.. 재밌었다! 하지만 다시 겪고 싶진 않다! 뭐 이런?)
야외에서 다 같이 바비큐를 하고 지붕 작업 중 함박눈이 펑펑 내리면 앉아서 눈을 감상하고 눈덩이를 만들어 장난도 치고 짜투리 자재들로 모닥불을 만들어 불멍과 믹스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기도 하며, 5명 이서도 들기 힘들 정도로 무거웠던 벽체를 크레인 사장님과 힘을 합쳐 들어보기도 했다...
어쩌면 인생에서 이런 경험을 언제 하나 싶다. 지금은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있으니 이제 그만 엿같았지만 재밌었던 마치 군생활과 같은 이쁜 쓰레기 추억은 덮으려고 하고 있다.
요즈음 다시 한번은 보고 싶을때가 있다. 같이 고생하고 많은 것을 챙겨주던 형님과 밤늦게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내 인생 가장 많은 별들이 보였던 그 겨울 하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