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선택.. 철거.. 선택.. 철거.. 변신!

by 최무난

무에서 유로 창조해 내는 목수들이 있는 반면에 기존에 있던 것들을 하나 둘 부수고 깨고 뜯어내는 공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단어만으로 괜한 압도감이 느껴지는 '철거'이다.


철거 현장으로는 아파트 리모델링이나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가를 위해 가벽이 세워진 벽을 부수고 천장을 뜯고 타일을 깨는 일이 기본이며 상가에 있어서는 바닥에 설계해 놓은 공구리 바닥을 뿌레카라는 장비를 이용해 바닥을 까는 일이 다수이다. 좀 더 나아가서는 건설현장에 목재로 만든 가벽이 아닌 공구리로 만들어진 벽은 거대한 원형톱날기를 이용해 벽을 잘라내고 해머로 벽을 부시는 작업이 있으며, 주택을 완전철거를 할 시에는 거대 장비들을 통해서 전체적으로 집을 부수거나 하는 일들이 있다.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마루, 유리, 목재, 본드(본드는 현장에서 '똥'이라는 별명이 붙는다.) 등등이 있지만 큰 틀에 있어서는 앞서 말한 내용을 토대로 철거 일이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철거라는 일 자체가 안전하고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가장 크게 다칠 수 있고 위험해서 언제든지 긴장감을 안고 일을 해야 하는 현장이 철거현장이다. 실제로도 장비들이 워낙 거칠고 위험한 장비들을 다루기 때문에 한 번 다치는 일이 생기면 보통 상해가 아니기에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은 장비보다는 철거하고 난 후 자재에 의해 많이 다치기도 한다.)


보통 나는 폐업하려는 상가를 철거하러 가거나 아파트 리모델링을 위해 기존에 있던 구도를 철거하러 가는 일이 전부였다. 이 밖으로 같이 일한 철거 사장님에 의하면 폐업, 리모델링에 의한 철거도 있지만 오랜 시간 집을 지키지 못해 방치되어 있던 집도 철거와 동시에 치우러 가는 일을 한다고 했다.


그중에서 사장님이 제일 기억에 남았던 곳은 정말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걸 알 수 있듯 집 앞은 온통 쓰레기 천지였고 집안 곳곳에는 똥과 오줌 배설물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들어본 바로는 치매에 걸린 노인 한 분이 싸놓은 배설물들이라고 했다. 쓰레기도 쓰레기지만 집을 들어가는 동시에 뿜어 나오는 악취가 상당해서 고생을 했다고 말해줬던 게 생각이 났다.


어찌 됐든 악취가 뿜어져 나오든 배설물들이 곳곳에 있던 발 디딜 곳 없이 쓰레기들이 가득하든 철거 공들은 맡은 일들을 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모든 작업자들은 존경받아야 한다.)


이후로 연이 닿아서 철거 사장님 일이 있을 때마다 일을 도와드린다. 그럴 때마다 항상 부수고 자르고 뜯고 깨고 담고 버리는 일을 반복하는데 이게 반복을 하다 보면 반복을 하기 전 이곳의 모습이 상상이 되곤 한다. 밝은 모습으로 밝을 상황을 대비했을 텐데 현실은 깨지고 부서지고 하는 자재의 모습들을 보면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그렇다고 모두 어둡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가득 차있었을 희망이 담긴 가득 차 있던 공간들을 내 손으로 공간을 파괴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씁쓸했다.(그래도 돈 받는 일이라 열심히 했지만) 그래서인지 철거 일이 많이 다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무언가 가득 차 있던 공간들이 무너지면서 괜한 심술이 아니었을까..?


텅 빈 공간은 언젠가는 다시 새로운 공간이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냉정히 말하면 새로운 공간이 다시는 안 채워질 수도 있다. 결국에 선택을 받아야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니까. 무수히도 많은 방향 중에서 무수히도 많은 선택을 받은 공간만이 새롭게 빛을 발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철거당하겠지...


된다면 나도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해서 많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다. 설령 철거당하더라도 또 다른 선택으로 더 큰 빛을 발할 수 있게 선택하고 철거당하고 선택하고 그러다 철거가 아닌 변신이란 걸 하고 싶다.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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