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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Aug 16. 2024

기억은 머리에, 추억은 가슴에,

고마움은 영원히.....

사람의 기억이란 가변적이다. 어떤 순간은 굉장히 짧은 순간임에도 길게 기억되기도 하고, 어떤 순간은 긴 순간임에도 짧게 기억되기도 한다. 땅고라는 춤을 알게 된 지 2개월이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짧은 기간 동안 굉장히 많은 시간이 땅고에 투여되었고, 내 기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8주 8번의 강의가 이번주면 마무리가 된다. 나는 나름대로 결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짧은 시간에 엄청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금요일과 토요일 수업을 하루씩 빼고 들었으니까 난 지금까지 금요일 수업 7번, 토요일 수업 6번을 들은 것 같다. 평일날에도 땅고를 생각하면 기다려지는 시간이었고, 주말도 순식간에 지나가서 요즘 책 읽을 시간을 못 낼만큼 바쁘게도 지냈던 것 같다. 이상하게 회사에서도 별로 안 바쁘던 것이 바빠지고, 책동호회에서도 새로운 활동을 준비한다고 운영진 회의를 하고, 집에서도 딸과 공부하는 것 때문에 저녁 늦게 잠들기도 했다. 날마다 엄청 피곤하고, 쉬는 날 잠을 푹 자도 피곤이 안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이제 곧 많은 시간을 투여했던 수업이 마무리되면 그 시간을 어떻게 다른 시간으로 대체해야 할지 걱정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동호회에서 춤을 알려준 사람들을 쌉(사부를 줄인 듯)이라고 한다. 4명의 선생님들에게는 뭔가 스승님 같은 느낌이 든다. 생년월일을 까면 내가 나이가 더 많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도움 되게 알려주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줬다. 내가 2개월 동안 쓴 에너지를 1이라고 한다면 4명의 선생님들은 각자가 10 이상을 쓴 것 같다. 놀랍게도 그들은 60명에게 동일하게 그 에너지를 쏟았다. 엄청 부담스럽고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아직도 끝나지 않고 발표준비를 위한 커플매칭에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쌉들은 춤을 가르쳐주기도 했지만, 그들의 춤에 대한 열정과 기쁨과 즐거움도 공유를 해줬다. 또한, 춤을 통해서 땅고의 문화와 땅고의 리더와 팔로우 관계에 대한 조언들은 인생철학과도 연결되는 듯해서 가슴에 몽글몽글한 기억을 남긴다.

( ex> 손으로 리더하지 않고 가슴을 열어준다. 하나의 심장 네개의 발. 같이 걷는. 등등)


쌉들의 춤에 대한 태도에서 춤추는 것에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인 것인지도 조금씩 알게 되고, 춤을 추다 보면 다들 자신의 춤에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내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천천히 계속 성장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닮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커뮤니티에 있는 쌉들은 (몇몇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는 커뮤니티의 다른 선배들도 포함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 땅고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누군가에게 뭔가를 알려주는 것이 큰 기쁨인 것처럼 서슴없는 것에 놀란 적이 많다. 이 춤이 그만큼 쉽지 않은 춤이고, 이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동료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도 든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을 하나의 기수로 뭉쳐서 동기라고 한다. 이 수업을 듣기 전에는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었던 사람을 대략 60여 명을 만나게 되고, 얼굴과 닉네임이 근근이 매칭되게 되었다.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각자와의 만남을 글로 남겨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너무 긴 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별로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서 글을 남기는 것이 그분들에게 맞는 일도 아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쌉들과 동기들을 생각하면서 끝나기 전에 내가 기억하고 있고, 즐거웠고, 감사했었다는 것은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문구를 만들어봤다. "기억은 머리에, 추억은 가슴에, 감사함은 영원히~~~" 나름, 기억하고, 즐거웠고, 감사했다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썼는데, 난 이 문구가 꽤 마음에 든다.


이번 땅고 수업을 들으면서 '인간은 이기적이다.'라는 명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사회에 어울리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한다.'라는 명제로 나의 생각을 바꾸게 된다. 인간 본성의 이기성과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이타성이 잘 어울려서 모임이 운영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타성이 극대화될 때, '헌신'이라는 단어가 나타나게 되고, 그럼 <두 번째 산>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헌신하지 않는 사람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르게 된다. 쌉이라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도, 반장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총무역할을 맡은 사람도 자신의 일에 내가 생각했던 노력의 한계 이상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감탄하고 경이로움을 느꼈다.


인생의 기본 원칙이라 할 수 있는 'Give & Take'에서 별로 가져갈 것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Give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나 자신의 계산적 관계형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이런 경험들에서 나는 저 문구가 생각난 것 같다. 2달간의 일들을 기억하고 싶고, 그 기억들에서 겪게 되었던 많은 좋은 감정들을 가슴에 담고 싶고, 내가 얻었던 많은 배려에 대해서 오래 감사하고 싶다. 정말 감사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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