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첫 소설을 만나고 난 이후
추천자, 발제자, 진행자 : 바투
토론도서 : 가난한 사람들 (도스토옙스키)
참석자 : 박선희, 샨즈, 이음, 르네, 일리, jstory, 바투, 무우니 8명
이번 모임은 역사교사이신 대단한 독서가 바투님의 추천으로 처음 듣는 도스토옙스키의 최초의 소설을 읽고 토론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독서모임에 나오신 분 중에서 한분은 얘기하시듯이 나 혼자였으면 절대로 읽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되고, 그 책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는 경험은 삶이 풍성해지는 느낌입니다.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소설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 오히려, 순간의 기쁨을 주는 정해진 플롯에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판타지 소설들을 즐겨 읽다 보니, 문학이 주는 상상력과 숨겨진 장치들의 의미와 작가의 은유적인 의도를 찾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단어와 문장의 1차원적인 의미에 집착해서 문학의 아름답고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을 캐취하는 능력이 퇴화된 것도 같습니다.
그런 도중에 독서모임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소설에 대해서 행간과 작가의 의도들을 읽어나가는 것을 들을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이번 소설은 도스토옙스키라는 대문호의 첫 번째 소설이라는 의미에서도 더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간략하게 이해하자면, 먼 친척이라고 하는 40대의 제부쉬킨과 바르바라라고 하는 아마도 20대쯤인 젊은 여성의 편지를 주고받는 서간문의 소설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1880년대의 러시아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도 정확히 잘 모르는 채 등장인물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 채 한 먼 친척이 다른 친척에게 쓴 편지로 전체 상황을 추측하면서 읽어야 해서 계속적으로 상황을 추측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재밌었습니다.
독서모임의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서 제부쉬킨은 나이 들고 교육받지 못한 바르바라에게 애정과 존경을 가지고 있는 하급관리직으로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 입기 힘든 급여를 받는 사람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바르바라는 어렸을 때 어느 정도 부유해서 교육을 받았고, 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몰락 했고, 다른 친척의 악의적인 행동으로 인해 위험에 처해서 도망 나와서 제부쉬킨의 도움을 받아서 맞은편 건물에서 살고 있다는 정도의 배경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나눴던 얘기들도 좋았지만, 뒤돌아서 살펴보면서 책을 보는 4가지 시각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시각은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한 삶에서도 서로를 돕는 인간적인 모습과 가난한 사람들 간의 연대. 그리고, 애틋하면서 모든 것을 다 주려고 노력하는 제부쉬킨의 사랑에 감동받은 시각이었다고 이해합니다.
두번째 시각은 나의 취향에 맞지 않는 뻔한 얘기를 뻔하게 한 것 같아서 큰 감흥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세번째 시각은 바르바라에 대해서 '로맨스 스캠'을 떠올리면서 젋은 여자로서 가난한 중년남자에게 돈을 받으면서 사지말라고 하면서 사준 것에는 감사하는 이중적 태도에 대한 지적하는 것이었습니다.
네번째 시각은 소설의 각 인물에 너무 몰입해서 엄청나게 울고, 슬퍼하는 공감형 시각이었습니다.
드라이한 감성의 사람들과 열정적인 감성의 사람들 두 그룹이 각자의 얘기를 하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이 말이 맞는 것도 같고, 저말이 맞는 것도 같고, 시계추처럼 이리저리 의견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서간문 문체의 변화를 통해서 제부쉬킨의 부족한 문학적 소양이 늘어나는 것을 지적하면서 바르바라에 대한 제부쉬킨의 시각을 이상적인 아이돌에 대한 동경과 사랑이라는 관점을 얘기할 때, 굉장히 감탄하면서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제부쉬킨은 젋고 아름다우면서도 문학적 소양까지 갖춘 바르바라에게 감히 이성적 사랑을 표하면서 소유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편지를 통해서 자기의 마음을 전하면서 이상향의 그녀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성장하는 지점이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그런 제부쉬킨을 바르바라는 적절히 선을 그으면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결국, 현실의 가난보다는 지방의 유지인 사람과 결혼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 소설 속에는 짧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묘사가 나옵니다. 그 모든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던 사람이라고 느껴질만큼 사실적이었고, 100루블에 감동하는 제부쉬킨의 장면과 소송에서 이기고 숨이 끊어지는 사람, 거리의 악사가 구걸하지 않고 자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등 여러 장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교차, 인간 내면의 복잡성이 교차되는 것을 경험했다는 주장에는 내가 보는 지면 아래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을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소설을 문학 사조에 맞춰서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을 얘기하기도 했지만, 나는 아직은 소설의 줄거리와 내면의 고통이 발생하는 원인 정도를 추측하고 짐작하는 것으로도 이전보다는 문학에 대한 독해가 조금은 늘어났다고 자위하면서 이번 모임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