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멋스러움
탱고 수업을 듣고 난 이후, 저녁 8시가 되면 열리는 솔땅의 토요밀롱가(토밀)에서 만난 절대고수(적어도 나에게는)라는 사람의 춤을 보게 되었습니다. 탱고를 추는 사람들은 다들 잘 알고 계신듯한데, '달자&트레이시'라는 부부로서 강습도 오래하셨고, 탱고 경력이 20년이 넘은 분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의 달자(땅게로)라는 분이 토밀의 누군가와 추는 춤이었습니다.
저녁 9시 30분쯤이 넘었고, 토밀에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137기의 초급파티가 있는 날이라고 토밀에 오던 인원들이 그쪽으로 많이 원정(또는 놀러??)을 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보통은 20커플이 넘는 곳에서 8~10 커플이 춤을 추고 있는 곳에 달자님이라는 분이 론다(Line of the Dance : 탱고를 추는 원형의 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밖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고, 저 사람은 저렇게 추는 구나, 저 사람은 저런 방식으로 피구라를 연결하는 구나 론다안의 사람들의 춤을 눈으로 보고 익히면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나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지도 구상하면서 보고 있는데, 한 커플의 춤이 시선을 끄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벼운 걸음이후에 방향전환, 히로로 이어지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간단한 피구라를 이용해서 걷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걸음이 바람처럼 가볍게 느껴졌고, 등과 허리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리듬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걸음이 음악에 맞았고, 모든 움직임이 음악과 함께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어떤 때는 조금 빠르게, 어떤 때는 정박에, 어떤 때는 엇박인듯 걸음과 음악을 통해서 자유로움이 표현되는 듯한 몸짓이었습니다. 한 딴따는 보통 4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고, 첫번째 곡은 보통 가벼운 걸음으로 진행하는 것이 기본으로 알고 있었는데, 걷는 것만으로 춤이 된다는 것을 달자님의 춤을 보면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보면서 계속 '우와, 우와....' 하고 있으니 옆에 계시던 분이 달자님의 경력을 쭉 소개해 주십니다. 그 분이 얼마나 오래췄는지, 어떤 경력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특별한 탱고를 추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저렇게 한 번 춰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 보면 정말 많은 '마에스트로'라고 하는 사람들의 탱고 공연 영상을 볼 수 있지만, 그런 공연이 아닌, 자연스러운 공간에서 두 사람이 아무런 약속도 연습도 없이 4곡의 춤을 추는데, 그 모든 춤에서 몇 십년의 연습, 걸음과 음악에 대한 고민과 이해를 보여줄 수 있는 경지를 직접 보는 것이 주는 감동은 근래 내가 받은 어떠한 감정들 중에서도 최고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진짜 다양한 춤들도 많고,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움직이지 하면서 감탄할 정도로 춤을 잘 추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좋은 음악도 넘쳐나고, 미모와 몸매가 탈인간급인 사람들도 많고, 사람이 글을 어떻게 저렇게 잘 쓰지, 저기서 저런 멘트를 하다니 진짜 천재적인 유머감각이다라는 사람 등등 정말 대단한 재능의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그런 재능들을 만나면, 경탄하고, 나와 비교하고 상대적으로 절망하고, 우울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가진 것은 작아보이고 남들이 가진 것은 저기 높은 벽처럼 커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사고의 패튼을 잘 알고 있어서, 다시 생각을 다잡습니다.
'아니야!!!! 나는 지금의 나로서도 좋아! 지금까지 힘든 일을 견뎌내고 주저앉지 않고 살아왔고, 뭔가를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고,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먼저 친절하려고 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자만하지도, 교만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 이 정도로 나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야!!!' 라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해줍니다.
그러는 한편 그 날 봤던 달자님의 춤을 목표로 내 걸음도 누군가에서 저렇게 편하고 음악과 어울리는 멋진 걸음으로 감탄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가집니다. 그 날의 그 춤은 오랫동안 나의 탱고의 기준과 시야를 달라지게 했던 것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