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여주는 춤에서 상대를 듣는 춤으로 변화
탱고를 시작한 지가 벌써 1년 6개월이 되어갑니다. 탱고에 대한 인상은 여러 가지로 변해갑니다. 첫인상은 우아하고 1년 정도의 고련이 필요한 춤일 것이라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가볍게 봤던 인상에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가 원하는 경지까지는 올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탱고를 배우면서 가장 화가 나는 순간은 같은 지적을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도 똑같이 받을 때입니다. 특히, 바르게 걷기를 1년이 넘게 연습했지만, 보는 사람들마다 나의 걸음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지적을 할 수가 있습니다. 앞에 파트너가 있을 경우는 보통의 남자들은 발을 밟을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직선의 걸음이 아닌 살짝 팔자걸음이 됩니다. 신경 써서 직선으로 걸으려고 1년을 노력했지만, '여전히 팔자걸음이 있습니다.'라는 말은 지금까지의 시간과 노력이 다 무효가 된 듯한 허탈감에 빠지게 됩니다. 요즘의 나의 걸음에서의 지적은 발뒤꿈치가 바깥으로 벗어나서 엄지와 검지 발로 끝까지 밀어주지 못하고, 발목이 꺾어진다는 것입니다. 나의 체형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 헬스를 통해서 허벅지 안쪽의 근의 단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을 때는 언제 이런 지적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연습하는 것이 뭔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됩니다.
몇 번의 밀롱가 경험을 통해서 나의 자세에 대해서 칭찬의 말을 듣곤 해서 생겨나던 자신감은 수업에서의 몇 가지 지적으로 물에 소금이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메디오 히로(절반의 회전동작)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골반이 너무 빨리 돌아간다. 허리의 회전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지적을 계속적으로 듣고 있어서 절망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나보다 늦게 시작한 사람들도 나보다 더 잘하는 것을 보게 되면, 들였던 노력의 시간과 쓴 돈에 대한 후회감과 여기서 그만두는 게 맞는 게 아닌가?라는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옵니다. 그래도 같이 연습하는 사람들이 잡아주기도 하고, 서로 어려운 점에 대한 애환도 나누면서 저녁시간이 되면 또 탱고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탱고에 바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연습을 할 때였습니다. 살사에서는 패튼이라고 하고, 탱고에서는 피구라라고 하는 정형화된 동작이 몇 가지 있는데, 그것을 연습할 때였습니다. 똑같은 동작을 따라서 하는데, 도저히 배웠던 방식으로 그 피구라가 원하는 데로 이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지 배운 동작이 되는지를 반복하다가 중간에 멈추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편이 어떤 상태에 있어야 하는 지를 모른 채 내가 가는 길만을 가려고 하는 것이 안되는 이유였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걷는 연습, 회전연습, 동작의 전환을 연습하면서 '급하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박자에 맞는 피구라를 진행하기 위해서 상대편의 동작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연습하는 파트너에게 들었을 때, '탱고는 듣는 춤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탱고를 배운지 한달쯤 되었을 때, 강습에서 들었던 '탱고는 나의 축을 세우고, 상대편의 축을 살피고, 그 축들이 서로 무너지지 않도록 같이 걷는 춤이라고 들었다'는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 이 단순한 말이 또다른 형태로 경청이라는 말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내 몸이 하는 말을 듣고, 음악을 듣고, 상대편의 몸과 마음이 하는 소리를 듣고 론다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나는 지금 나의 동작만을 소리치고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도 하게 됩니다.
독서모임에서 나는 잘 듣는 사람으로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왜 탱고에서는 못 듣거나 안 들으려고 할까를 고찰하게 됩니다. 아마도 내가 주변 환경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이유는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너의 쉴 곳 없네~'라는 가시나무새의 노래가사가 현재의 나의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어제 연습을 하면서 나는 많은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가장 작고, 같이 춤을 맞춰보기에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운이 좀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경청이라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더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을 좀 더 기울여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다시 한 걸음을 더 디뎌보려 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배워야 할 것은 배우고, 바꿔야 할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걸음과 탱고를 편하게 출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