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군비경쟁 - 끝나지 않는 자기 관조>
탱고가 왜 어려운가? 에 대해서 언젠가 내가 썼던 글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부분은 지금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탱고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즐기고, 즐기기 위해서는 리더와 팔로어가 까베쎄오(춤을 눈으로 신청하고, 고개로 수락하는 과정)를 통해서 춤출 것에 대해서 상호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나타나는 탱고의 춤상대 선택의 과정이 마치 동물세계의 성선택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윈은 진화론을 통해서 동물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모든 형태와 능력을 변경해 왔고, 자연에 적합한 성향의 동물이 생존함으로써 현대의 복잡한 생태계가 구성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에 대한 반증 예시 중의 하나가 공작의 꼬리깃털이나 사슴의 뿔과 같은 생존에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특성들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서 이런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특성들이 발전하는 경우들이 가진 진화적인 장점을 찾다가 발견한 논리가 성선택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동물 종이 얼마나 생존을 잘할 수 있느냐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물 종의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자손의 번식도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에 따라서 생태계의 종들은 자손의 번식을 위해서는 암컷의 선택을 받고, 번식의 기회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집니다. 따라서, 공작의 화려한 꼬리깃털은 암컷들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해석합니다. 나는 이렇게나 불리한 꼬리를 가지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능력 있는 수컷이야! 사슴의 커다란 뿔도 우수한 수컷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징들이 성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탱고를 추는 밀롱가에서의 까베쎄오도 이런 성선택과정이 일어납니다. 춤을 추고 싶은 땅게로는 땅게라에게 끊임없는 까베 사인을 보냅니다. 이 사인을 받은 땅게라들은 그중에 추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에게 쎄오로 끄덕임을 보여줍니다. 물론, 여기서 선택기준은 이전 딴따에서 춘 춤일 수도 있고, 춤을 춰보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그 사람의 외모와 자세, 옷의 상태, 탱고화 등의 요소들이 선택의 중요요인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탱고를 추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약 3년 미만의 경력자들)은 이런 선택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잘못된 사인을 주게 될 것을 두려워해서 내가 있는 방향으로는 시선을 보내지도 않는 경우들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와닿는 상처는 나와 췄던 사람이 나의 시선을 피하는 것을 느낄 때입니다. 최초의 시선돌림은 나의 외모적 상태의 판단이겠지만, 추고난 이후의 눈돌림은 나의 춤에 대한 판단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몇 번의 밀롱가 경험에서 까베쎼오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조금씩 신청에 대한 두려움이 쌓여갈 때, 읽고 있던 책에서 용기를 주는 문장을 찾았습니다.
"구애하는 수컷 개구리는 선택받을 때까지 하룻밤에 5000번의 세레나데를 부를 수 있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 (에드 용)-
구애하는 수컷 개구리는 하룻밤에 5000번의 세레나데를 부를 수 있다는데, 내가 시도한 횟수에 비하면 정말 비교가 되는 수치였습니다. 내 외모가 어떨지, 내 춤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개구리 이상의 노력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정신이 번쩍 드는 문구입니다.
어디 춤에서만 해당이 되는 말일까요. 무슨 일을 하던지,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로 내가 할 일을 다했으니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서 내가 개구리만큼 진심으로 내 일을 했는가를 반성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