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시대, 글쓰기가???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의 효용성에 대해서 자주 회의합니다.-

by 무우니

어렸을 때, 만화책으로 글을 배우고 무협지로 책을 읽으면서 활자에 대한 친숙함을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흥미위주의 책을 읽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성장을 위한 책 읽기로 바뀌고, 논리적이고 잘 사고하는데 읽기와 쓰기가 도움이 된다는 효능을 발견한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쓰는 글은 또 다른 콘텐츠 쓰레기 한 줌이 더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A.I 가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이었다면 나의 글쓰기가 조금은 더 쓸모가 있지는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글을 쓰고 나면 한 번씩 챗지티피나 제미나이를 통해서 나의 글에 대한 평가를 요청합니다. 그럴 때, A.I가 내놓는 분석과 대안은 내가 쓴 글보다 확실히 더 좋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글을 읽고, 쓰는 것의 의미가 퇴색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순서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뭔가 반박하고 싶고, 나 자신의 효용에 대한 반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근래에 영상을 한편 보다 보면 꼬리를 물고 다른 영상을 클릭하다가 시간이 30분 ~ 1시간이 삭제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서 책을 읽으려고 하면, 내 머리가 좀 정돈되지 않고 이해력이 떨어진 것 같은 감각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수동적인 활동보다는 적극적인 뇌의 활용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쇼츠를 보다가 핵버튼의 통제권을 A.I에게 맡겼을 때 인류의 핵전쟁 확률은 95%로 올라간다고 하는 영상을 봤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서 생성형 A.I가 인간을 많은 부분에서 대체할 수 있겠지만, 인간에 대한 미래를 A.I의 결정에 맞길 수는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A.I는 프로그램되고 계산된 코딩의 집합으로 어떤 코딩을 하느냐에 따라 행동 방식을 정하는 기계에 불과하지 그 결정에 대한 결과를 책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일이 아닌 것은 우리도 A.I처럼 확신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조언이 그런 것이죠. 하지만, 그것이 내 일이라면 그 조언으로 만들어질 일에 대한 책임을 내가 져야 한다면 쉽게 말할 수 없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A.I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나의 정체성 또는 효용성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생물의 다양성이 생태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 생물의 다양성의 한 측면을 나의 글쓰기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 내 글쓰기 효용에 대한 나름의 변명이자 대응이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80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다윈의 자연선택이론에 의해서 더 잘 적응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 맞는 것이고, 복지에 투자하는 것이 생존할 수 없는 개체를 무리하게 남게 하는 자연에 위배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말 오만하고 보잘것없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깨닫게 됩니다. 인간의 우위를 몇 가지의 기준으로 정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바뀌면서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바뀔 때 우위의 순서는 지속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에서, 서로 돕지 않는 인간은 현재의 지구에서의 생물학적 우위를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리석었던 나의 생각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나의 글도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효용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많은 사람이 읽지는 못하겠지만, AI가 다시 편집해 준 포맷을 따르지는 않지만, 내가 가진 고민과 해결의 시간들이 담겨있는 문장 속에서 누군가는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이외에도 나의 글에는 나의 사고를 확장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내가 생각한 것을 적으면서 나의 생각이 달라지기도 하고, 나의 행동이 변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아직은 A.I 가 아닌 생명체로써의 나의 의지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또한, 나의 글에는 A.I가 감당하지 않는 나만의 책임도 있습니다. 나는 글을 쓰고, 그 글에 다른 나의 행동에 책임을 집니다. 물론, 지키지 못한 말에 대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기도 하고, 잘 한 행동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마음이 왔다 갔다 합니다. <나는 괜찮다. 나는 보잘것없다. 이만하면 됐다. 나만 뒤처져있는 것 같다. 등등등>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이런 마음을 잘 살피고 외면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하는 인생에서 꼭 해야 할 것은 일단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기회비용적인 측면에서 낫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쓸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라도 내 마음을 살펴서 조그마한 조각이라도 내놓고 닦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마음을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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