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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ul 22. 2023

독서모임 (23.07.22. 소설가구보씨의일일-박태원)

책을 어느 깊이로 읽을 수 있을까?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독서모임에서 2시간가량의 토론을 했습니다. 책은 소설가구보씨의 일일이라는 1930년대 박태원 작가의 책으로 진행했습니다.


7명이 모여서 중편소설을 얘기하는데, 2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읽은 첫인상은 우울한 느낌이었고, 현실과 회상장면을 구분하기가 어려워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이후에 다시 읽었을 때는 작가의 대리인인 구보씨를 통해서 1930년대의 세태를 잘 묘사하고,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을 영화 보듯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하는데, 내가 본 것은 구보씨가 집 나와서 방황하다가 다방에 가서 친구를 만나려고 약속을 잡고, 원하지 않는 사람들 만나고, 다방 나와서 방황하다가 다른 사람 만나는 얘기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사이사이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고는 했습니다. 읽을 때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다른 단편들에서도 깊이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어서 재밌게 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토론에서 이 책을 일상에서의 행복을 찾는 내용이라는 발제자의 말에서 이 책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당혹감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오늘의 토론내용은 아래의 3가지였습니다.


질문 1. 우리에게 행복은 무엇이며 어디서 이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일상성에서의 행복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에 동의하는가?


질문 2. 소설 속의 세태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질문 3. 형식, 문체를 주의 깊게 읽는가? 작품 읽을 때, 형식, 문체에 대해서 관심 갖는지?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목표의 달성, 또는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의 행복, 또는 목표와 상관없는 현재의 충실성으로부터의 행복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어떤 분은 일상의 사소한 발견에서 행복을 느끼시는 분도 있었고, 누군가와 함께 할 때 행복을 느낀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를 얘기하면서 매일이 충실하면 행복이라고 정의해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구보씨가 행복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개인적 부정성이 구보씨의 불행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주제와 관련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을 구보씨가 찾는 행복은 주관적인 자기만족이 아닌 사회적, 거시적인 차원의 행복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거시적인 차원의 행복을 위해서 개인적인 행복을 미뤄야 할지? 개인이 행복하고 난 이후 사회적, 거시적 차원의 행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이에 대해서는 꽤 오랫동안 고민해봐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소설 곳곳에 나타나는 현재와 다른 1930년대의 생활태도를 짚어봤습니다. 한국의 금광개발, 다방구석에서 손톱깎이, 담배피우기, 다방에서의 모임 등이 현재와 다른 듯한 모습이었지만, 백화점 화신상회에서 선물사는 모습, 연애하는 모습, 길 가다 전에 만난 여자 만나는 것 등은 현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1930년대라고 하면 일제강점기로 기억하고, 모든 생활이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고난으로만 인식되지만, 미시적 차원에서의 개개인의 삶은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은 흥미롭고 재밌었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작품을 읽을 때의 형식과 문체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하는 부분이었는데, 대다수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문체와 형식이 명확하게 어떤 것인지를 아직도 구분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주장은 문체와 형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3분의 1 가량의 내용을 읽을 때와 그 이후를 읽을 때의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문체에 대한 익숙해짐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문체를 어투, 태도와 유사하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었고, 발제문에 나왔던 쇼펜하우어의 "문체는 정신의 표정이다."라는 말에 극히 공감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소설의 몰입이 두~세문장의 문체에서 결정된다는 말에서 문체는 일관성, 진심, 어투를 포함하는 포괄적 형태의 소설의 인상일지도 모르겠다고 짐작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토론을 하면서 많은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쉼표가 많은 것으로 구보씨의 생활의 지루함을 표현하는 것 같다는 것에 그렇게도 볼 수 있겠다고 감탄했습니다. 형식과 내용이라는 부분을 예술과 비교하여 설명했던 내용들도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적으면서 정신 차려 들으려 했는데도 기억할 수 없는 많은 좋은 얘기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토론을 끝내고, 식사도 하고, 차도 한잔 마시면서 일상의 얘기를 나눴는데, 구보씨의 우울함과는 달리, 독서모임의 일상의 대화는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조금만 바꾸어도 그 사람의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오독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은 재미있었습니다. 여러 직업을 가진 다양한 분들과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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