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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Feb 04. 2024

독서모임 - 그리스인 조르바

책의 인상이 30년만에 이렇게 바뀌다니....

추천자, 발제자, 진행자 : 무우우니

독서토론도서 : 그리스인 조르바_ 니코스 카잔차키스  

참석자 : 김무상, 아이스크림, 치타, 박선희, 이음, 송윤근, 푸름, 무우우니   8명.

발제의도 : 30년 전 추천받고 읽었던 그리스인 조르바는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는데, 좋다고 추천하는 사람들은 어떤 부분을 다르게 본 것인지 알고 싶다는 의문을 풀고 싶었습니다.

 
1. 좋았던 부분, 2.이해가 안 되거나 거북했던 부분은?


처음 참석하는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몇 번씩 만났던 분들과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번역본이 있어서 책을 선정한 이후부터 어떤 책으로 읽을 것인지부터 선택의 갈림길이었습니다. 각자 읽은 책의 번역본이 달라서 좋았던 문장을 찾아서 공유하는 부분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참석자들은 열린 책들, 민음사, 문학과 지성의 3개 출판사의 책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문학과 지성에서 번역된 책이 그리스어 원문에 대한 번역으로 가독성이 좋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동일하게 동의하는 이 책의 장점은 아름다운 문장(미문)이었습니다. 문장과 인물이 흥미롭고 재미있었고, 첫 장면 카페에서 작가와 조르바가 만나는 장면과 케이블이 망할 때가 인상적이었고, 매끄러운 번역, 크레타 섬의 묘사를 보면서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또한, 작가가 그리스를 너무 사랑하는 것이 느껴져서 구애를 하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는 표현도 있었고 좋았습니다. 


이 책의 중심주제를 나타내는 한 문장을 얘기해 주신 의견도 있었습니다. 

"영원이라는 말, 사랑, 희망, 국가, 하느님 같은 말에 경도되었다. 한 단어 한 단어를 정복하면서 나는 흡사 위험에서 벗어나 진보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나는 겨우 말을 바꾸어 놓고 그것을 구원이라고 부르고 있었던 셈이었다."


이에 반해서 이 책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부분은 여성에 대한 표현과 묘사, 전쟁의 묘사, 성적대상화 등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성에 대한 조르바의 태도에 대해서, 육체를 얘기하는 부분에 터부시되는 우리의 교육 때문에 조르바를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말과 조르바는 현실에 충실했고 여러 여자들을 만났지만, 만나는 순간은 그녀들의 아픔과 욕망을 감싸고 보듬어 안았고 존중하는 사람이었다는 관점은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반면, 약간의 반박하는 마음이 들기는 했습니다. 4명의 제독과 비교하는 조르바의 말에서 부브리나에 대한 순간의 진심을 얘기하는 장면을 들어서 조르바를 이해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를 니체와 연결시키고, 붓다, 베르그송의 생의 철학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가로세로 읽기의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았습니다. 


조르바가 전쟁을 치르며 민족주의라는 생각에서 세상을 어느 나라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만 남는다는 내용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르바가 민족주의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시점을 불가리아에서 수도승을 죽이고 난 이후 그들의 가족과 대면했을 때라는 의견에는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상대를 죽여야 할 적으로 보다가 나와 같은 가족을 가진 사람으로 볼 수 있게 되는 지점을 잘 짚은 것 같았습니다.


독특하게도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것이 한국의 특별한 상황에 맞아떨어진 거품이라는 의견은 신선했고, 재밌었습니다. 구글트랜드를 통한 움베르트 에코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검색량 비교와 장미의 이름과 그리스인 조르바의 검색량을 비교한 결과로 봤을 때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유독 우리나라는 자유, 카르페디엠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 당시의 시대상이 사회정치적으로 교육체제 상으로도 억압받고 있다는 감정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부분까지 추측을 넓힐 수 있는 주장이었습니다.


베르그송의 생의 도약, 영혼과 육체의 합일을 얘기하면서 왜 조르바처럼 살지 못했나?를 싫은 부분으로 꼽은 회원님에게 공감의 찬사가 있었습니다. 행동하지 못하는 나에 비해서 조르바의 에너지, 리더십이 부러운 것은 깊은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3. 문장에 대한 이해

    - 얼마나 사랑하면 손도끼를 들어 내리치고 아픔을 참을 수 있는 것일까.... (P29)

이 문장에 대해서 조르바는 전쟁에서 온몸의 상처와 흉터가 남아 있고, 죽을 고비를 넘겼던 사람으로 육체를 통해 하는 사람이었고, 손도끼로 손가락을 자르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의견과 조르바의 캐릭터 이해를 위한 소설적 장치라고 말씀하셨고, 물레질이 좋으면 그 순간의 몰입에서 물레질만 생각하고, 인간의 본질인 자유를 나타내는 것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는 소설 속 조르바를 이해하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나는 이 문장에서 알고 싶었던 것은 조르바는 손을 자를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 손을 잘랐다는 말을 들은 저자의 반응이 정상적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장을 통해서 저자의 다른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극단적인 긍정성을 느꼈고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르땅스 부인에게 결혼에 대해서 거짓말하는 장면??? (P190)

저자가 이런 거짓말을 한 것은 부블리나의 내면에 결혼에 대한 욕구를 감지하고 조르바를 골탕 먹이고, 조르바의 진짜 마음을 알아보기 위한 저자의 장난이라는 얘기, (지성과 문학 책 P470)에서 나오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네라고 답하고, 본질을 변화시키라는 것에서 답을 찾는 의견, 저자의 순응 필연에 반하는 조르바의 반항, 영혼내부의 법칙, 자아강조를 대비했을 때, 저자는 순응적으로 답했다는 저자 스스로의 의견이었다는 의견, 저자가 조르바화 되어가고 조르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얘기를 들으면서 저자는 조르바에 대해서 많은 이해를 했고, 알면서 닮아갔을 수 있겠다고 이해했습니다. 또한, 조르바는 부블리나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욕구를 최대한 살피려고 할 것이라는 것을 저자가 이해했을 수 있다는 것으로서 장난스러웠지만, 조르바와 저자와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 과부 살해사건 (P287, 289) 

시간 관계상 건너뛰었습니다.


4. 여기서 친구의 사례는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요?

    - 친구와의 헤어짐. 친구의 죽음. 친구는 친구를 의미할까요? 소설적 다른 의미가 있을까요?

시간 관계상 건너뛰었습니다.


5. 진짜 자유를 느꼈다고 생각했던 경험

이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을 너무나 자유롭게 공유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모두의 개인적 자유의 경험을 통해서 나의 자유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더 넓어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억압과 구속으로부터의 자유(욕망과 개인적 명령으로부터의 자유)와 대비되는 칸트의 이성적 도덕률에 맞게 사는 자유에 대한 정의는 자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의문을 풀기 위해서 책을 추천하고 발제를 하고 여러 회원님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책을 읽고, 그 책에 씌어진 저자의 생각을 읽고, 나를 읽는" 3독이라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책을 읽고, 나와의 생각과 다른 장면들에 대한 좋고 싫음으로 판단되어서 이 책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재독을 통해서 저자가 가진 생각과 크레타섬의 아름다움, 조르바라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의 일치에서 자유라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어렴풋한 인상이 독서모임의 회원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저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나 스스로에 대해서 조금 더 나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모든 이해는 나만의 해석으로 또다른 오해가 되지 않을 지 걱정되는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서 나의 이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오해를 줄이는 작업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뒤풀이에서의 개인적인 경험들의 공유와 공감은 참 따뜻하고 좋은 기분을 만들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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