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nmar, Yangon
새벽에 떨어진 양곤 터미널, 그곳에는 한 번에 우르르 내린 외국인들과 현지 인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계속해서 만나게 된 러시아 여자와 약속했듯 그 여자를 찾아 나섰고 금방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이미 양곤 시내를 들어가기 위해 다른 여행자들을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금액이 문제였는지 이내 돌아섰고 우리와 합류했다. 시내로 들어가는 로컬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시도하려 했으나 주변에 널린 택시 기사들은 당연히 로컬 버스는 그 새벽 시간에 운영이 없다고 했고 계속해서 비싼 값을 불렀다. 심지어 태국에서 넘어오면서 환전을 안 해온 우리는 미얀마 짯이 없어 그들이 부르는 값을 낼 능력조차 없었다.(그곳에, 그 시간에 환전소가 있을 리 없었다.) 한참을 택시 기사들과 씨름을 하던 중 환전을 해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생각했던 가격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4명이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에 탑승했다. 택시를 타며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서 우연히 보았던 새벽빛을 맞고 있는 큰 규모의 불상을 보고 감탄했다. 그 불상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지만 이름도 정확한 위치도 알 수 없었다.
택시 기사에게 우리는 숙소 주소를 알려주었는데, 기사가 잘 찾지도 못하고 우리가 주소도 잘못 가르쳐 줬다. 때문에 한참을 돌아서야 우리는 숙소 근처에서 내릴 수 있었다. 함께 국경을 넘었던 용우는 한국에서 일행이 와있어 그대로 다른 숙소로 향했다. 그 러시아 여자와 함께. 그 후로 그녀를 마주칠 일은 없었다.
그동안과 달리 양곤의 첫 이미지는 내가 생각했던 인도와 비슷했다. 굉장히 더럽고 건물도 낡았고 냄새도 심했다. 길바닥에는 오염된 물들이 넘쳐났다. 거기에 날씨까지 매우 더웠다. 예약한 숙소도 마찬가지로 냄새가 났다. 짐을 풀고 조금 휴식을 취한 다음에 바로 환전부터 하러 길을 나섰다. 그리고 점심을 지나 숙소와 가까운 술레 파고다를 방문했다.
시내 중앙에 위치한 술레 파고다는 뭐랄까, 그냥 접근성이 좋은 파고다라고 해야 할까? 크게 감흥이 오거나 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불상 뒤에 왠 LED?
들어가는 입구에 신발을 보관하고 티켓을 구매하면 맨발로 들어갈 수 있다. 그동안 이런 곳에서는 꾀나 큰 감동을 받곤 했는데 슐레 파고다에서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너무 이상하게 가공된 듯한 불상과 조명들 때문이다. 크게 볼 게 없었던 파고다에서 나와 신발을 찾는데 보관료를 내란다. 어이가 없었지만 속아주는 샘 치고 나도 속였다. 500짯을 내라고 해 썼는데 100짯만 냈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쉐다곤 파고다를 방문하기 위해 근처에서 버스에 올라탔다. 당연히 노선을 몰랐던 나는 물어물어 버스를 탔다.
쉐다곤 파고다는 규모가 컸다. 그리고 매우 바닥이 뜨거웠다. 한낮에 도착 한터라 살짝 지친 기운도 있어 먼저 슬렁슬렁 돌아보기 시작했다. 규모는 컸지만 뭔가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던 것들을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굉장히 다닥다닥 붙어있고 양식도 다르게 느껴졌다.
그렇게 1시간쯤 보았을까, 너무 지쳐서 앉아 쉴 수 있는 곳에 일단 자리를 잡았다. 야경까지 보기 위해선 앞으로 3시간은 더 있어야 했다. 그냥 갈 수도 없기에 그 자리에서 누워서 잠을 자버렸다. 생각보다 편안했고 나는 바로 잠에 들어 2시간 동안이나 잤다. 자는 중간중간 다른 사람들이 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잘 잤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니 해는 넘어가려 하고 있었고 어둠이 내려왔다.
한 낮보다 훨씬 더 찰란 하게 빛나는 파고다를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더 많아졌고 저마다 기도를 하거나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구경을 하기도 했고 사진을 찍었다.
불을 붙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 앞에 무릎 꿇고 기도를 드리는 사람, 서서 기도드리는 사람, 빙 둘러앉아 기도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대로 기도를 했다. 조금은 시원해진 파고다를 이곳저곳 둘러보고 온 지 5시간이 넘은 후에야 파고다를 나올 수 있었다. 나오기 직전 낯익은 얼굴이 바닥에 앉아 있어 보니 용우였다.
그렇게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은 숙소 근처 뒷골목의 차이나 타운 거리 노점에서 먹었다. 사람들이 쪼그려 앉아 뭘 먹고 있길래 봤더니 국수였다. 맛있어 보여 바로 주문! 더군다나 가격도 매우 저렴했다. 물론 양도 저렴했다. 2그릇 정도 먹으면 딱 맞을 듯싶다. 현지인도 아닌 젊은 외국인이 현지인이랑 같이 꾸겨앉아 밥을 먹고 있으니 신기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끗힐끗 바라본다.
먹고 한참을 고민하다 태국 빠이에서 여행을 같이 했던 사와가 떠올라서 연락을 했다. 그녀는 이미 미얀마를 다녀왔었기 때문에 양곤에 볼만한 곳을 추천받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답을 준 그녀의 대답은 '순환 열차'였다. 찾아보니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일정이었다. 서울의 2호 선처럼 동그랗게 돌면서 밖을 볼 수 있지만 굉장히 느리고 더우며 중간에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살짝 고민했지만 마땅히 다른 일정이 없었기에 근처에 탑승장소를 찾아갔다.
하마터면 못 찾을 뻔한 탑승 장소. 안내 표지판도 없고 간판도 없고 덩그러니 서있는 건물을 찾은 게 다행이다. 들어가서 순환열차표를 얘기하니 곧 출발하니 내려가 있으라고 한다.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가 들어왔다. 생각보다 깨끗했고 생각만큼 냄새가 났고 생각만큼 더웠다. 하지만 분명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사실 처음 출발하고 얼마 안 가서 살짝 지쳤다. 적응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리고는 다양한 양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철도를 통해 집안에 놓을 가구부터 의류, 각종 잡동사니들을 운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리인처럼 보이지만 맨 뒷칸에서 술 먹고 담배 피며 히히덕거리는 사람, 물과 과일 각종 먹거리를 파는 상인, 남녀노소, 현지인 외국인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양곤의 동서남북이 어떻게 다르게 마을을 형성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남쪽과 동쪽은 그나마 발달되었고 북쪽은 낙후되었고 판자촌과 논밭이 있다. 서쪽은 대학교가 있어서 활기차고 색감이 넘친다. 이 순환 열차는 누군가에게는 출퇴근, 누군가에겐 밥벌이, 누군가에게는 여행 수단이었다. 양곤에서 순환 열차를 안 타본다면 정말 후회할 것이다.
왼쪽 중간 조금 아래부터 시작한 나는 남쪽을 지나 동쪽 그리고 북쪽, 다시 왼쪽 중간쯤에 와서 내렸다. 1시 30분에 탑승해서 오후 3시 30분에 하차했다. 대학교와 인야호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확실히 대학 가는 달랐다. 활기가 있고 마을에 색이 보였다. 광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길에 덥고 배도 고파 잠시 쉬기 위해 한 쇼핑몰에 들어갔다. 마침 대형 마트가 자리 잡고 있어 필요했던 치약과 칫솔, 그토록 좋아하는 고추냉이 과자를 샀다. 생각보다 대학교가 크고 멀어 호수에 도착하는데 한참을 걸어야 했다.
그렇게 도착한 인야호는 생각보다 큰 감흥은 없었다. 날씨도 조금 흐렸지만 그리 크지도, 그리 깨끗하지도 마땅히 좋은 풍경이 있지도 않았다. 그저 현지 사람들이 산책하고 쉬기에 좋은 정도였다. 이곳에 오려고 노력했던 시간에 비해 너무 짧게 이곳을 둘러보고는 바로 건너편에서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살짝 지나쳐서 내리게 되었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오른편에 열린 시장에서 망고와 망고스틴을 사서 숙소로 복귀했다.
바간으로 넘어가는 날, 체크아웃을 위해 가방을 싸고 아침을 먹기 위해 잠시 밖을 나왔다. 나와서 얼마 걷지 않아 무언가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새 똥이었다. 그렇게 새가 많은데 한 번도 안 맞는다 했더니 마지막을 배웅해주는구나. 고맙다. 다행히 모자를 쓰고 있어 모자만 다시 빨고 그대로 쓰고 나왔다.
그리고 한참을 식당을 찾았다. 숙소 바로 근처에는 중국음식을 파는 집이 대부분이라 현지 식당을 찾으러 한참을 돌아다녀도 없어 결국 아무 곳이나 들어갔다. 그렇게 대충 배를 채우고 나와서 어제 봐놨던 카페로 향했다. 커피는 사치이지만 가장 더울 시간에 할 수 있는 건 카페뿐이었다. 카페에서 글도 쓰고 사진도 정리할 겸 한동안 작업을 하다가 4시쯤 술레 파고다 부근에서 로컬 버스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이동했다. 한번 로컬 버스를 이용하고 나니 택시나 비싼 툭툭을 이용할 수 없다. 버스는 저렴하니까. 그렇게 탄 버스는 양곤에서 유명한 JJexpress 였다.
하늘에 비행기가 있다면 땅에는 JJ가 있다는 그들은 항공사를 벤치마킹하여 비행기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그대로 버스에 옮겨놨다. 승무원 복장의 직원들과 간단한 식사 및 빵, 그리고 카트로 배달되는 음료까지, 거기에 좌석별 VCR. 가격은 다른 버스에 비해 조금 비싸지만 선택권도 없었고 만족했다. 그렇게 바간으로 향했다.
Pic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