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느끼는 그대로 여행

Nepal, Kathmandu - pokhara, Himalaya

by Moon Heehong

미얀마 떠나는 날, 공항에 왔다. 한국을 떠날 때 타고 처음 타는 비행기라 그런지 마치 여행을 출발하는 것처럼 들뜨고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벌써 여행을 시작한 지 3개월이 흘렀다니 참 시간이 빨리 흘렀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출발 전 대기석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한 비행기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내가 타야 할 비행기였다. 그런데 과연 저 비행기가 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너무 작고 낡았다. 이곳저곳 보수 작업을 한 흔적들이 보였다. 이러나저러나 나에게 선택권은 어차피 없으니까. 이미 티켓은 내 손에 있고 출국 도장까지 찍힌 마당에.

네팔 카트만두로 들어가 가 위해서는 방글라데시에서 경유를 해야 했다. 시간은 12시간 정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방글라데시를 잠시 구경하고 올까 생각도 했지만 시내까지 나가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위험하다는 말도 많아 포기하고 공항 노숙을 하기로 했다.

처음 경유를 해보는 상황이라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공항 직원에게도 몇 번이나 물어보면서 티켓을 확인시키고 이것저것을 확인했다. 티켓에 도장을 받아 transit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나니 아침시간이 되면 아침까지 공짜로 받을 수 있다고 확인받고 그제야 안심하고 공항을 좀 둘러봤다. 와이파이까지 잡히는 자리가 있어 그래도 심심함도 덜 수 있었다. 돌아다니던 중 무슨 다과 같은 것을 봤는데 보기에 너무 맛있게 보여서 혹해서 거금을 주고 구입을 했는데 한입 먹는 순간 악! 그냥 설탕이 줄줄 흐르는 괴상한 맛의 다과였다.(그 이후로도 이런 종류의 다과를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절대 시도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비주얼에서 그런 맛을 낼 수 있는지 속아도 너무 속았다. 그래도 아깝다고 계속 들고 다녔는데 결국은 버리게 됐다.

노숙을 하다가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돼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노숙을 했기에 너무 피곤해서 식당에서도 졸았다. 한참을 기다려 밥이 나왔고 먹을만했다. 그런데 식당 직원이 슬며시 다가오더니 자기 맥주를 좀 사달라고 말했다. 아니 네가 사다 먹으면 될걸 왜 나한테 부탁해? 했더니 자기는 살 수 없다고 내가 가진 티켓으로 면세점에서 달라고 했다. 뭐 큰 어려운 일도 아니니 맥주 6캔 정도를 사다가 몰래 가지고 들어와 그 직원에게 전달해줬더니 고맙다고 했고 서비스로 음료까지 줬다. 그리고 페이스북 친구까지 맺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경유 비행기를 탔다.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 비자를 받기 위해 준비하는데 이곳은 기계를 통해 신청하고 카운터로 가서 돈을 지불하면 끝나는 방식이었다. 열심히 작성하고 사진까지 촬영을 하고 종이를 받아 들고 카운터로 향해 카드를 내밀었다. 분명 바로 앞사람은 카드를 결제하였고 카드도 받는다고 돼있었기에 한치에 망설임도 없었다. 그런데 직원이 하는 말이 카드가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카드를 내밀어도 안된다고. 현금만 받는단다. 이 자식이 아무래도 차별을 하는 것 같았다. 나도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버티기로 있었는데 그놈은 자리를 벗어났다. 하는 수 없이 현금을 인출해야 했다. 문제는 카드가 수화물 짐에 있는 것. 때문에 보안팀에게 말해 수화물을 찾아 건물 밖으로 나가 atm기에서 돈을 뽑아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렇게 검색대도 몇 번을 통과하고 한참을 고생한 끝에 비자를 받을 수 있었고 공항에서 로컬 버스를 타고 시내로 접어들었다. 네팔 하면 자연을 생각했기에 한껏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시내는 온통 먼저 투성이었고 당장 마스크를 써야겠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한~참을 걸어 체크인을 하고 쓰러졌다.

저녁이 돼서야 밖으로 나와 식당을 찾았다. 가게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깨끗해 보이는 인도 카레 음식점이 었는데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그리고는 주변 메인 거리를 좀 둘러보고 다시 숙소로 와서 온라인으로 인도 비자를 신청하고 잠에 들었다.


일괄편집1_DSC05566.JPG 공동 장소에서 세탁하는 현지인들
일괄편집1_DSC05567.JPG

9시까지 인도 비자센터에 가야 했기에 8시에 기상해서 바로 출발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철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9시 정각이 되니까 문이 열렸고 번호표를 뽑아 순서를 기다렸다. 1번호가 넘어가는데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이럴 때는 항상 우리나라 창구 직원들이 얼마나 일을 빠르게 잘하는지 절실히 느껴진다. 드디어 차례가 돼서 창구 직원을 만나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통과되기를 기다렸다. 인도 비자는 워낙 까다롭기로 유명했기 때문에 긴장이 됐다. 잠시 후 직원이 와서 말하길 "서류 준비 다시 해와, 이 서류 잘못됐어." 하...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12시가 넘어가면 얄짤없이 업무를 종료해버리는 애들인데 남은 시간은 30분, 아직 대기하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우선 서류를 받아 들고 옆에 여행사로 들어가 필요한 서류를 돈 주고 빨리 하는 수밖에 없었다. 5분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돈을 지불하고 나왔다. 결국 이렇게 될 거 뭐하러 전날 고생했는지 아오. 바로 다시 철문을 열고 들어가 번호표 없이 창구 옆에서 서성였다. 그리고 해당 번호의 사람이 마무리 지었을 때 재빨리 내 서류를 들이밀었다. 다행히도 직원은 군말 없이 서류를 받아줬고 바로 처리가 끝났다. 옆으로 이동해 돈을 내고 끝이 났다. 심지어 비자 가격도 올라 엄청 비싸졌지만 그래도 무사히 신청까지 완료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점심을 대충 때우고 숙소 앞 여행사에 방문해서 포카라행 버스를 예약하고 Patan durbar square를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일괄편집1_DSC05575.JPG 숙소 앞 건물 창문에서 고개를 내민 아이
일괄편집1_DSC05579.JPG 숙수 앞 건물 창문에서 고개를 내민 아이
일괄편집1_DSC05585.JPG
일괄편집1_DSC05586.JPG 현지 로컬 버스

숙소에서 조금 걸어 나와 큰 공원 광장 옆에서 무작정 버스를 잡아 탔다. 정확히 버스 정류장이 표시돼있는 것도 아니고 버스도 우리나라처럼 노선표나 이런 것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지나가는 버스를 잡고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버스를 타고 1시간쯤 가서 마지막 정류장에 내려 골목골목을 통해 스퀘어에 도착했다.

일괄편집1_DSC05601.JPG
일괄편집1_DSC05604.JPG
일괄편집1_DSC05615.JPG

아쉽게도 내가 네팔에 오기 전에 지진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인명 피해까지 있었기에 보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때문에 많은 건물들을 온전한 상태로 볼 수 없었지만 잘 복원되기를 바랐다. 스퀘어는 내가 생각했던 느낌 하고는 상당히 달랐다. 건축 양식이 중국스러우면서도 유럽스러움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한 번도 유럽은 가보지 못했지만 무슨 느낌인지는 다들 아니까). 카트만두에서 봐야 할 곳 몇 곳 중 한 곳에 꼽히는 만큼 관광객들이 매우 많았고 복잡 복잡했다. 너무 더운 날씨이기도 했고 공사 차량과 사람들이 뒤엉커 시끄러웠기에 조용하게 구경할 수 있는 근처 카페 루프탑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음료 하나를 시키고 그곳에 앉아 스퀘어를 바라봤다.

일괄편집1_DSC05625.JPG
일괄편집1_DSC05643.JPG 커플들이 옹기종이 앉아 있는 모습

한참을 루프탑에서 구경을 하다 해가 조금 떨어질 시간이 돼서 구석구석을 보고자 메인 거리를 벗어나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그 좁은 골목에 상인들은 각자 자기네 물건들을 내놓고 팔고, 오토바이도 쌩쌩 달리고 아이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리고 그날은 무슨 날이 었는지 한참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일괄편집1_DSC05651.JPG
일괄편집1_DSC05656.JPG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혼합된 느낌의 집
일괄편집1_DSC05664.JPG
일괄편집1_DSC05670.JPG 행사의 상징물(?)
일괄편집1_DSC05676.JPG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크고 높은 조형물을 사람들이 끌고 이동을 했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만지고 기도를 했다. 아마 이 조형물에 신앙이 있는 모양이다. 저 크고 높은 조형물은 넓은 골목부터 좁은 골목까지 다녔고 그 주위를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다녔다. 그리고 그들의 전통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금 더 깊숙이 골목으로 들어가다가 한 우물을 발견했다.

일괄편집1_DSC05684.JPG

많은 엄마들이 그곳에서 물을 퍼올리고 있었고 나는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자 그곳의 엄마와 꼬마들이 말을 걸어왔고 더 신기한 것이 있다며 나를 더 깊숙한 곳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깊이 들어가자 한 정원이 나왔는데 그곳에도 작은 템플(?)이 있었다. 아이들이 설명해 주길 이곳 신이 자리 잡은 곳이라고 하는데 아이들 설명이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아이들이 귀여워 잠깐 놀다가 사진을 찍고 다시 그곳을 나왔다.

일괄편집1_DSC05696.JPG
일괄편집1_DSC05700.JPG 사진을 찍기 위해 벤치에 모인 아이들
일괄편집1_DSC05707.JPG

해가 거의 넘어갈 때 즈음해서 스퀘어를 빠져나와 버스에 다시 올라타 숙소 근처 메인 거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제 봤던 거리를 구경하고 슈퍼에 들려 내일 이동할 때 필요한 음식을 조금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일괄편집1_DSC05741.JPG

새벽 5시에 일어나 포카라에 이동하는 버스에 6시 30분에 올라탔다. 그리고 8시간 정도 걸려 오후 2시에 드디어 포카라에 도착했다. 분명 에어컨도 있고 좋은 버스를 예약했는데 실상은 에어컨은 거의 틀어주지도 않고 아주 상태가 좋지 못한 버스였다.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허리가 아파 죽을 뻔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어떻게 숙소까지 가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당연히 걸어가려고 했는데 거리가 너무 멀었다. 심지어 비도 내리기 시작했다. 정류장에 서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자신이 숙소가 있으니 그곳을 보고 결정을 하라고 했다. 그 남자가 알려준 숙소는 내가 예약한 숙소가 가까웠기에 그를 통해 사기당하지 않고 택시를 잡은 뒤 그가 안내해준 곳으로 가지 않고 예약한 숙소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고 다음날 페러 글라이딩을 예약하고 저녁을 먹은 뒤 히말라야 트레킹 예약을 했다. 히말라야 트레킹 예약은 한국인에게 유명한 윈드폴에서 했다. 급하게 예약을 하고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나니 하루가 저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숙소에서 일출 보러 가는 투어를 예약하고 마무리했다.


오전 4시에 일어나 숙소 앞에 와있는 택시에 올라탔다. 같은 숙소에 있던 외국인도 같이 택시에 올라탔고 산 꼭대기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뷰포인트까지는 걸어서 올라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 하늘은 붉어지고 있었지만 날씨가 워낙 흐려 과연 해가 뜰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풍경 하나는 일품이었다. 포카라는 카트만두와는 달리 먼지가 날리지 않아 마스크를 쓰고 다닐 필요는 없었다.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능선들

시간이 꾀나 흘러 조금 춥다고 느껴지고 있을 때쯤 갑자기 사람들의 탄성이 나왔다. 저 멀리 해가 빼꼼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길 잘했다. 그러면서 감춰져 있던 눈이 덮인 산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때는 이 모습마저도 너무 경이로웠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이었음을 알지 못했다. 해가 어느덧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이 아기자기하게 이뻐 보였다. 정말 작게 보이는 트럭부터 사람들, 전봇대와 전깃줄 고요해 보이는 동네.

구름 사이로 뜨는 태양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아기자기한 마을

2시간 정도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8시쯤 내려와 페러글라이딩을 위해 픽업 차량에 올라타 샵으로 이동했다.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출발하기 전까지 옆에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을 마셨다. 그치고 차를 타고 한참이나 달려 점프 포인트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높았다. 무엇보다 저 절벽을 향해 내가 스스로 달려 점프해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조금 겁이 났다.

헬맷을 착용하고 내 고프로도 내 몸에 장착하고 촬영 준비를 끝냈는데 촬영은 본인 들걸로 해줄 테니 내 장비는 넣어두라고 했다. 분실 위험도 있고 위험하다고. 어차피 촬영에 대한 비용까지 포함돼 있던 터라 순순히 말을 듣고 그들에게 촬영을 맡겼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내 두발을 굴려 절벽으로 다다다다 달렸다. 솔직히 살짝 겁이 났지만 그냥 막 달렸다. 그리고 몸이 쭉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내 붕 ~ 떠올랐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하늘로 쭉 올라갔다.

일괄편집1_G0011265.JPG

처음 해보는 페러 글라이딩이 마냥 신기했고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멋있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세상이 약간 동그랗게 보였고 바람 소리만 내 귀를 크게 때렸다. 순간 이걸 혼자 하면 얼마나 더 기분이 좋을까란 생각이 들어 자격증을 딸 수 있냐 물으니 6개월이 걸린다는 말에 조용히 이 풍경을 즐기기로 했다. 중간중간에 사진 촬영도 하고 동영상 촬영도 했다. 하지만 역시 내가 그냥 촬영을 했어야 했다. 이들이 해주는 촬영은 정말 기록 남기기 용일 뿐이었다. 나는 내가 뛰는 순간부터 모든 순간을 담고 싶었는데. 그 느낌을 그대로 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한참을 그렇게 날다가 착륙 포인트가 눈에 들어오자 가이드는 나에게 좀 더 스릴을 즐겨보겠냐고 물었고 나는 당연히 오케이!! 그 순간 그는 한쪽 손으로 줄 하나를 강하게 잡아당겼고 순간 우리는 한쪽으로 쏠리며 소용돌이치듯 돌면서 아래로 막 떨어졌다. 와 아아아 아!!! 소리를 지르며 떨어졌다. 아주 그냥 스릴 만점이었다. 중간에 속이 별로 안 좋아지긴 했지만 롤러코스터를 다는 기분이었다.

포인트에 안전하게 착륙하고 다른 사람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네 쪽에서 아주 까르르 까르르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리길래 가봤더니 엄마로 보이는 분과 아들로 보이는 남자가 그네를 타고 있었다. 어찌나 그 모습이 좋아 보이 던 지. 나이 많은 엄마와 다 큰 아들의 그네 하나를 가지고 그렇게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다니 나도 모르게 내 얼굴에 미소가 뗬다. 페러 글라이딩이 끝나고는 오후 5시에 히말라야 트레킹 가이드와 미팅이 있어 윈드폴로 향했다.

야외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인데 끝내 못가본게 아쉽다.

우리 가이드의 이름은 빌이었다. 그는 방금 히말라야 트레킹을 끝내고 도착했고 곧바로 우리와 미팅을 하고 내일 다시 히말라야 트레킹을 출발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의 일이라지만 하루도 쉼 없이 이렇게 힘든 일을 하다니 대단했고 한편으론 안쓰러웠다. 1시간 정도 우리 루트와 일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필요한 장비를 윈드폴에서 조금 빌리고 그 외 빌릴 수 없는 폴이나 우비 등은 시내에서 구매를 했다. 라면도 사고. 윈드폴에서 사람들도 만나 이런저런 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중년의 한 어른이 말씀하시길 "요즘 어린 사람들 보면 참 내 딸이 불쌍해. 이런 거 한번 못해보고 시집을 갔으니까." 참 요즘 들어 공감 가는 말이다. 일생에 목표가 공부 잘해서 좋은 직장 구하고 그리고 결혼. 결혼하고 나면 안전한 노후에 대한 걱정뿐이다. 그 어디에도 세상을 더 알고 다양한 것을 보고, 사람을 보고, 삶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라는 권유는 하지도 알려주지도 않는다. 스스로 찾는 사람만이 알 수 있고 그들도 때로는 무모하다고, 때로는 부러움을 사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아직 많은 곳을 다닌 것은 아니지만 느끼는 것은 사실 사람 사는 세상 다 똑같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다 똑같음 속에서 다름이 보이고 그에 따라 내가 살아오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다양해진다. 이를 행하지 않았다면 선택지가 없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건 그건 나의 몫이고.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 그리고 저녁에는 트레킹을 위해 이발기로 머리를 밀었다. 샤워를 못하고 씻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덜 씻고 싶은 마음을 느끼고자. 문제는 잘 나가다가 실수로 구레나룻를 밀어버렸다. 이미 밀려버린 머리는 과감히 포기해야지. 윈드폴에서 만난 사람과 한인에게 유명한 한식당에 가서 저녁과 네팔 막걸리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내 여행 계획이 조금은 바뀌고 더 다양한 곳이 빨리 가고 싶어 졌다.


KakaoTalk_20170517_153541971.jpg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짐을 싸고 부랴부랴 나와서 대부분 열지 않은 곳 중 유일하게 연 곳에 들어갔다. 샌드위치를 하나 먹고 예약해둔 차를 타고 출발. 7시 30분쯤 출발해서 여기가 차가 갈 수 있는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길을 지나(차가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사방으로 팡팡 튀어서 머리 박고) 10시쯤 시작점에 도착했다. 힐레에서 오늘의 목적지는 울렐리. 엊그제까지만 해도 히말라야 트레킹이 뭔지도 몰랐고, 당연히 영화에서 보던 엄청 춥고 눈 날리고 발이 푹푹 빠지는 곳을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곳이었다. 아직까진. 계속해서 경사의 계단을 올라야 했지만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았다.

일괄편집1_DSC05888.JPG 시작을 알리는 다리
일괄편집1_DSC05889.JPG 시작점에 엄홍길 대장이 세운 초등학교가 있다.
일괄편집1_DSC01165.JPG
일괄편집1_DSC01170.JPG
일괄편집1_DSC05901.JPG
일괄편집1_DSC01171.JPG 올라가는 길에 만난 수영할 수 있는 장소. 난 너무 추워 안했다.

오히려 상쾌한 기분? 날씨 덕도 있다. 해가 없이 선선했으니까. 올라가는 길에 사람들도 지나치고 무엇보다 당나귀가 줄을 지어 내려오는데 웃긴 것이 주인이 한참 뒤에서 뭐라고 하니까 당나귀들이 일제히 멈추는 거 아닌가. 심지어 내 앞에 잇던 당나귀는 진짜 그대로 스톱. 뒷발을 차마 바닥에 딛지 못한 상태에서 맘춰 버렸다. 너무 웃기고 신기했다.

일괄편집1_DSC05908.JPG
일괄편집1_DSC01175.JPG

별다른 것 없이 뒷동산 등산 마냥 3시간쯤 걸어올라 벌써 울렐리에 도착했다. 너무 느리고 더 가야 되는 거 아니냐 했더니 첫날이고 고산병 적응을 위해 여기서 하루 머물러야 한단다. 그렇게 도착해 점심을 먹으려는데 역시 너무 비쌌다. 땅에 비해 최소 3~4배. 그래서 머쉬룸 수프를 주문했는데 물에 버섯을 동동 띄어놓은 느낌? 이게 무슨 맛일까? 그래도 비싸니까 다 먹었다. 인터넷을 좀 사용해볼까 하고 비밀번호를 물으니 돈을 내야 한다길래 그것도 포기했다. 그리고는 동네 주변을 돌아봤다.

일괄편집1_DSC05922.JPG 안개가 자욱히 낀 풍경
일괄편집1_DSC05929.JPG
일괄편집1_DSC05936.JPG 몇집 안되는 마을
일괄편집1_DSC05939.JPG 생각지 못하게 화려한 색의 꽃을 만났다.
일괄편집1_DSC05940.JPG

도대체 왜 이런 곳에서 저렇게 밭일을 하며 사는지. 도대체 포클레인은 어떻게 올라와 잇는 건지. 물과 기타 필수품을 어떻게 운반하는지 모든 것이 참 이해되지 않았다. 생필품이야 당나귀를 통해 공수받는 거 같지만 한번 갔다 오려면 시간이...

일괄편집1_DSC05945.JPG
일괄편집1_DSC05949.JPG

이어서 집 골목골목을 둘러보는데 동화에서 나올법한 분위기의 장소를 만났다. 지금은 잠시 집을 비웠는지 닫힌 문과 창문, 그 옆에는 벌을 키우는 벌통이 있었다. 그 앞에는 잘 정리돼 자라고 있는 꽃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괄편집1_DSC05957.JPG
일괄편집1_DSC05961.JPG

그렇게 작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고 씻고 한숨 잠을 잤다. 어찌나 잠이 잘 오던지. 숙소 시설은 뭐 말할 필요도 없이 굉장히 낡았다. 화 나무판자로 대충 만들어 놓은 공간이었고 벌레만 안 나오면 다행이었다. 그리고 씻는 건 당연히 할 수 없었다. 9시쯤 일어나 땅에서 사 온 라면을 먹었다. 라면이 아닌 카레 국수 느낌. 조리를 잘못한 건지 너무 맛이 없었다. 실패했지만 돈을 아끼고자 8일 치나 사 왔기 때문에 답이 없다. 꾸역꾸역 먹어야지. 그렇게 산 중턱 한 마을에서 경치를 바라보며 다시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지 마자 콧물이 줄줄 났다. 감기였다. 일행이 트레킹 출발 전에 만났던 사람이 감기 걸렸다고 했는데 그걸 옮고 내가 또 옮은 것 같다. 망했다. 고산병도 올까 걱정인데 감기라니. 최악의 컨디션이다. 우선 아침을 땅에서 사 온 빵으로 대충 먹고 찬물로 세수하고 머리를 감고 출발했다. 사실 머리도 감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두피에 염증이 있어 그럴 수 없어 가볍게 감고 출발했다.

일괄편집1_DSC05976.JPG
일괄편집1_DSC05988.JPG
일괄편집1_DSC05978.JPG

열심히 올라올라 점심을 먹는 곳에 도착했다. 올라갈수록 가격은 점점 비싸졌다. 땅에서는 70에 팔던 음료가 이곳에서는 250이다. 땅에서 한국음식이 300인데 여기서 현지 라면이 400이다. 얘네를 어떻게 하면 좋지??? 끓인 물이 250???? 파는 물이 70인데??? 우리나라도 그렇긴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니? 아침엔 가져온 빵으로 해결했고 한 끼 정도는 밥을 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400을 주고 밥을 먹었다. 물, 음료는 사치였다. 가져온 물 500ml로 하루를 버틴다. 또다시 걷고 걸어 목적지 고레파니 도착했다. 사실 이때까지는 크게 감동을 받거나 특별히 좋은 점을 느끼지는 못했다. 힘들게 산을 오르지도 않았고 아직 낮아 우리나라 산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일괄편집1_DSC05998.JPG

도착해서 빌(가이드)이 안내한 숙소에 갔는데 1박에 300, 뜨거운 물 샤워 100, 와이파이 100. 이건 아니지라고 생각해서 바로 주변 탐색에 들어갔다. 주변에 깔끔한 건물로 들어가서 얼마니 물으니 500이란다. 주변에는 300이라는데? 그냥 간다? 알겠어 200에 줄게. 뜨거운 물 샤워, 공짜 와이파이 줄 거지? 알겠어 대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그렇게 굿 딜을 끝내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는 바로 이코스의 목적 푼힐로 향했다. 원래는 내일 새벽에 일어나 방문하고 바로 이어서 본격적인 코스로 진입할 예정이었지만 내일 혹시 날씨에 일출을 보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힘들었지만 바로 길을 나섰다.

일괄편집1_DSC06009.JPG 골목에서 만난 귀여운 애기
일괄편집1_DSC06011.JPG
일괄편집1_DSC06014.JPG 숙소에서 내려본 풍경
일괄편집1_DSC06019.JPG 푼힐로 올라가는 계단 길, 너무 많다.
일괄편집1_DSC06043.JPG
일괄편집1_DSC06050.JPG 푼힐 오르는 길 중간에 내려본 마을
일괄편집1_DSC06060.JPG
일괄편집1_DSC06086.JPG 어딜가나 꼭 있는 돌탑

푼힐은 주변 산맥의 range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침 일출과 풍경 보기로 유명한 곳인데 가이드 두고 일행과 올라갔다. 그곳의 풍경은 좋았다. 하지만 구름이 껴서 안나푸르나 range는 볼 수 없었다. 너무 아쉽다. 내일은 부디 볼 수 있길 빌었다. 아 그리고 원래 입장료가 50이 있는데 사람이 없어서 그냥 들어왔다.

일괄편집1_DSC06099.JPG
일괄편집1_DSC06098.JPG
일괄편집1_DSC06101.JPG 푼힐 입구
일괄편집1_DSC06107.JPG 푼힐 도착!!
일괄편집1_DSC06112.JPG
일괄편집1_DSC06122.JPG 샵인데 시즌이 아니라 그런지 문을 닫았다.
일괄편집1_DSC06135.JPG

내려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젔.. 30분 동안 급하게 내려와 다 젖었다. 내 바람막이에 축축한 것이 빗물인지 콧물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무튼 다 젖었다. 바로 숙소로 들어가 씻었다. 고산병 걸리기 쉬우니 씻지 말라는데 감기 때문에 안 씻을 수가 없어 심지어 뜨거운 물로 샤워와 빨래를 했다. 그리고 리빙룸에 있는 장작으로 열을 내는 난로에 말리고 옹기종이 앉아 담화를 나눴다.

일괄편집1_20170509_191702.jpg

밖은 비가 오고. 그렇게 한참을 있다 빌과 내일 계획을 얘기하고 9시에 잠을 청했다. 새벽에 푼힐을 가야 하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