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걷는 길

날씨가 좋지 않아서 우울한 것은 거짓말이다.

비가 오지 않은 날에만 가야 하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by 문작가

바닷가 근처에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책을 폈다.

이번 책은 즐겨보던 드라마의 원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택했다.


시끌한 카페는 영 취향이 아니기에

조용한 카페를 찾기에 열중했다.


'저희 카페는 조용한 감성을 추구합니다'


"여기다"


바다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

단체 손님도 4명으로 제한되어 있는 곳이었다.


창 밖 바다가 보이는 명당은 이미 사람이 있었다.


아쉽지도 않을 만큼 그 자리는

굉장히 분위기 있는 명당이었다.


창문이 없는 쪽으로 앉아 따뜻한 라테를 주문했고


사장님의 라테아트와 깨끗한 우유폼에 감탄하며 책을 폈다.


이 날의 날씨는 이슬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흐린 날씨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왔다고 하면 모두가 돈을 날렸다고 할 테지만

내가 날씨 하나 검색을 안 하고 왔겠는가!


우중충한 맛도 있는 것이다.


일본의 고전 수필 쓰레즈레구사의 한 구절 중

"벚꽃은 한창일 때만, 달은 맑은 날만 보아야 하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


바다가 맑은 날일 때에만, 여행은 비가 오지 않은 날에만 가야 하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카페 문을 열고

열 발자국만을 나아가면 바다다.


그 기분이 주는 설렘을 안고 기분 좋게 따뜻한 라테를 다시금 쪼록 마셨다.


입천장이 조금 데였지만 아랑곳 않고 책의 페이지를 넘긴다.


오늘따라 책이 넘어가는 소리가 꽤 경쾌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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