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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를아는아이 Nov 25. 2020

서울

나만의 인생 사전

서울: 영원히 낯가리는 어떤 도시.


예전에 지방에서 처음 서울 올라온 사람들이 꼭 해 봐야 하는 것이 세 가지 있었다. 

‘63 빌딩’, ‘남산 케이블카’ 그리고 ‘한강 유람선’이다. 서울에 올라온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나는 최근에 남산 케이블카를 타 봤을 뿐 무려 두 가지나 아직도 해 보지 못했다.

그 세 가지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내가 서울 올라와서 한  첫 나들이는 ‘경복궁’이었다. 그런데 사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해체되기 전 중앙청의 압도적이고 심지어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던 비주얼이었다. 그리고 경회루를 지나다가 우연히 본 드라마 촬영 모습도….

개나리가 듬성듬성 핀 연못을 배경으로 두 모녀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었는데, 딸 배역을 맡은 이가 바로 배우 고 최진실(1968~2008) 씨였다. 아무튼 서울은 우연히 길을 가다가 텔레비전에서 본 사람을 마주칠 수도 있는, 놀라운(?) 도시였다.

New York, New York이라는 올드 팝송에 “I want to be a part of it.”이라는 부분이 있다. 나도 처음 서울에 올라올 때 조금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서울의 일부(a part of it)’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 거대한 도시에서 내가 알고, 조금은 정을 붙이고 찾아가는 곳은 극히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서울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도시가 결국, 한 사람에게 단 한 번도 온전히 알려지지 않은 채, 어둠 속으로 천천히 혹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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