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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실리 가는 길

덩굴 라일락 향기를 찾아서-#3. 사랑의 은유

by 시를아는아이

“사랑은 단 하나의 은유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_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는 사실 포르노그래피에 가까운 사랑이 곳곳에 등장해요. 젊은 시절 이 책을 지하철에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려서 주변의 눈치를 본 기억도 있어요. 주인공 토마시는 육체적인 관계를 진지한 사랑과 구분하는 냉철한 외과의사죠. 이 소설을 읽으며서 비로소 어른스러운 사랑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일종의 자유로움도 함께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책을 덮고 내가 뿌리내린 한국 사회라는 현실과 뼛속까지 한국인인 스스로를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를 가로 젓고 말았죠. 문학이나 예술은 현실에 대한 하나의 질문이자 제안, 이상이지 결코 현실이 아니니까요.


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보다 한 술 더 뜬 <롤리타>(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어떤가요? 30대 후반의 중년 남자(험버트)가 열두 살 소녀를 사랑하는 이야기죠. ‘미친 사랑’이란 이런 걸까요? 그 남자는 소녀를 님펫(nympet, 작은 요정)이라는 새로운 단어까지 만들어 부르며 순수한(?) 사랑에 몰입하죠. 개인적으로도 신기한 소설적 체험인데, 주인공(험버트)이자 화자인 이 분의 내레이션을 따라 가다 보면 나 자신도 함께 비정상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었죠. 결국, 나도 모르게 이런 혼잣말이 나오더군요.

‘이 사람(또는 작가) 정말 미친 거 아냐?’


3.

그런데 왜 갑자기 쿤데라와 나보코프냐고요?

나의 ‘진’에 대한 감정을 세상이 아는 순간 사람들은 나를 비난하며 토마시나 험버트로 부를지도 몰라요! 특히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남녀 간의 나이 차이… . 어쩌면 한 살 차이마다 돌이 하나씩 날아들지도 모르죠… .

아직은 ‘진’에 대한 제 감정을 세상 그 누구도 몰랐으면 좋겠어요. 단지 이 글이 아직 세상이 모르는 그 ‘사랑에 대한 은유’로 읽혔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혹은 영원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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