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천천히 삼키다
**아침의 시작 – 피렌체,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나는 여행 중에도 아침식사를 대충 넘기지 못한다.
식당보다 아침 먹을 카페를 신중하게 고르고,
그날 신을 신발보다 브리오슈의 잼을 먼저 고민한다.
피렌체의 아침, 나는 미켈란젤로 광장의 언덕 아래에 있는 조용한 카페에 앉았다.
창밖에는 천천히 밝아오는 이탈리아의 하늘이 있었다
크레마가 얇게 얹힌 카푸치노 한 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브리오슈 하나가
시간이 멈춘 이 도시에서의 하루를 조용히 시작하게 했다.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던 그 시간,
지금도 그 아침의 공기,새소리,주변의 모든 것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정오의 리듬 – Enzo e Piero**
정오의 피렌체는 분주하다.
사람도, 골목도, 메뉴판도 빠르게 움직인다.
Enzo e Piero.
오래된 나무 테이블과 유쾌한 종업원,
소박하고 따뜻한 라구 파스타.
음식은 맛이 깊었고, 분위기는 따뜻했다.
점심의 목적은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하루의 중심을 잠시 붙잡는 일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하루의 중심을 되찾았다.
**해질 무렵의 테이블 – 몬테풀차노, La Grotta**
몬테풀차노의 마지막 점심.
우리는 산 비아조 성당 아래,
정원이 펼쳐진 레스토랑 La Grotta에 들어섰다.
하얀 린넨이 덮인 테라스 테이블,
조용한 대화, 그리고 잘 익은 토마토와 트러플 향.
그날의 점심은 미각과 시각, 모든 감각을 깨웠다.
식사의 절반은 풍경이었다.
잔잔한 와인잔 속에서 시간이 천천히 흔들렸고,
햇살은 천 위로 그림자를 만들었다.
홈메이드 라비올리에는 계절의 풍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파스타는 토마토와 허브의 향이 입안에 가득찼다.
치즈 셀렉션은 각각의 개성을 품었지만
한 접시에 담기자 하나의 이야기처럼
어우러졌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한 잔.
짧지만 완벽한 여운을 남긴 그 한 모금은,
그날을 조용히, 깊게 각인시켰다.
**저녁의 낭만 – Golden View Open Bar**
피렌체의 일정이 잡히면,
나는 늘 숙소 예약과 함께 Golden View Open Bar의 식사 예약을 동시에 한다.
이곳은 내게 피렌체 그 자체였고,
언제나 여행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저녁 무렵, 우리는 폰테 베키오를 건너 Golden View Open Bar에 앉았다.
창밖으로는 강 건너 우피치 미술관이 보이고,
물빛은 해질녘의 색으로 조용히 번져갔다.
이 식당은 나에게 ‘기억의 식탁’이었다.
이십대의 나부터 가족, 남편, 친구, 발레메이트 언니까지—
함께 앉았던 사람들과의 순간들이 테이블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무엇을 먹었는지는 희미하지만,
그 저녁들이 남긴 감정은 또렷하다.
이곳의 음식은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풍미 가득한 해산물, 부드러운 고기, 신선한 채소와 치즈,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 한 입.
맛은 쉽게 지나가지 않고,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강가에 앉아 천천히 먹는 저녁은
그 자체로 위안이 되는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다리 위로 나왔다.
버스킹이 있는 날엔 사람들 사이에 조용히 앉아 노래를 듣는다.
그날의 나는, 길가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노래가 흐르고,
붉은 노을이 천천히 도시를 덮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낭만적인 순간이었다.
폰테 베키오는 한때 도살장과 생선가게가 줄지어 있던 다리였다.
메디치가의 대공 **페르디난도 1세 데 메디치(Ferdinando I de’ Medici)**는
다리의 품격을 높이고자 모든 도살장을 철거하고, 대신 보석상인들을 들였다.
그의 결정 이후, 피렌체의 다리는 품격을 얻었고, 우리는 그 위에서 가장 우아한 저녁을 만날 수 있었다.
– 식사를 한다는 것
이탈리아에서는 식사는 감정의 언어다.
브리오슈 한 조각도, 정원의 점심도, 해 질 녘의 와인 한 잔도
하루의 리듬 속에서 모두를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나는, 그 순서를 따라
다시 이탈리아에서 식사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