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의 식탁

해발 2500m 풍경 위, 식사의 리듬을 배우다

by Moonita









하루는 늘 호텔 조식으로 시작됐다.

산에 오르기 전, 테이블에 앉아 천천히 빵을 자르고

계란과 커피, 따뜻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시간.

그 순간의 조식은 작은 응원이자, 오늘을 시작하는 의식 같은 일이었다.


매일 마주하던 호텔 직원들의 눈빛은

조용하지만 따뜻한 격려처럼 느껴졌고,

식당 안의 낯선 이들도

그날 산을 함께 오를 것 같은 동료처럼 다가왔다.


우리는 항상 사과 하나를 챙겨

배낭에 넣고 산으로 향했다.

그 작은 과일 하나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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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2,000미터가 넘는 돌로미티의 산장에서

따뜻한 접시에 담긴 파스타를 마주했다.

테이블 위엔 감자튀김과 바삭한 빵,

그리고 파르미지아노 치즈 통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었다.


조용한 산 위의 식탁이,

여행자의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식탁처럼 느껴졌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산 위에서도 평소처럼 식사했다.

식전빵을 찢고, 음식을 나누고,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한 뒤,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걷는다.

그들에게 트래킹은 성취보다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식사의 방식이다 흐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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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에서 만난 음식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뇨끼와 육즙 많은 고기, 진한 치즈의 향은

내가 알고 있던 이탈리아의 맛과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그 낯섦은

매일 입던 옷 대신 새 옷을 입은 듯한 설렘으로 다가왔다.


신이 만든 조각 같은 돌로미티 산맥을 배경으로,

그 음식들을 이렇게 조용히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황홀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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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한때,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가 전쟁을 치렀던 국경의 땅이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지금도 능선 곳곳에 남아 있다.

오래된 벙커, 한 도시의 두 언어뿐만 아니라

두 지역의 취향이 섞인 음식도 그 흔적이었다.















돌로미티에서의 식사는

그저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아니었다.

빵을 찢고, 커피를 마시고,

산을 바라보며 잠시 멈춰 있는 것.


그 모든 것이 식사였다.


그리고 나는 그 식사 속에서,

시간을 조금 더 천천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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