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

by 문작

“선생님! 이 이야기 실화예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6학년 아이들은 <클라라의 전쟁>을 꺼내 보이며 물었습니다. 강제로 유대인 수용소에 가게 된 ‘클라라’가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도 오페라 공연을 연습하는 걸 보며 어떤 부분이 동화적 요소일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또 작가의 부모님이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일컫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라는 점에서 학생들의 호기심은 더욱 커진 듯 보였습니다.


평소에는 지나치기 일쑤였던 작가 이력까지 읽은 건 물론, 열띤 얼굴로 감상을 토로하는 아이들을 보자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왜 독일이 그 많은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왜 유대인은 저항하지 않고 수용소로 가는 열차에 올랐는지 등을 물으며 당시 상황을 궁금해했습니다. 믿기 힘든 끔찍한 역사지만, 때론 이러한 사실이 우리를 과거로 이끄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작품의 배경이 된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먼저 짚어봤습니다. 그리고 유대인에 관해 이야기하며 클라라에게 공감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수용소에 가기 전까지 가슴에 노란 별을 달고 다녀야 했던 상황과 총을 든 경비병들의 감시 아래 묽은 수프로 견뎌야 했던 수용소 생활은 상상만으로도 비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쟁은 결국 상처만 남길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어떻게 하면 평화를 지킬 수 있을지 생각을 모았습니다. 그러던 중, 몇몇 아이들이 뾰로통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선생님, 재미있는 이야기만 읽고 싶어요. 슬픈 건 싫어요”

“우리가 다른 나라의 역사까지 자세히 알아야 하나요?”


당시 상황을 궁금해하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던 아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눈빛에는 피로감이 묻어났습니다. 평화를 누리는 지금, 아이들이 전쟁을 그저 먼 나라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갑니다. 그렇다고 흥미를 끄는 이야기만 한다면 아이들이 중요한 가치를 깨닫지 못할 것 같아 고민이 되었습니다. 잠시 생각을 정돈한 후 질문을 건넸습니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편해질까요? 불편해질까요?”


아이들은 제 질문에 고개를 갸웃했다가, 아는 게 많으면 더 좋은 거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의도한 대답은 그 반대였습니다. 우리 삶은 아는 게 많을수록 더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면 번거롭더라도 분리수거에 신경 쓰고 일회용품 사용도 자제하게 됩니다. 초콜릿 하나를 살 때도 그렇습니다. 카카오 농장의 열악한 작업 환경과 심각한 아동 노동 실태를 알고 나면 공정무역 초콜릿에 손이 갑니다. 초콜릿값이 더 비싸더라도 윤리적 소비를 하는 게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던 상황으로 돌아가서, 만약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대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600만 명이나 학살당하는 끔찍한 인권 유린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안타깝기는 매한가지. 당시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강제 동원된 젊은이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으나, 일본은 아직도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가슴 아픈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비록 그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불편할 순 있지만, 세상을 현명하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의 바람이 잘 전달된 건지, 아이들에게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으로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라고 묻자, 다들 자세를 고쳐 앉으며 눈동자를 바삐 움직였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장애인이 느끼는 불편함이요.”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가 당하는 차별이요.”


아이들은 그동안 수업하면서 이야기 나눴던 내용을 잊지 않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불평등한 일들을 말해주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과거까지 알아야 하냐고 묻던 아이들의 눈빛에 다시금 생기가 돌았습니다.

“관심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변화를 이뤄내기 힘들 수 있지요. 이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제 물음에 한참 고민하던 아이들은 너무 어렵다며 초성이라도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인심이라도 쓰듯 칠판에 ‘ㅇ’과 ‘ㄷ’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이 낱말의 뜻은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진다’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이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연대’라고 외쳤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어떤 일이든 여럿이 함께하면 힘도 덜 들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마음 쓰기를, 그리고 세상에 힘이 되는 움직임에 함께하기를 바라면서 수업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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