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아이를 보며......
어느 주말에 있었던 일이다.
중학생인 둘째가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함께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아이가 주문한 음식이 가장 먼저 나왔지만 아이는 손도 대지 않고 기다렸다. 아직 엄마, 아빠의 음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특한 마음이 들면서도, 평소 아이에게 성급하게 굴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미안함이 앞섰다. 괜찮으니 어서 먹으라고 음식 그릇을 아이 앞으로 밀어주었다. 그때 아이가 나와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좀 있으면 못 보니까 이렇게라도 봐야지...."
그 한 마디가 어찌나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지. 아이를 너무 빨리 품에서 떼어놓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마침 칼국수가 나오는 덕분에 국물을 호호 불며 가까스로 감정을 숨길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기숙사 생활, 중학교 적응이 어디 그리 쉽겠는가. 초등학교 때까지 늦잠과 지각이 일상이었던 아이가 이제는 기숙사 방의 점등과 소등을 맡고 있다니... 얼마나 긴장하며 지내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자신이 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좋다며 씩씩하게 말했다. 짧은 시간에 아이는 눈에 띄게 성숙해진 듯했다.
기숙사에 들어간 후, 아이는 한동안 매일 밤 전화를 걸어왔다. 집에 있을 때도 잠자리에 들기 전 늘 "엄마, 아빠 잘 자, 사랑해"라고 말하던 아이였는데, 전화로 들으니 그 목소리가 더욱 애틋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주요한 사건이 있으면 살짝 조미료를 쳐서 웃음 짓게 했다. 억울했던 일이나 속상했던 일도 빠짐없이 전하곤 했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서인지 나는 예전보다 훨씬 따뜻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집에서는 일하다가, 책을 보다가 대충 듣던 말들을 이제는 온전히 집중해서 듣게 되니 점점 공감형 엄마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두 아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고, 남편 역시 일이 바빠 평일이면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선다. 거실등을 켤 때마다 문득 생각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둘째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그때 미처 헤아리지 못한 아이의 외로움이 이제야 짙게 느껴진다.
'조금만 더 품 안에 둘걸, 좀 더 따뜻하게 대해줄걸......' 후회도 밀려온다. 그러면 나에게 묻게 된다.
'지금 이 생활이 옳게 가고 있는 걸일까?'
장단점이 분명한 선택이지만, 쓸쓸함과 적적함 속에 가끔씩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