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진한 색을
물들이고 품다 지나간

그래서 우리, 그때처럼 마음 한켠 내어주기를

by 일요일은 쉽니다


요즘에는 네 얘기를 잘 안 해

네 생각이 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즈음이 되면 이제는 네 생각이 나지 않아야 할 거 같아서

맨날 도돌이표 이야기를 듣는 것도 힘들 테니까

그래서 이제는 잘 안 해



근데 며칠 전에 네 이야기를 했어

그것도 되게 솔직하게

네 생각난다고, 네가 보고 싶기도 하다고

아니, 네가 보고 싶다고

그래, 내 마음이 그렇다고


“이미 앉은 채로 밤을 맞이했어

하늘이 곧 밝아질까 봐 두려워

나는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해

우리의 사랑도 곧 흩어져 버릴 거라는 걸”



무언가 답을 기대하고 했던 말은 아니야

손을 내밀어 보라는 용기를 심어주거나,

이 또한 지나갈 거라며 위로를 받고 싶었던 시기는

이제 한 층 지난 거 같아


그냥, 나는 ‘점심에 김치찌개를 먹었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것 없이

‘아직도 그 친구 생각이 나,

여전히 보고 싶은 마음이 커’라고 말한 것뿐인데

몇 달 전에는 연락해서 좋을게 있을까? 물었던 친구가

그날은 한 번쯤은 연락해봐도 되지 않을까? 라고 하더라



“너는 예전처럼 그렇게 걸어와서

두 손으로 나를 감싸지만

너의 따뜻함은 사실 칼과 같아

나에게 너를 돌려 달라고 하면 난 어떻게 웃어야 할까”


생각지도 못한 답이었는데 -

그런 대답을 들으려고 했던 말이 아니니까

정말 덤덤하게 한 말이었거든

물음표도 느낌표도 아닌,

어딘가 여운을 남기는 쉼표도 아닌,

그냥 마침표

상황이 그러하다- 하고 마치는 마침표

네 생각이 난다

네가 아직도 보고 싶다, 마침표


“我拿什么和你计较

我想留的你想忘掉”

(나는 무엇을 가지고 너와 비교해봐야 할까

내가 남기고 싶은 것들을 너는 잊고 싶어 하는데)


‘한 번쯤은 연락해봐도 되지 않을까?’

되게 설렜을 수도 있는 말인데

설레지 않았어, 그러지 못할 걸 아니까

왜냐고 묻는다면

글쎄, 뭐라고 해야 할까

그때는 없던 겁이 많아진 걸까,

아니면 그때는 있던 간절함이 다한 걸까



“曾经幸福的痛苦的

该你的该我的

到此一笔勾销”

(예전에 행복했던 것들 힘들었던 것들

당연히 네 것이었고 당연히 내 것이었던 것들도

지금 와서는 한 줄로 그어 지워지나 봐)


글쎄,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랑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라던데

내가 너에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아니면 멀어진 네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 걸까


“我拿什么和你计较

不痛的人不受煎熬”

(나는 무엇을 가지고 너와 비교해봐야 할까

아프지 않은 사람은 괴로움을 겪지 않겠지)


내 마음으로 인해 네 마음의 짐을 덜고 싶었던 거지

네 마음의 짐을 더하고 싶었던 적은 없거든

우리가 만날 때나, 멀어진 지금이나

내가 원했던 것은 서로를 위해주는 것이었으니까



“原來牽著手走的路

只有我一個人相信天荒地老”

(알고 보니 내 손을 잡고 걸어온 길에서

단지 나 혼자만 영원할 거라고 믿었었나 봐)


글쎄

만약에 너와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오래전 동네 친구를 만난 듯

반갑게 인사해줄 거라고 다짐했는데


“我拿什么和你计较

我想留的你想忘掉”

(나는 무엇을 가지고 너와 비교해봐야 할까

내가 남기고 싶은 것들을 너는 잊고 싶어 하는데)


서로에게 진한 색을 물들이고 품다

우리는 지나간 것 같다

자국이 얼룩이 되더라도, 지울 수는 없겠지

그저 네 마음에도 내가 이런 얼룩 하나 남겼으려나

그 생각을 위로 삼고선



“曾经幸福的痛苦的

该你的该我的

到此一笔勾销”

(예전에 행복했던 것들 힘들었던 것들

당연히 네 것이었고 당연히 내 것이었던 것들도

지금 와서는 한 줄로 그어 지워지나 봐)


얼룩이 아닌 자국이기를

그리고 바래 진 자국이 아니라

선명히 남겨진 자국이기를 바라며


“我拿什么和你计较”

(나는 무엇을 가지고 너와 비교해봐야 할까)


그래서 우리

언젠가 길이 다시 맞물린다면

그동안 우리

서로 그리웠던 선명한 자국이라면


“我拿什么和你计较”

(나는 무엇을 가지고 너와 비교해봐야 할까)


우연을 핑계 삼아

또 우연을 용기 삼아

그때처럼 마음 한켠 내어주기를



Reference. 张宇, 一个人的天荒地老

https://www.youtube.com/watch?v=RfqPz6dGkPE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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