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성이 부르는 "문 열어봐"

그리고 그렇게 우연에 기대 한번 더 마주쳤더라면

by 일요일은 쉽니다


원래 좋아하던 가수가 아니라서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넘겼는데

그러다 예전에 "한 남자"를 참 잘 불렀던 게 생각이 나서

제일 위에 있던 곡을 틀어보았어



핑계가 필요했었나 봐

편의점 앞에서 술을 조금 마셨어
정말 조금인데도
세상이 흐려지는 게
좀 취한 것 같아 나



아, 들어보길 잘했네 - 싶은 반주가 흘러나오고

아, 들어보길 잘했네 - 내가 좋아하는 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시계를 잃어버렸나 봐

한쪽 팔이 허전해
바라보다 알았어
시계 탓도 아니고
내 팔 위에 있던
네 손 하나 느낄 수 없단 걸


한 번쯤은 공감할 수 있을법한 가사에

또 들어보길 잘했네 - 싶다가



매일 가던 길인데

어떻게 이렇게
네가 좋아하는 게 많았는지
손에 잡히는 데로
술기운에 사긴 샀는데
넌 아직 그곳에 사는지



맞아, 매일 가던 길이었는데

매일 같이 가던 네가 없으니까

다시 갔을 때 참 허전했었어

알잖아, 나 길 잘 못 찾고 잘 잃어버리는 거

그래서 항상 가는 길로만 가고, 아는 데만 가는 거

그러다 새로운 곳에 가야 하면

항상 네가 데려다주고는 했잖아


그리 쉬운 말인데
그땐 왜 그렇게
사랑한단 말이 어려웠는지
우리 헤어진 후에
네 모습 보이지 않아도
넌 아직 내 맘에 사는지



그래서 그 시절에 나는

이 골목에서 왼쪽, 저 간판을 지나서 오른쪽

그렇게 유심히 길을 보면서 걸은 적이 없었거든

너는 길을 찾고, 나는 너를 보고

그렇게 걷고는 했는데


문 열어봐 내가 여기 왔잖아
왜 몰라 네가 좋아하던
화분에 꽃도 조금 샀는데
네가 사준 셔츠에
네 향기 빼고 모든 게 돌아왔는데
너만 없네 문 열어봐



헤어지기 전에도, 헤어진 그 후에도

넌 아직 내 마음에 사는데


헤어진 그 후와

아니, 헤어지기 전에도

나는 네 마음에 살았는지


묻고 싶던 순간들도

이제는 다 삼켜 버리고



불 켜진 네 방 창가에

흐릿하게 보여



글쎄, 무엇 하나라도 달랐더라면

우리 지금 달라졌을까?

이곳에는 너와 같이 걸었던 길이 없어서

내가 감당해내야 했던 몫이 조금이라도 덜 무겁긴 했지만



이름을 불러보지만

내 목소리 닿을 것만 같아
내 마음도 닿을 것만 같아



너와 같이 걷던 길밖에 없는 그곳에 있었더라면

우리 지금 달라졌을까



너도, 나도

이제는 그곳의 주인이 아니지만


문 열어봐 내가 여기 왔잖아

왜 몰라 네가 좋아하던 화분에
꽃도 조금 샀는데



그때, 그래, 만약 그때

집으로 가는 길이 낯설던 이곳이 아니라

함께 걷던 그 길이었다면


네가 사준 셔츠에
네 향기 빼고 모든 게 돌아왔는데



한 번쯤은 우연히 마주쳤을까

그리고 그렇게 우연에 기대

한 번 더 마주쳤더라면

우리 지금 달라졌을까



모든 게 돌아왔는데

너만 없네 문 열어봐


나는 이제 예전만큼

자주 길을 잃어버리지 않아

너한테 '여기는 어떻게 찾아가지?' 라며 묻던 날들도 있었는데

조금 헤매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핸드폰에 나오는 방향으로 걸어가면

어떻게든 도착하더라



그러니 너도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기를

씩씩하고

행복하게

진심으로



노래. 예성, "문 열어봐"

작사. 브라더수 & 예성


https://www.youtube.com/watch?v=XLChf3SsRpo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문 열어봐"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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